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선로 9㎞에 만든 ‘철길숲’… 회색도시, 녹색으로 물들다 [지방기획]
시민 위한 ‘융합의 공간’
도심 가로지르는 철길숲 면적만 23만㎡
30만여 그루 꽃·나무 심어 산책로 조성
연간 1000만 명 넘는 시민·관광객 찾아
주변 노후주택 카페 등 변신… 경제 도움
친환경 녹색 생태도시로
市, 도심·해양·산림 3축 그린웨이 개발
나무 1504만 그루 심어 녹지 53만㎡ 조성
경제적 효과도 7년간 1조6566억원 달해
“일상을 숲과 정원으로 계속 채워갈 것”
차 타는 것보다 자전거가 편리한
녹색보행망 연결 노력 확대할 것
#“예전에는 출퇴근 시 승용차를 이용했는데, 이제는 철길숲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갑니다. 도시 속의 숲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30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40대 회사원, 포항시 북구 장성동)
포항시 도심 한가운데에는 시민의 추억이 서린 ‘동해남부선(東海南部線)’ 포항 구간이 가로지르고 있다. 이 철길은 포항제철소로 출근하는 산업역군을 태운 국내 유일 기업통근열차가 다녔고, 해병대 입대 장병이 탄 입영열차가 지나기도 했다.
다만 과거 기차가 수시로 다니다 보니 개발이 더뎌 인근 지역은 낙후됐다. 2015년 포항에 KTX가 개통되고, 포항역이 시 외곽으로 옮겨 가면서 이 철길은 100년 동안 이어온 소임을 다했다.
포항 철길숲은 도시를 남북으로 나누며 단절시켰던 철길을 ‘연결의 통로’로 탈바꿈시켰다. 시민에게 쾌적한 여가 및 운동·휴식의 장소를 제공한 것은 물론, 각종 인문학 콘서트와 축제 등 문화 활동, 건강한 걷는 문화까지 확산한 ‘융합의 공간’이 됐다.
포항시는 이 철길을 따라 지금까지 100여개 수종, 30만여그루의 다양한 꽃과 나무를 심었고 산책로와 자전거길, 유아놀이숲 등도 조성했다. 철길숲은 우현동∼옛포항역∼연일읍 유강정수장까지 도심을 가로지르는 총 길이 9.3㎞ 구간, 23만㎡에 달한다.
천연가스에 불꽃이 이는 ‘불의 정원’을 비롯해 음악분수와 조명, 간이역을 형상화한 벤치와 운동기구 등이 반긴다. 철길숲에는 하루 평균 3만명, 연간 1000만명이 훌쩍 넘는 시민과 관광객들의 ‘건강과 행복을 찾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ATA는 유엔 해비타트 아시아태평양지역사무소 외 4개 기관이 공동 주최한다. ‘아시아인들의 행복한 생활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모범이 되는 성과를 이룬 도시와 지역, 사업에 수여하는 국제적 권위의 상이다.
앞서 철길숲은 지난해 영국의 ‘Green Flag Award(녹색깃발상)’를 비롯해 2017년부터 현재까지 국내외 녹색도시 관련 10개 상을 휩쓸었다. 국내외에서 벤치마킹을 위한 발길 또한 이어지면서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린웨이 프로젝트’는 사람과 도시, 생태와 문화, 그리고 산업경제를 하나로 융합해 지속가능한 생태문화도시의 기반을 구축하는 정책이다. 천혜의 해양, 울창한 산림이 도심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포항의 특성을 살려 센트럴(도심)·오션(해양)·에코(산림) 등 그린웨이의 3대축 권역에 대해 다양한 세부사업을 부서 협업으로 순조롭게 추진하고 있다.
대표사업인 ‘포항 철길숲’을 비롯해 해도도시숲 등 도시숲, 호미반도 해안둘레길과 오어지둘레길 등 둘레길, 비학산 휴양림과 운제산 산림욕장 등 산림휴양시설을 두루 조성하면서 포항 곳곳에 시민을 위한 휴식 공간과 관광객 발길을 이끄는 녹색 공간들이 울창해지고 있다.
포항시는 201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7년간 그린웨이를 통해 축구장 75개 규모인 53만여㎡의 도시숲과 녹지 공간을 새롭게 넓혔다. 이와 함께 2017년부터 10년간 매년 200만그루씩, 총 2000만그루 나무 심기 캠페인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말까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1504만여그루의 나무를 심어 목표(6년간 1200만그루)를 초과 달성하는 등 도시숲에 생명력을 한층 더하고 있다.
포항시는 그린웨이 사업으로 지난 7년간 약 1조6566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둔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도시숲이 흡수한 이산화탄소와 배출한 산소량, 해안둘레길과 산림욕장 등을 찾은 여행객의 소비액 등을 모두 경제적으로 환산한 것이다. 이와 함께 도시브랜드 가치 향상과 걷는 문화 확산을 통한 시민 건강 증진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무형적 가치 또한 얻었다고 포항시는 평가하고 있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자연과 도시가 융합된 녹색 생태도시를 그려가는 그린웨이를 계속 추진하겠습니다.”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은 “시민들이 쾌적하고 편안하게 집 앞 정원과 같이 생활 가까이서 이용할 도시숲을 지속해 늘리고, 탄소중립 또한 선도해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시장은 ‘그린웨이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성과로 ‘시민의 손으로 함께 가꾼 녹색도시 조성’과 ‘시민이 참여한 걷는 문화 확산’을 첫손으로 꼽았다.
그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 덕분에 지난 6년간 1500만여그루의 나무를 심어 도시가 한층 울창해졌고, 지속가능한 녹색문화를 공유하면서 시민들과 함께 녹색도시의 새로운 비전을 그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도시를 숲과 정원으로 계속 채워나가겠다는 것은 그의 신념이다. 이 시장은 “열섬현상 등 기후위기 대응에 도시숲 조성을 확대하고, 무장애 도시숲·자녀안심 그린숲 등 모든 시민이 체감하고 즐길 생활숲을 늘려가면서 쾌적하고 안전한 도시 공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이 시장의 설명처럼 도시숲을 통해 사람과 자연, 도시를 ‘연결’하기 위해 포스코대로 보행자 중심거리, 희망대로 상생숲길 등을 만들고 있다. 도심 곳곳을 차를 타는 것보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이 더 편리하고 안전한 ‘녹색보행망’으로 연결하는 노력을 지속하면서 일상 속 걷는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게 시정의 핵심 방향이다.
이 시장은 “산업화 시대 형성된 속도와 효율성 중심의 도시 구조를 사람 중심의 여유와 쾌적성이 존중받는 미래형 녹색도시로 변모시키고 있다”며 “도시숲은 물론, 천혜의 자연경관인 해안둘레길과 호미반도 국가해양정원 등과 연계해 숲길과 물길을 조화롭게 연결하고, 숲을 즐기고 사랑하는 시민들의 성숙한 문화까지 융합된 지속가능한 녹색도시 포항을 만들어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포항=이영균 기자 lyg02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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