경차 3년만에 '10만대 벽' 넘었다…올해는 '물음표'
고유가·고금리·신차 효과…"턱없이 적은 차종·중대형차 선호로 한계"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지난해 경차가 3년만에 국내 시장에서 10만대의 벽을 넘어섰다.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등 중대형차 선호 흐름에 치여 하락세를 걷던 국내 경차 시장은 지난해 신차효과와 고금리·고물가 등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증가로 13만대의 판매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올해에도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지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경차 차종의 수가 현저히 적을 뿐만 아니라 경차 4형제 가운데 캐스퍼와 레이를 제외한 나머지 차종(모닝, 스파크)의 판매량이 내리막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팔린 경차는 13만3294대로 전년 대비 38.7%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신차 판매량이 3.2% 뒷걸음질 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다.
한국은 흔히 '소형차의 무덤'이라고 불릴 만큼 경차가 외면받아 왔다. 한때 '국민차'로 인기를 끌기도 했으나 차체 크기가 큰 SUV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경차는 더 이상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그 결과 경차 판매량은 지난 2021년까지 8년 연속 감소했고 2020년 이후에는 2년 연속 10만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경차 판매량이 3년 만에 10만대의 벽을 넘은 것은 캐스퍼 등의 '신차 효과'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심화된 고유가·고금리 등 경기침체 여파 때문이다. 경차는 통상 경기 불황 시기에 잘 팔린다.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 경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었고,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경차 판매량이 증가해 2012년 20만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침체기를 겪던 경차 시장의 부활을 이끈 주역은 현대차 '캐스퍼'다. 2021년 9월 출시된 캐스퍼는 지난해에만 4만8044대가 팔리며 단숨에 경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승용차 8위를 기록했다. 베스트셀링카 1~10위 중 경차는 캐스퍼가 유일하다. 경차임에도 공간 활용도가 높은 SUV라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작용했다. 귀여운 디자인, 온라인 판매 방식 등도 판매량을 견인했다.
기아의 레이도 국내 경차 시장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레이 판매량은 4만3993대로 전년대비 23.1% 증가했다. 베스트셀링카 순위 11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박스카인 레이는 캐스퍼와 같이 경차 대비 높은 공간 활용성이 장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차박(차안에서 캠핑)'족과 다마스 등 경상용차의 단종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선택도 받았다.
지난해 좋은 성적을 낸 국내 경차 시장이지만 올해에는 물음표가 나온다. 무엇보다 경차 4형제 중 모닝과 스파크의 내리막 속도가 빠르다. 국내 경차 형님격인 기아 모닝의 지난해 판매량은 2만9506대로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 한국GM의 스파크는 1만946대로 전년 대비 42% 급감했다. 한국GM은 스파크의 인기 하락세 등을 고려해 결국 지난해 하반기 단종을 선언했다. 캐스퍼는 올해로 출시 3년째를 맞아 신차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경차 생산업체들은 친환경차로의 변신을 통해 경차 부활 분위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캐스퍼 생산을 담당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내년 캐스퍼 전기차 양산 체제에 돌입할 예정이고, 기아 레이는 올해 2세대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지난해 경차 시장이 3년만에 10만대의 벽을 넘어서는 등 좋은 성적을 냈지만, 올해에도 이 분위기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캐스퍼의 신차 효과도 더이상 기대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경차 차종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경차 판매량 증진을 위해 정부 차원의 각종 인센티브와 전기차 등 친환경 모델의 출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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