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 등 14곳 압수수색… 尹정부, 노동 개혁 본격화
건설사들 3년간 1686억 뜯겨
현장 불법행위 2070건 신고
경찰,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건설노조 14곳 전방위 압색
이틀 연속 압수수색에 반발 심화
“대통령 사주 받은 국정원의 쇼” 강력 규탄
외교 참사 덮고 국보법 지키기 의도 주장
시민사회계도 “공안 탄압 중단” 반발 확산
경찰이 동시다발 압수수색 칼을 빼 든 건 채용 강요, 폭행 협박·위협 등 건설 현장 건설노조의 불법행위가 매우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건설 현장에서는 건설노조가 소속 노조원에 대한 채용을 압박하고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공사를 방해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불법행위가 끊이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을 기점으로 강조했던 ‘노사 법치주의’를 건설 현장에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건설사에서 근무하는 A씨는 “주로 골조업체가 들어오거나 타워 크레인을 쓸 때 노조가 찾아와서 일거리를 달라고 요구하고 거부하면 연회비나 조합비를 달라고 한다”며 “시장이 노조 상대 비용을 염두에 둬서 전체 단가가 올라가면 결국에 발주처나 분양자가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8일부터 오는 6월 말까지 건설 현장 불법행위에 대한 특별단속에 나섰다. 특별단속을 시작한 이래 전날까지 929명(186건)을 수사해 이 중 7명을 구속 송치하고, 16명을 불구속으로 검찰에 넘겼다. 특별단속 이전에도 울산에서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고 공사 중단을 협박한 혐의로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산울산경남지부 비계 분회 간부 2명이 구속된 바 있다.
국토부도 이날 최근 2주간 전국 1489개 건설 현장에 대한 실태조사에서 월례비 강요 등 불법행위 2070건이 신고됐다고 밝혔다. 대한건설협회·한국주택협회·대한전문건설협회 등 건설 관련 단체 12곳을 통해 진행한 조사에서 B건설은 최근 4년간 타워 크레인 조종사 44명에게 월례비 등 명목으로 38억원을 지급해야 했고, C건설은 공사 현장 한 곳에서 10개 노조로부터 강요받은 전임비로 월 1500만원가량을 지급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월례비는 급여 외 별도로 월 500만∼1000만원씩 지급됐고, 전임비는 노조당 100만∼200만원씩 건네진 것으로 조사됐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그간 민간 건설사들이 건설노조의 불법행위에 속절없이 끌려가고, 보복이 두려워 경찰 신고조차 못했다”며 “노조 횡포가 건설사의 자포자기,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내겠다”고 장담했다.
◆“노조 자정 못해… 엄정 대응 불가피”
전문가들은 건설노조의 불법행위가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문제라며 노조가 자정 능력을 잃었기 때문에 엄정 대응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은 “그동안 문제가 많았는데 문재인정부에서는 업체들이 경찰에 신고해도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강제수사가 과한 조치라는 지적에 대해서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발적인 조치였다면 다른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건설노조 건은 이전부터 논란이 됐고 불법행위가 과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며 “불법을 계속 눈감아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대통령의 사주를 받아 국정원이 메가폰을 잡은 한 편의 쇼”라며 총궐기와 총파업으로 윤석열정부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1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단 한 명의 책상 하나를 압수수색하는 데 경찰 1000여명이 동원되고, 사다리차와 에어매트리스까지 등장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사자와 변호인에게만 제공돼야 하는 영장 내용이 언론을 통해 유포되고 근거 없는 확대재생산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국정원과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민주노총 본부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한 데 이어 이날 건설현장 불법행위 정황을 확보한 것을 근거로 또다시 민주노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어지자 긴급 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힌 것이다.
양 위원장은 “국가보안법은 역사의 유물로 사라졌어야 할 법”이라면서 “수십년간 쌓아온 민주주의가 대통령 한 명에 의해 철저히 유린되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규탄했다. 아울러 이번 압수수색은 “무능과 무책임으로 망가진 외교, 민생, 여당의 자중지란을 덮고, 정권을 향해 쓴소리를 멈추지 않는 민주노총의 입을 막기 위한 색깔 공세”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중 ‘UAE의 주적은 이란’이라고 발언한 것을 덮고, 내년 경찰로 이관되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과 위헌판결을 앞둔 국가보안법을 지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윤석열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 오는 5월1일 노동절쯤 총궐기를 진행하고 7월에는 총파업 투쟁에 나서겠다며 윤석열정부에 대한 ‘강대강’ 기조도 표명했다.
시민사회계에서도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참여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센터·전국농민회총연맹 등 231개 단체는 이날 대통령실 인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정부는 진보진영에 대한 공안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윤석열정부가 시대를 역행하는 국정원과 국가보안법의 망령을 되살려 다시 한국 사회를 지배하려 한다”며 “국정원 댓글부대·여론조작·간첩 조작 등을 저지른 이명박·박근혜정부로 되돌아가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한·정재영·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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