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전기차' 車이름에 전략 숨어있다…새 이름이냐? 기존명 유지냐?
BMW·벤츠는 기존 모델에 'i''EQ' 붙여…"기존 차량 정체성 유지"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올해도 신형 전기자동차가 쏟아지는 가운데 완성차 업체마다 전기차 브랜딩 전략이 색다르다.
현대자동차·폭스바겐 등은 새로운 라인업으로 전기차 모델의 마케팅을 하는 반면 메르세데스-벤츠·BMW 등은 기존 모델에 전기차 트림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펴고 있다.
대중 브랜드 차종에서는 기존 모델과 떨어진 라인업으로 '미래차'로 불릴 만큼 과감한 디자인 등을 시도하고,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는 기존 모델의 '헤리티지'를 지키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오는 4월쯤 첫 준대형 전기차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EV9을 내놓을 예정이다. EV9은 높아진 큰 차량에 대한 인기와 맞물려 많은 관심을 받은데다 직선 형태의 미래에서 온 듯한 디자인도 이목을 끌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활용한 전기차 라인업을 '아이오닉' 'EV' 시리즈로 내놓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완전히 다른 형태의 외관을 선보였다. 준중형 SUV인 아이오닉5와 EV6은 IDEA 디자인 어워드, 굿디자인 어워드, iF 디자인 어워드 등 유수의 디자인 어워드에서 미래지향적 디자인으로 호평받았다. 전기차 세단 아이오닉6도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한 유선형 디자인으로 자동차 전문 해외 매체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폭스바겐도 전기차 라인을 ID시리즈로 새롭게 구성해 기존 폭스바겐 차종과 다른 브랜딩 전략을 펴고 있다. MEB 플랫폼을 기반으로 차급에 따라 ID.3부터 ID.4, ID.5 등을 내놨고 미니밴인 ID.버즈 등도 내놨다. 폭스바겐은 2021년 독일 'IAA 모빌리티'에서 ID시리즈의 소형 콘셉트카 ID.라이프를 선보였는데, 귀여운 로봇 형태의 전면부와 실내 게임기·프로젝터 등을 탑재해 관심을 모았다.
스웨덴 자동차회사 볼보는 C40·XC40 리차지 등의 자체 라인업으로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자회사인 순수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에도 발을 걸치고 있다. 당초 폴스타는 볼보의 고성능 브랜드였으나 전동화 추세에 따라 폴스타를 분사해 독자 브랜드로 내세웠다. 양 브랜드는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면서도 볼보는 폴스타의 지분을 절반 가까이 소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의 포드, 프랑스 르노도 전기차 사업 분사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래 투자자 입장에서는 내연기관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어, 라인을 분리하거나 법인을 분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는 분위기"라며 "별도의 라인으로 분리하면 디자인 철학에서도 통일성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프리미엄 브랜드 업체들은 기존의 모델에 전기차 라인업을 추가하는 형태로 전동화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BMW는 기존 라인업에 i를 붙인 전기차종을 출시하고 있다. 기존 3·4·7 시리즈의 전기차 형태인 i3, i4, i7을 출시했고, SUV 라인업인 iX3, iX 등을 선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EQ라인업으로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 차종과 유사한 E·S 등을 더한 EQS·EQE 등으로 이름을 붙이고 있다. 아우디는 e-트론 GT등 완전히 다른 전기차 모델도 내고 있지만, A6 e-트론, Q5 e-트론, Q8 e-트론 등으로 역시 기존 내연기관 모델에 'e-트론'을 붙여 라인업을 구축했다.
현대차그룹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기존 라인업에 전동화 모델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라인업을 구축했다. 제네시스 G80·GV70의 전기차 모델은 내연기관 모델명에 '전동화 모델'을 붙이는 형식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와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이를 전기차에서도 그대로 가져가는 전략을 펴는 것이다.
다만 이같은 전략은 내연기관 모델과 전기차 모델의 가격차이가 단점이다. 전기차는 배터리 가격 탓에 내연기관 차종보다 비싸다.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의 최저가는 6000만원대부터 시작하지만 동급 전기차인 EQE는 1억160만원이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EQ브랜드의 단계적 폐지를 고려하고 있는데, 같은 모델로 묶이면서 생기는 가격차에 대한 부담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호근 교수는 "벤츠나 BMW·아우디 같은 브랜드는 네임밸류가 있다보니 기존 차량의 정체성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본 것이고, 대중성이 큰 브랜드에서는 아예 새로 라인업을 가져가는 것"이라며 "전기차 브랜드로 완전히 전환하겠다면 기존 라인업을 유지해도 되겠지만, 내연기관과 병행해야 한다면 장기적으로 라인업을 분리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봤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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