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보자" 특별한 재회 앞둔 박항서와 애제자, 덕담으로 뜨거워진 사제의 정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박항서(64) 감독과 베트남 축구 대표팀의 공식적인 인연은 이제 곧 마무리된다. 무엇보다도 사랑했던 제자들과의 이별을 아쉬워했던 박항서 감독이지만 그 중 특별한 애제자 한 명과는 머지않아 고국인 한국에서 재회할 수 있게 됐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태국 빠툼타니의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 태국과의 결승 2차전을 끝으로 베트남 사령탑으로서의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바랐던 AFF컵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준우승만으로도 큰 박수를 받은 박항서 감독이다. 지난 2017년 10월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이후 굵직한 기록들을 써내려온 그는 베트남 축구 역사를 완전히 새로 쓰며 국민적 영웅으로 등극했다.

박 감독은 준우승이 결정된 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지난 5년을 돌아본 소회를 밝히며 아쉬움을 삼켰다. 특히 그가 가장 슬퍼한 것은 정들었던 선수들과의 이별이었다. 박 감독은 "사랑하는 선수들과 같이 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며 같이 있었던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선수들과 헤어진다는 것이 가장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박항서 감독을 아버지처럼 따른 베트남 선수들도 슬픔을 숨기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당연히 그 진심들에 순위를 매길 수 없지만 그중 박항서 감독과 특별한 재회를 앞둔 응우옌 반또안(27·서울 이랜드FC)과의 인연에는 더욱 눈길이 간다.

1996년생의 반또안은 박항서 감독 아래서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물론 성인 대표팀에서 4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사제의 연을 맺어왔다. 반또안은 스승과 함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준우승, 2018 AFF컵(당시 스즈키컵) 우승 및 2019 킹스컵 우승을 일궈냈다.

서울 이랜드FC 입단을 알린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공격수 응우옌 반 또안. ⓒ서울 이랜드FC

그 결과 반또안은 지난 4일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됐다. K리그2에 속한 서울 이랜드가 반또안의 영입을 결정한 것. 이랜드는 "구단 최초 동남아 쿼터로 베트남 국가대표 측면 공격수 반또안을 영입해 팀 공격을 강화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에 따라 반또안은 지난 AFF컵 결승이 마무리된 후 박항서 감독 및 동료들과 함께 베트남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마지막 2차전이 태국에서 열렸고 마침 이랜드가 태국 촌부리에서 동계 전지훈련을 치르고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소속팀 훈련장으로 합류한 것.

박항서 감독과 반또안은 태국에서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눴다. 박 감독은 제자와 찍은 사진을 자신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업로드하며 "인생은 여행이며 여행은 곧 보상이다. 인내심을 갖고 자신의 여행을 믿어라. 행운이 가득하길 바라며 곧 서울에서 보자"는 메시지를 반또안에게 전했다.

반또안 또한 개인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5년은 선수에게 긴 시간이다. 그 5년 동안 박항서 감독님과 함께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베트남에 와서 우리와 동행해주셔서 감사하다. 베트남은 감독님을 사랑한다"며 화답의 메시지를 전했다.

아울러 그는 베트남 팬들에게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머무르는 법이다. 누구에게나 새로운 여행이 있다. 이랜드에서 활약할 저 반또안에게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인사를 건넸다.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