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는 요지경. 직전 대회 챔피언 쿠드롱, 김가영 초반 침몰-웰뱅 챔피언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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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드롱은 128강 첫 판에서 50세 방송 해설자에게 당했다. ‘서바이벌 퀸’ 김가영은 서바이벌 32강전에서 무너졌다.
19일 ‘2023 웰컴저축은행웰뱅 PBA, LPBA 챔피언십’.
‘당구 신’ 쿠드롱이 ‘당구 해설자’ 김현석과붙었다. 128강전 첫 판이었다.
15일 전 NH대회 8강전에서 14연타, 10연타를 터뜨리면서 카시도코스타스를 에버리지 6.43으로 잠재우며 7관왕에올 랐던 쿠드롱의 첫 등판이었다.
상대는 PBA 데뷔전의 ‘유쾌한 당구 해설자’ 김현석. 역회전을 ‘여괴전’, 약해요를 ‘야아게요’라는 사투리 발음으로 재미를 더해 ‘여괴전 형님’으로 불리는 그 김현석이다.
지난 해 10월 전국체전 4강전에서 김준태에게 1-40으로 지고도 '그래도 컨디션이 좋아서 1점이라도 쳤다’며 걱정하는 후배들을 웃게 해주었던 그 사람이다.
’50세 지천명의 나이지만 방송 해설도 좀 더 잘할 겸 해서 와일드 자격 혜택을 받아 PBA 첫 판에 올랐다.
1세트는 예상대로 였다. 시간을 좀 끌었고 평소 같은 장타도 없었지만 쿠드롱이 15:12로이겼다. 쿠드롱은 몸이 덜 풀렸고 김현석은 데뷔판 치곤 잘한 듯 했다. 장타에선 김현석이 5-3으로 이겼다.
하지만 그건 대반전의 예고편이었다. 쿠드롱이 샷은 계속 빗나갔고 얼굴은 자주 붉어졌다.
김현석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고비마다 뱅크 샷을 터뜨리면서 경기 흐름을 주도했다.
뱅크샷이 1세트 2개, 2세트 4개, 3세트 2개, 4세트 2개 등 모두 10개였다.
뱅크 샷으로만 20점이니 경기 할 만했고 그렇게 해서 2세트를 7연타로 15:7, 3세트를 5연타로 15:13 그리고 4세트를 8연타로 15:7로 이겼다.
매 세트 한 번 이상 역전극을 연출하며 거두어 들인 세트스코어 3-1의 역전승이었다.
1 세트를 지고서도 2, 3, 4 세트를 내리잡은 ‘유쾌한 당구해설가’의‘즐거운 당구 대반란’이었다.
2연속 우승과 대회 2연패를 노렸던 쿠드롱은 ‘징검다리 128강 탈락’의 멍에를 짊어지고 128강 첫 판에서 탈락했다.
김현석은 젊어 한때 당구를 좀 쳤다. 스스로 ‘무등산 폭격기’라고 너스레를 떨며 ‘왕년엔 한가락 했다’고 했다. 그래서 쿠드롱과도 한 번 해볼 만 하다고들 했지만 ‘택도 없는 소리’ 였다.
그건 본인은 물론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지만 결과는 김현석이 ‘영원한챔피언’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이며 PBA 데뷔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래서 당구는 더욱 알 수 없다.
김가영은 5관왕이기도 하지만 서바이벌 최강이다. 39전 38승이다. 그가 서바이벌전에서 무너진 건 딱 한 번이었다.
지난 2020년 9월 TS 샴푸대회 32강 서바이벌전에서 김은빈, 오설지에 한 타 차이로 뒤져 처음 탈락했지만 이후 28개월 18개 대회 동안 서바이벌전 탈락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이상 없을 듯 했다. 더욱이 64강전 마지막 큐에서 7연타를 치며 전체 1위로 32강전에 오른 터였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첫 4 이닝 동안 공타를 남발했다. 공이 통 서질 않았다. 5이닝에 그래도 칠 만한 공이 왔다.
까다로운 세워치기 공 이었지만 장고 끝에 맞췄다. 첫 득점이었다. 그러나 심판이 맞지않았다는제스처를 취했다. 타임 파울, 정해진 공격 시간을 넘겼다는 것 이었다.
맞았지만 다시 0점. 오르려던 분위기가 더 깊이 가라앉았다.
김가영은 7이닝에서 가서야 까다로운 투 뱅크 샷을 성공시키며 첫 점수를 올렸지만 많이 기운 뒤였다. 그래도 전반 마지막 이닝에 기회를 잡을 수도 있었지만 마지막 주자 용현지가 4분 여를 혼자 다 써버려 추격의 기회를 놓쳤다.
김가영의 전반 스코어는 30점. 66점의 용현지와 김갑선은 물론 3위인 박지현에게도 8점이나 뒤처졌다.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후반. 김가영은 14 이닝에서 4 연타를 쏘아 반전의 기회를 잡은 후 18 이닝에서 2 연타를 쳐 2위 김갑선을 51:51로 따라 붙었다.
그러나 마지막 큐에서 타임까지 부르며 역전을 노렸지만 세워치기에 실패, 결국 2 타차로 밀려났다.
후반 첫 주자였던 용현지는 4분 이상 남긴 상황에서 또 연타를 친 후 나쁜공을 줘 한 번 더 돌수 있는 김가영의 역전기회를 차단했다.
마지막 주자 김갑선에게 주어진 시간은 40여초. 3점 앞서 있어서 시간만 끌면 2위였고 16강 진출이었다.
김갑선은 충분하게 시간을 썼고 그의 마지막 공이 설 때 시간은 이미 끝났다.
김가영은 46점으로 조 3위, 설 당구 축제를 서둘러 마감했지만 당구는 앞으로도 그렇게 변화무쌍 할 터.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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