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조합, 곳곳서 '공사비 증액' 갈등…'제2의 둔촌주공' 우려
기사내용 요약
래미안 원베일리·메이플자이 등 공사비 갈등
동부건설, '방배 신성빌라' 재건축 공사 중단
국토부, '물가변동 배제 특약 무효' 유권해석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자잿값 인상과 물가상승으로 인해 시공사와 재건축 조합 간 공사비 갈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대로 가면 '제 2의 둔촌주공 사태'가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사업의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1560억원 상당의 공사비 증액에 대한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조합 측에 조합 명의 통장의 사업비 인출을 막겠다는 공문을 보내고 2개월의 공기 연장을 요청했다.
또 '신반포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 현장은 4700억원 상당의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조합과 GS건설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GS건설과 현대건설이 함께 시공하는 마포구 '마포자이힐스테이트(공덕1구역)'은 시공단의 공사비 증액 요구에 조합이 응하지 않으면서 지난해 6월 예정이었던 착공을 아직도 시작하지 못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신반포4지구의 설계변경으로 인한 1900억원 상당의 공사비 인상분의 경우 한국부동산원 공사비 검증 결과가 오는 4월께 나올 예정이고 그 외 물가 인상이나 금융 비용에 대한 부분은 조합과 계속 협의 중"이라며 "공덕1구역의 경우 정확한 금액은 밝히기 조심스럽지만 양측이 조율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일부 현장은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센트레빌프리제(신성빌라)' 현장은 이달 초부터 공사 진행이 중단됐다. 이 현장은 지난 2021년 12월 착공에 돌입해 올 10월께 입주가 예정됐으나 공사 진행률 40% 수준에서 공사가 멈췄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단순 물가 상승분 뿐만 아니라 설계 변경을 위해 적정 공사비를 다시 검증을 받자고 조합 측에 요청한 부분이고 현재 조합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증액 요구금액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원자재 값이 다 오르다보니 지금의 공사비 조건으로는 도저히 공사 진행이 힘들다는 판단이 이뤄졌다"이라고 설명했다.
시공사 측은 지난해부터 시멘트, 레미콘 등 자잿값이 크게 인상되고 이에 따른 인건비 등 추가 비용이 불어나면서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에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자재, 노무, 장비 등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직접공사비에 대한 물가 변동을 추정하기 위해 작성되는 통계인 건설공사비지수는 2022년 11월 기준 148.70으로, 1년 전 대비 7.2% 올랐고, 2년 전과 비교하면 23.6%나 상승했다.
그러나 조합 측은 최근 금리 인상 등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담이 가중된 상태에서 추가 공사비 증액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양측의 갈등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이에 한국부동산원은 2019년 공사비 검증 제도를 도입, 조합 등의 의뢰를 받아 검증을 진행하고 있지만 시공사의 당초 요구액과 그 격차가 매우 크고, 이를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는 강행규정이 없기 때문에 양측의 이해관계에 따라 협상이 계속 늦어지는 상황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제도 도입 후 지난해 7월까지 진행된 54건의 검증사례에서 최초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규모는 총 4조6814억7400만원이었지만, 한국부동산원의 검증 후 적정액은 총 3조4887억2900만원으로 양측의 격차는 1조2000여억원에 달했다. 실제 둔촌주공 역시 이러한 공사비 검증 결과를 받았지만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공사가 6개월간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공공사의 경우 발주처가 공공기관이다 보니 공사비 증액 협의가 잘 되는 편이지만 재건축 조합 등과는 협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공사 중단이 길어지게 되면 입주가 늦어져 일반분양자들과 조합에도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재개발 등 민간발주 공사의 경우 계약서상 물가 인상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특약 조항이 대부분 있다"며 "국토부에 질의를 보내본 결과 이는 불공정한 조항이고 민간 발주처도 (물가 인상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강제성이 없는 권고 사항이기에 조합과의 절충이 필요한 부분이다. 만약 양측이 계속 첨예하게 대립하면 둔촌주공처럼 공사 중단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건설사들은 최근 대한건설협회를 통해 국토교통부에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인지 여부를 질의했고, 국토부도 "계약서상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은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어도 계약금액 조정을 인정하지 않을 상당한 이유가 없다면 그 부분에 한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이미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유효성을 인정한 판례가 있어 건설사 측이 유권해석을 토대로 공사비 증액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해당 특약을 건설산업기본법상 위법하다고 보려면 건설사가 불공정한 계약을 했다는 구조가 돼야 하는데 계약 당시 의사의 합치 없이 일방적으로 해당 조건을 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를 무효로 보기는 쉽지 않다"며 "다만 공사에 들어가는 시점까지 거의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기 때문에 그 기간의 물가 변동을 인정하지 않으면 시공사 측이 굉장한 손해를 입게 되고, 조합 측도 둔촌주공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시공사의 요구를 안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에 (협상 등으로) 변경 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ahye_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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