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교육청 '예산삭감 성토대회' 물의…시의회 반발에 꼬리 내려
기사내용 요약
교육지원청 신년간담회 자료 71%가 감액관련
시의회에 학부모 제보 빗발…"성토대회식 진행"
"예산 깎였다고 오 시장이 구청 직원 모아놓나"
시의회 측서 교육청에 항의…이후 자료 수정돼
교육청 "의회 비난 의도 없어…학교 안내 취지"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이달 관내 교육지원청을 돌며 신년 간담회를 진행 중인 서울시교육청이 시의회에 의해 감액된 예산항목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식의 행사를 진행했다가 시의회 반발로 긴급하게 자료를 수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부모는 물론 학생까지 참여한 간담회에서 시의회가 교육청 예산을 삭감하는 바람에 일부 사업을 못하게 됐다며 대놓고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20일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9일 서부교육지원청을 시작으로 지난 17일 성동광진교육지원청까지 총 9곳에서 신년 간담회가 진행됐다. 교육지원청 직원들은 물론 학생, 학부모도 참석한 이 행사에서 교육청의 올해 예산이 비중 있게 설명됐다.
문제는 이 중 8번의 간담회가 서울시의회에서 예산을 감액해 추진이 어려워진 사업들을 설명하는 내용으로 채워지면서 발생했다.
뉴시스가 입수한 간담회 PPT 자료를 보면, 24쪽 중 17쪽(70.8%)이 '추가경정예산(추경) 미편성 시 변화되는 사업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교육청은 해당 자료에서 총 88개 사업이 감액됐으며, 이 중 58개가 '전액 감액'이라고 설명한다. 감액된 사업별로 "시설 개선 지연에 따른 안전문제 및 민원발생 가능성"을 제기하는 한편 "인공지능 시대를 앞 다퉈 대비하는 타 시도보다 뒤처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등 구체적인 설명까지 첨부했다.
이 같은 방식에 부적절함을 느낀 일부 학부모들이 시의회 측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교육청 밖으로 이 사실이 알려졌다. 시의회 측은 '교육청이 삭감된 예산을 이용해 시의회를 상대로 여론전을 펼친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시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인 고광민 국민의힘 시의원은 "학부모 제보가 있기 전에는 우리도 몰랐다. 나한테도 전화가 많이 왔다"며 "심지어는 전교 회장들까지 불러서 교육청 예산이 삭감됐다는 성토대회식으로 계속 진행을 했나 보더라"라고 밝혔다.
고 부위원장은 "서울시 예산이 삭감됐다고 오세훈 시장이 시민이나 구청 직원들을 모아놓고 (불만을 표시) 하진 않는다"라며 "이건 의회 예산 심의권한에 대한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교육청은 여론전을 펼칠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예산 삭감으로 인한 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행사였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각 학교가 1~2월에 새 학기 주요 업무 계획을 세우는데, 예산 삭감으로 뭘 못하는지 안내가 있어야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하지만 모든 학교를 일일이 방문할 수 없어 그 지역 교육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신년 간담회 형식을 빌리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예산 삭감에 대해 시의회를 비난하는 차원이 절대 아닌 점을 분명히 한다"며 "예산 편성·심의 권한이 시의회에 있어 추경이 확보되지 않을 수 있는데,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은 학교 허리띠를 졸라매서라도 유지해달라고 당부하는 취지의 행사"라고 밝혔다.
교육청에 따르면 시의회 관계자가 지난 16일 교육청에 간담회 자료에서 감액된 사업 목록을 뺄 것을 강하게 항의, 요구했다.
이에 따라 지난 17일 성동광진교육지원청에서 열린 신년 간담회에는 다른 PPT 자료가 쓰였다.
24쪽에서 20쪽 분량으로 수정된 자료엔 '감액돼 못하는 사업' 대신 '추진할 수 있는' 사업들이 분야별로 소개됐으며, 종전 17쪽 분량이었던 '추경 미편성 시 변화되는 사업 현황'은 모두 빠지고 감액 사업 현황을 나타내는 표 하나만 남았다.
남은 두 신년 간담회에서는 '예산 감액 목록'이 빠진 수정된 자료가 사용될 예정이다. 오는 25일 강서양천, 26일 중부교육지원청 모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참석한다.
앞서 교육청의 올해 본예산은 당초 편성한 12조8915억원 중 5688억원이 시의회에서 삭감됐다. 교육청은 이를 이유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2월20일 시의회 임시회가 열리기 때문에 2월 추경이 가장 빠르다"며 "다른 시도 학생들은 받는 교육을 서울 학생만 못 받는 역차별이 발생하지 않게 전향적인 판단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knockro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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