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의 살펴바이오] 제약바이오 사업 지름길 `인수합병`
기업들이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거나 기존에 하지 않던 산업을 시작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있습니다.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직접 생산 및 관련 시설을 건설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죠.
그러나 이런 방법은 시간이 많이 든다는 단점뿐 아니라 관련 산업에 대한 지식과 인력이 부족해 새 사업을 연착륙시키가 어렵습니다. 특히, 바이오 업계에서는 전문성이 더욱 중요시되는 만큼 섣불리 산업에 발을 들였다 이도저도 못하는 기업으로 전락할 위험도 존재합니다.
◇경험 없는 시장에 가장 쉽게 뛰어드는 방법, M&A
이런 경우 기업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결정은 기존에 제약바이오 사업을 영위하던 업체를 인수합병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바이오 최대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는 대규모 인수합병 계약이 체결돼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지난해에도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의약품 위탁개발생산기업(CDMO)에 대한 활발한 인수합병이 이뤄졌습니다. 지난해 이뤄진 인수합병은 크게 △첨단치료제 시장 진입 △원료의약품 제조 확장 △제형 개발 등을 위한 건으로 구분됩니다.
먼저, 국내 기업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또는 GCT, Cell·Gene Therapy) 등 첨단치료제 시장 진입을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에 나섰습니다.
◇SK·녹십자·롯데, M&A로 신사업 전개
지난해 1월 SK㈜는 CDMO 통합법인 SK팜테코를 통해 미국의 CGT CDMO 기업 CBM에 3억5000만달러(약 4200억원)를 투자했습니다. SK팜테코는 CBM의 2대 주주에 올랐고, 미국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이보다 약 9개월 전인 2021년 3월에는 프랑스 CGT CDMO 기업 이포스케시를 인수하며 유럽에서도 진출을 본격화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SK㈜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CDMO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향해 잰걸음을 걷고 있습니다.
GC셀은 지난해 4월 GC(녹십자홀딩스)와 함께 미국 CGT CDMO 기업 바이오센트릭(BioCentriq)의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아시아와 미국을 잇는 CDMO 기반을 확보했습니다.
바이오센트릭은 CGT 치료제 공정개발 및 제조에 특화된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생산시설에서 세포치료제, 유전자 치료제, 바이럴 벡터 등을 이미 위탁생산하고 있었던 만큼 GC셀은 체급을 글로벌 규모로 키워 경쟁력을 강화했습니다.
이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5월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시에 위치한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을 1억6000만달러(약 208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같은해 12월 31일부로 모든 인수 절차를 완료했습니다. 해당 공장은 올해 1월 1일부터 롯데바이오로직스 시러큐스 공장으로 새출발했습니다. 공장에서는 기존 BMS에서 생산 중이던 제품의 지속 생산 및 추가 바이오 의약품 CDMO가 이미 이뤄지고 있어 매출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더 많은 기업들 진출로 K-바이오 생태계 커진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목표는 글로벌 톱10 CDMO 기업으로 활발한 수주 활동을 통해 2030년까지 매출 1조5000억원, 영업이익률 30%, 기업가치 20조원을 이뤄낸다는 계획입니다.
이어 원료의약품 제조 확장 측면에서는 지난해 2월 코든파마(CordenPharma)가 원료의약품과 부형제 등을 생산하는 바이퍼파마(ViforPharma)로부터 3개의 제조시설 인수했습니다. 중국 아심켐(Asymchem)은 제조 및 초기단계 화학공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냅드래곤 케미스트리(Snapdragon Chemistry)를 5800만달러(약 715억원)에 인수해 역량을 강화했습니다.
끝으로 제형 개발과 관련한 인수합병에서는 지난해 8월 카탈런트(Catalent)가 통합 경구용 고형 제제 개발과 제조 및 포장 분야 강화를 위해 메트릭스 콘트랙트 서비스(Metrics Contract Services)를 4억7500만달러(약 5863억원)에 인수해 큰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살펴본 것과 같이 국내 기업들의 인수합병은 글로벌 시각에서 봐도 결코 그 규모가 작지 않습니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의 활약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글로벌 무대 진출은 세계적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어 가능성은 더욱 높습니다.
제약바이오 산업 특성상 직접 연구개발을 시작하고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경우 초반 매출이 확보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습니다. 그러나 공장 인수합병 등의 경우 무형의 연구개발이 아닌 실체가 존재하며 즉각적인 매출이 발생한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신뢰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진수기자 kim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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