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청년농부도 할 수 있다

김진환 백련동편백농원 팀장 2023. 1. 2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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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달도 벌써 중반에 접어들었다.

숲에서 생활하는 나는 어느새 봄이 한발짝 다가왔다는 것을 아침부터 느낀다.

봄과 여름이 지나고 가을 또 겨울이 되면, 농산물을 수확하는 농부의 마음으로 지나온 한해를 잘 지냈는지 살펴보게 된다.

우리 농원에서 지속적으로 지역주민들과 진행한 '내 꿈 심고 나무 심고' 프로그램이 선정된 것인데, 특히 탄소 발자국을 줄이면서 사람들이 숲을 배움터로 삼는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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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달도 벌써 중반에 접어들었다.

숲에서 생활하는 나는 어느새 봄이 한발짝 다가왔다는 것을 아침부터 느낀다. 숲의 색상이 변하고 향이 달라졌으며 보이는 동물들의 모습들도 조금씩 달라졌기 때문이다.

봄과 여름이 지나고 가을 또 겨울이 되면, 농산물을 수확하는 농부의 마음으로 지나온 한해를 잘 지냈는지 살펴보게 된다. 내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으나 무심코 지나친 이웃은 없었는지, 좀더 여유롭게 그 순간을 만끽해야 했을 행복한 순간은 없었는지 말이다.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나로서는 참 뜻깊은 일도 있었다. 재작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선정 주민 참여 부문 우수 사례에 뽑힌 일이다. 우리 농원에서 지속적으로 지역주민들과 진행한 ‘내 꿈 심고 나무 심고’ 프로그램이 선정된 것인데, 특히 탄소 발자국을 줄이면서 사람들이 숲을 배움터로 삼는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국내 최초 국제인증 획득이라는 점도 주목받았다.

특히 나로서는 주민이 참여한 프로그램이 우수 사례로 선정되었다는 게 더 뜻깊었다. 항상 지역주민과 마을, 혹은 다 같이 더불어 사는 걸 생각하며 진행했던 부분이 좋은 결과로 나타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를 이루는 데 7∼8년의 시간이 걸렸던 것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것 같다. 과연 도시에서 내가 무엇을 했다면 이런 성취를 이뤄낼 수 있었을까?

대학교를 졸업한 후 군대를 마치고 시작한 일이 벌써 10년이 됐다. 돌이켜보면 대학생 때까지는 농촌에 남지 않으려고 정치외교학이란 전공을 택했고 군대 역시 일부러 전남이 아니라 경기 포천에서 생활하고 전역했다. 그리고 돌고 돌아 부모님이 계신 농촌에서 농부라는 평생직업을 선택하게 됐다.

요즘은 내 또래 청년들이 농촌으로 많이들 내려와 다양한 것을 시도하는 것을 여러 매체에서 볼 수 있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거나 농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어본다든지, 농촌 여행이나 놀이를 새롭게 창조하는 사례도 종종 본다. 물론 이들은 도시 청년들보다는 조금 느리고 방향을 잡는 데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주변에 있는 농촌 사람들과 함께 말이다. 농촌의 많은 어르신들, 외부에서 정착하기 위해 내려온 수많은 귀농·귀촌인, 멀리서 함께 모인 다문화가정들, 이들과 함께 우리 청년들이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야말로 농촌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라 생각한다.

10년, 20년 장기적으로 보고 결정해야 시간이 지나 결국 다른 일을 찾아 농촌을 떠나지 않게 되기에 처음부터 조금씩 주변을 살펴보고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안정적으로 많은 분들과 함께하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아이템이나 공격적인 판매 전략도 좋지만 농촌만이 갖고 있는 장점을 잘 포착해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것. 바로 이것이 장기적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나는 앞으로 주민들과 무엇을 또 만들까? 물론 고민과 도전이 뒤따르겠지만 그 안에서 즐거움을 또 느끼지 않을까 싶다.

김진환 (백련동편백농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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