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의 1위' KGC 에이스 변준형 "독주 비결은 탄탄한 팀 밸런스"
유기적인 플레이와 속공 농구가 승리 원동력
코리안 어빙? 이젠 돈치치 닮고 싶어
군 입대 전 통합우승 목표
“팀의 전체적인 균형과 호흡이 워낙 좋아요.”
한국프로농구(KBL) ‘부동의 1위’ 안양 KGC인삼공사의 에이스 변준형이 독주의 공을 동료들과 코칭스태프에게 돌렸다. 18일 경기 안양실내체육관에서 만난 그는 “오세근 문성곤 양희종 등 형들이 중심을 잘 잡아주고, 오마리 스펠맨 등 용병들과도 오랜 호흡을 맞춰 유기적인 팀플레이가 가능하다”며 “올 시즌 아시아쿼터로 팀에 새로 합류한 렌즈 아반도도 팀에 잘 적응을 해 팀이 잘 나가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팀원들이 탄탄하다 보니 (김상식) 감독님이 주문하는 속공 플레이가 살아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KGC인삼공사는 전체적인 밸런스가 잘 잡힌 팀이다. 19일 현재 경기당 평균득점 1위(83.6위) 3점슛 2위(9.6점) 어시스트 2위(18.7개) 리바운드 3위(36.5개)로 대부분의 기록에서 리그 상위권에 올라 있다. 사실 올 시즌 초반만 해도 KGC인삼공사가 이 같은 성적을 낼 것이라 예상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10승 무패 우승’을 달성했던 김승기 감독과 리그 최고 슈터 전성현이 고양 캐롯으로 적을 옮겼고, 벤치 멤버가 약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KGC인삼공사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개막 이후 단 한 차례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팀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지만, KGC인삼공사 돌풍의 중심에는 변준형이 있다. 그는 팀 내 최다 어시스트(평균 4.9개·리그 3위)로 동료들의 플레이를 뒷받침하며 70%가 넘는 팀 승률(22승 9패·승률 71%)을 견인 중이다. 실제로도 그는 “스펠맨의 슛을 살려주려 노력하고 있고, 개인 기량이 뛰어난 아반도는 상대와 1대 1 대결을 많이 할 수 있게끔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볼 핸들러’로서 선수 개개인의 특성에 맞춰 경기를 운영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 면에서 김상식 신임 감독과의 궁합도 좋은 편이다. 변준형은 "감독님은 선수들의 다양성을 최대한 살려주려 한다"며 "특히 공격 상황에서 자유롭게 플레이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변준형의 플레이 스타일은 그가 동경하는 선수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미 프로농구(NBA) 최고의 테크니션인 카이리 어빙(브루클린 네츠)에 빗대어 ‘코리안 어빙’이라 불리고 있지만, 정작 푹 빠져 있는 선수는 댈러스 매버릭스의 가드 루카 돈치치다. 변준형은 “어빙은 개인기 위주로 화려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지만, 돈치치는 팀원들에게 찬스를 뿌려주는 등 ‘플레이메이킹’을 할 줄 아는 선수”라며 “돈치치의 경기를 찾아보면서 그를 따라 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신발도 돈치치의 시그니처 농구화인 ‘루카’를 신고 있다.
로테이션 멤버들의 활약도 큰 힘이다. 야전사령관이 눈여겨보고 있는 벤치 멤버도 궁금했다. 이에 대해 변준형은 “나는 아직 원정 경기를 가면 아이스박스를 옮기는 처지라 누굴 평가할 위치가 못 된다”라며 웃었다. 거듭되는 질문 끝에 그는 조심스럽게 “최근 준주전멤버로 활약 중인 (박)지훈이 형은 당연히 큰 힘이 되고, (오)세근이형이 체력적으로 힘들 때는 (김)경원이나 (한)승희가, 아반도가 힘들 때는 (정)준원이 형이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전·비주전을 가리지 않고 모든 동료와 찰떡 호흡을 자랑하는 그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잠시 팀원들 곁을 떠나야 한다. 5월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 예정이다. 그러나 전혀 심란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군 복무 동안에 내가 부족한 부분을 많이 연습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또 프로생활 중에 입은 잔부상까지 치료하고 나오면 인생의 좋은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함께 입대하는 팀 동료 한승희와 전현우, 우동현(이상 대구 한국가스공사) 등 농구계 동료들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변준형은 “고교·대학 후배들도 많이 입대해서 재밌게 지내다 올 수 있을 것 같다”며 “(전)현우가 ‘상무에 가면 다른 종목도 다 배울 수 있다’면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보고 오자’고 했다”고 전했다.
변준형은 입대 전 마지막 시즌인 올해 반드시 통합우승을 이루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정규리그를 우승하고, 챔피언결정전에 가서도 트로피를 들면 군 생활 내내 너무 행복할 것 같다. 그렇게만 되면 국방부 시계도 빨리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웃었다.
안양=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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