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고수되기] 福은 담고 허물은 감싸보세요…매듭진 마음이 풀릴 거예요

박준하 2023. 1.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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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하 기자의 하루만에 고수되기] (15) 보자기 포장
선물 종류따라 사용하는 천 질감도 달라져
생활용품엔 광목·고급품엔 양단 자주 사용
손잡이 병매듭은 등산용으로 장년층에 인기
해외 유명 패션업체, 가방 만들어 고가판매도
다양한 보자기 포장. 맨 왼쪽부터 수국매듭(앞), 손잡이 병매듭(뒤), 리본매듭, 궁중매듭이다. 포장에 태슬이나 꽃을 더하면 더욱 아름답다.

설 선물에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보자기다. 보자기로 포장된 선물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기분 좋게 만든다. 명절이 지나면 집에 고기나 과일 상자를 싸고 남은 보자기가 한장쯤은 생길 것이다. 버리기엔 아깝고,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번 호에 주목하자. 남는 보자기만 잘 활용해도 멋지게 선물을 포장할 수 있고, 장바구니를 대신할 가방도 만들 수 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가득한 보자기 포장의 세계로 들어가봤다.

“요즘은 보자기 포장이 대세죠. 보자기는 옛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없는 집이 없고,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거든요.”

보자기 포장을 배우려고 찾은 공방은 인천 남동구 하늘보자기. 심하늘 대표(36)의 공방에는 빨강·노랑·초록·파랑 등 총천연색 보자기로 가득했다. 그는 주부나 결혼이민여성을 위한 출강 경험이 많은 보자기 포장의 달인이다. 보자기 한장만 있으면 그의 손 위에서 마법처럼 꽃이 핀다.

보자기 포장 준비물은 다양한 천으로 만든 보자기와 투명한 고무줄만 있으면 된다.

보자기는 물건을 싸거나 덮으려고 자투리 천으로 만든 데서 출발한다. ‘복(福)을 싼다’는 말에서 유래해 조상들은 내용물을 보자기로 싸면 복이 간직된다고 믿었다. 보자기는 자신이 가진 것을 남에게 베풀고 나누거나 다른 이의 허물을 감싸는 포용력을 뜻하기도 했다.

수국매듭을 지을 땐 네 귀를 모은 다음 고무줄로 묶어 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게 핵심.

보자기 포장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전에 원단 공부는 필수다. 천에 따라서 포장 느낌도 달라지기 때문. 주로 쓰이는 건 리넨·광목·노방·공단·양단 등이다. 리넨은 마로 만든 원단으로 여름옷에 많이 쓰인다. 가벼운 선물을 전할 때나 깔끔한 포장 느낌을 내고 싶을 때 많이 사용한다. 광목은 목화로 짠 천연섬유다. 천연섬유면서 거친 느낌이 있어서 생활용품 포장에 잘 어울린다. 노방은 여성한복 안감으로 쓰는 비치는 소재의 천이다. 포장할 때 사용하면 내용물이 보여 좋고 은은한 멋이 있다. 공단은 리본이나 머리끈을 만드는 반질거리는 질감의 천으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원단이다. 가격이 저렴해 주로 명절 선물세트 포장에 많이 활용한다. 양단은 두가지 이상 실을 사용해서 두껍게 짠 직물로 색상이 화려하고 감촉이 좋아 고급선물 포장에 쓴다.

“선물에 따라서 사용하는 천의 질감도 달라요. 병 포장은 노방을 사용하면 실루엣이 보여 좋죠. 양단으로 포장하면 작은 선물도 값지게 보이고요.”

이날은 가장 기본적인 보자기 포장법을 배우기로 했다. 수국매듭·리본매듭·궁중매듭이다. 먼저 수국매듭은 포장했을 때 마치 수국꽃이 핀 것처럼 화려하고 풍성하게 꾸미는 포장법이다. 준비물은 보자기와 투명한 고무줄이다. 보자기 포장법의 가장 기초는 보자기 한가운데에 포장할 물건을 놔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자기 귀(끝)를 마주해 중간 지점을 잘 잡아준다. 그래야 완성했을 때 대칭을 이룬다.

준비되면 몸 앞에 마름모꼴로 펼친 보자기의 네 귀를 잡고 하늘로 올려 가운데로 모은다. 모인 네 귀를 고무줄로 두번 정도 묶은 다음 묶인 귀 끝을 일정한 길이로 편다. 그리고 묶었던 고무줄에 귀 끝을 다시 끼운다. 그러면 귀끝이 동그랗게 말려 마치 꽃잎처럼 만들어진다. 술병이나 동그란 물건을 포장할 때 좋다. 한번에 잘하려고 욕심을 내는 것보다 생수병으로 꾸준히 연습하면 손에 익는다. 2∼3분만 투자하면 그럴싸하게 포장할 수 있다.

“수국매듭은 꽃처럼 보이는 게 중요한데, 천이 겹친 부분은 젓가락을 넣어서 살살 펴주면 더 풍성해져요.”

리본매듭과 궁중매듭은 상자 포장에 주로 쓴다. 리본매듭은 마름모꼴 천 위에 상자를 올려두고 내 몸 쪽에 있는 귀를 위쪽 귀로 올려 상자를 감싼다. 반대로 위쪽 귀는 내 몸쪽으로 당긴다. 그러면 위아래에 있던 귀들이 상자를 감싸게 된다. 왼쪽·오른쪽 양 끝에 있는 귀를 리본 모양으로 묶으면 완성이다. 리본을 묶을 땐 일자로 매듭을 짓는 게 좋다.

궁중매듭은 옛 왕실에서 주로 쓰던 매듭으로 리본매듭을 응용하면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남는 천으로 매듭을 감싸서 네모난 손잡이를 만드는 것이다. 보자기 포장을 한 다음에는 매듭 진 부분에 태슬(술 장식)이나 노리개·꽃 등을 달면 훨씬 화려해 보인다.

생수병은 손잡이 병매듭으로 들고 다니면 간편하다. 인천=현진 기자

보자기 포장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매듭도 있다. 리본매듭으로 묶되 양 끝을 돌돌 말아 손잡이를 만드는 손잡이 병매듭은 등산이 취미인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좋다. 천으로 병을 감싸면 들기도 편하고 물도 떨어지지 않아 가방 젖을 일이 없다. 

장바구니를 가져오지 않는 날엔 가방에 있는 천 한장으로 훌륭한 보자기 가방도 만들 수 있다. 보자기를 마름모꼴로 펼치고 시계방향으로 1~4번 번호를 붙인 다음 1·2번, 3·4번 귀로 매듭을 만든다. 매듭 두개가 만들어지면 그걸 다시 묶는다. 만드는 법도 쉽고 모양도 아름답다. 해외 패션브랜드인 <브루앙>은 이 방법으로 만든 실크 소재 가방을 36만원 정도에 판매한 적도 있다.

최근 보자기 포장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종이포장은 버려야 하지만 보자기는 다리미로 다리기만 하면 새것처럼 쓸 수 있다. 오염돼도 세탁만 하면 금세 복원되는 것도 장점이다. 천이라서 부피 큰 물건도 담을 수 있고 잘 해지지도 않는다. 집에 남는 보자기를 한편에 쌓아 두지만 말고 새로 포장해 선물하거나 일상생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 어떨까. 

인천=박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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