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 희망일기] ‘딸기 육종’ 10년만에 성과…“프리미엄 품종으로 일본 앞설것”
‘홍희’ 품종보호대상 등록 쾌거
뛰어난 유전 형질 최대한 획득
생산성 높고 병 저항성도 강해
전량 백화점 납품·미국 진출도
“올해부터 재배농가 본격 확대”
“세계 시장에서 일본 딸기와 경쟁해도 이길 수 있는 프리미엄 딸기를 만드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충남 홍성군 갈산면 동산리에서 딸기 육종과 생산을 함께 하는 농업회사법인 ‘헤테로(대표 최이영)’. 임직원이라고 해봐야 최이영 대표와 곽창순 최고기술책임자, 단 2명뿐인 조그마한 법인이지만 신품종을 육성해내며 국내 딸기산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딸기를 능가하는 품종을 만들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우고 육종에 매진한 지 10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그 성과는 바로 최근 품종 등록을 완료한 <홍희>다.
최 대표는 2012년부터 신품종 육성에 들어가 2020년에 마침내 <홍희>를 내놨다. 2년여간 심사를 받은 끝에 2022년 12월28일 국립종자원에 품종보호 대상으로 등록되는 쾌거를 올렸다. 지방자치단체나 국가 연구기관도 아닌 민간업체가 그 어렵다는 딸기 육종에 성공한 보기 드문 사례다.
최 대표는 “<홍희>의 가장 큰 특징은 단교배가 아닌 ‘배수체 육종’ 방식을 사용해 여러 우수 품종으로부터 뛰어난 유전 형질을 최대한 획득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수체 육종에 활용한 유전자원은 원예학을 전공하던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육종회사에 다니던 시절까지 직접 수집한 것으로 수천 계통에 달한다”고 밝혔다.
배수체 육종이란 품종이 가진 염색체나 유전체를 양적으로 배가시켜 경제적으로 이로운 특성을 만들어내는 돌연변이 육종을 말한다. 우장춘 박사가 씨 없는 수박을 만든 방식이 바로 배수체 육종이다.
배수체 육종으로 태어난 <홍희>는 여러 우수한 형질을 가진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딸기의 절대다수(약 90%)를 차지하는 <설향>을 뛰어넘을 정도라는 것. 무엇보다 생산성에서 <설향>을 앞선다. 홍성군농업기술센터는 2020년부터 <홍희>를 실증 재배한 결과 10a(300평)당 생산량이 4483㎏으로 3918㎏인 <설향>보다 14.4% 많았다.
실증 재배를 담당하는 안형균 군농기센터 연구사는 “딸기 농가들이 <설향>을 많이 재배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생산량이 많기 때문인데, <홍희>는 이런 <설향>보다도 수량이 많아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안 연구사는 실증 재배로 <홍희>의 주요 특성을 파악해 재배 매뉴얼을 정립했고 농가를 대상으로 컨설팅도 했다.
<홍희>는 생산성뿐만 아니라 병에 대한 저항성도 좋다. 최 대표는 “시듦병·탄저병·역병에 대한 저항성이 매우 우수해 병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정도”라고 강조했다. 딸기농가의 소득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가 각종 병 발생에 따른 생산량 감소라는 점을 고려하면 딸기 농가에 희소식이다.
다만 환절기 재배 환경이 급변하거나 온실 내부가 고온·건조할 때 흰가루병이 발생할 수 있어 유황 훈증기 사용을 권장한다고 군농기센터는 밝혔다.
<홍희>는 수출에도 적합한 품종이라는 설명이다. 바나나처럼 후숙이 잘되는 데다 조금 덜 익은 상태에서도 당도가 높다보니 수출국에 도착한 이후에도 최상의 품질을 장시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헤테로는 현재 홍성지역 6농가 등에 <홍희>를 보급했다. 이들 농가가 재배하는 <홍희>는 전량 현대백화점·신세계백화점에 납품한다. 납품 가격도 높아 <설향>에 비해 1㎏에 5000원 이상 더 받는다. 품질 기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백화점에 <홍희>를 납품한다는 것 자체가 높은 상품성을 말해주는 셈이다.
<홍희>는 미국시장 진출이라는 대단한 성과도 거뒀다. 미국에서 농업 스마트팜 사업을 하는 한 회사에 로열티를 받고 <홍희> 특허권을 최근 판매한 것. 국내 민간에서 육종한 품종이 미국시장에 진출한 것은 <홍희>가 최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헤테로는 올해부터 농가를 조직화해 재배농가를 본격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지난해에 비해 농가수가 10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군농기센터와 협력해 모종을 공급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딸기 육종’이라는 어려운 길을 걷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설향>이 국내에서 일본 딸기 품종을 대체하는 대단한 일을 해냈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현대자동차가 국내에서 많이 팔린다고 독일이나 일본 차보다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죠. 동남아시장 등에서 일본 딸기가 한국산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일본 딸기를 품질에서 확실히 앞설 때까지 헤테로의 육종은 계속될 겁니다.”
홍성=서륜 기자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