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초불확실성 시대 사라진 경제 전망, 투박한 정책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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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전 세계 경제학자들의 지식 향연장으로 불리는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가 사흘간 열렸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향후 1~2년 사라질 수도 있고 경제에 내재할 수도 있을 만큼 결과의 범위는 광범위하다"며 전망 아닌 전망을 내놓았다.
연초 뉴올리언스에 모인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사실상 전망을 포기한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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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전 세계 경제학자들의 지식 향연장으로 불리는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가 사흘간 열렸다. 그동안 경제학계에서 내로라 하는 석학들은 매년 이 자리에서 세계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곤 했다. 이 과정에서 의견이 다른 학자간 격렬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경제 석학들은 지난 2년간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전쟁, 인플레이션,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 등을 겪은 세계 경제가 중대한 전환점(turning point)에 놓여 있다는 데 동의했다. 특히 ‘고물가·고금리 시대’에 접어든 세계 경제가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세계 경제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대다수 학자들은 지난 2년을 평가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반면, 앞날을 헤쳐나가야 할 방법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각국 정부가 팬데믹 기간 이뤄진 과도한 재정지출에 따른 부작용을 경계하고, 경기 침체에 대응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조언이 전부였다. 이번 총회에서 가장 자주 언급된 단어는 불확실성(uncertainty)이었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세계 경제가 코로나 이전의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로 돌아갈 가능성은 낮다”면서 전반적인 물가와 금리 수준이 높아지는 고물가·고금리 시대를 예고했다. 하지만 그 여파로 올해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대해선 서머스 교수도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발언으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총회 마지막날 행사장에서 만난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는 “예전 같으면 경제 전망을 놓고 ‘내가 맞다’며 토론하고 싸웠던 석학들의 태도가 ‘내가 틀릴 수 있다’로 바뀐 것 같다”고 평가했다. 최근 2년간 예상하지 못했던 전염병과 전쟁을 겪으면서 경제 전망이 크게 빗나가자, 자신감 넘치던 석학들도 신중해졌다는 설명이다.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데이비드 로머 UC버클리 교수는 그간 인플레이션 예측이 번번히 틀렸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전망하는 데 신중하고 겸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인플레이션 흐름을 묻는 질문에는 “사실 모른다(We don’t know)”라고 답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향후 1~2년 사라질 수도 있고 경제에 내재할 수도 있을 만큼 결과의 범위는 광범위하다”며 전망 아닌 전망을 내놓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와 월가 금융기관이 지난해 초 내놨던 2022년 경제 전망이 대부분 빗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뉴올리언스에 모인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사실상 전망을 포기한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확실한 것은 불확실성뿐’인 국면이다.
우리나라 또한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은 이미 1.7%로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을 예고했고, 민간 경제연구소도 줄줄이 성장 전망을 낮추고 있다. 반면, 국제 유가는 슬금슬금 올라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산유국의 감산 등으로 배럴당 100달러선이 다시 뚫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더 맹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중앙은행의 정책 시그널은 위험하다. 그리고 이 메시지를 믿고 ‘금리인하’에 베팅하는 것은 더욱 위험해 보인다. 정부와 중앙은행 모두 예기치 못한 리스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정교한 경제정책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정책 당국자들의 메시지도 정교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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