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노동계 연초부터 '강대강'…"작년 숙제도 못 했는데 압수수색까지"

'간첩단' 의혹 민주노총 본부 압색…노동계, 7월 총파업 맞불
노란봉투법 여전히 국회 계류…안전운임제 대신 표준운임제 갈등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 사무실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 상자를 들고 나가고 있다. 2023.1.18/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연초부터 노동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노란봉투법과 화물차 안전운임제 등 아직 풀지 못한 숙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간첩단 사건과 건설노조 비리 수사를 이유로 전방위 압수수색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민주노총은 7월 총파업을 예고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물가상승에 따른 임금인상 요구와 경기침체로 일자리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노동계의 투쟁 강도는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국정원 동원 노동탄압·공안통치 부활, 윤석열 정권 규탄 긴급기자회견' 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1.1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국정원 '간첩단 이슈' 민주노총 본부 압색…경찰은 건설현장 '불법행위' 양대노총 압색

20일 경찰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 수사를 위해 민주노총 본부와 보건의료노조 사무실, 광주 기아자동차 노조원의 자택 등 10곳 안팎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방첩당국은 제주 'ㅎㄱㅎ' 사건 수사 도중 단서를 포착해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과 경찰은 제주지역 진보정당 전현직 간부와 농민단체 간부 등이 조직한 '한길회'의 초성을 딴 것으로 추정되는 'ㅎㄱㅎ'을 수사하며 이들이 북한으로부터 반정부 투쟁,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 지령을 받아 이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수사 대상은 민주노총 핵심간부 등 4명으로 모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정원 등이 이들의 사무실이나 거주지를 동시에 압수수색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수사 대상 4명 중 민주노총 핵심간부 A씨의 행적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노동조합의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수사 중인 경찰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8개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건설현장 불법행위 수사는 윤희근 경찰청장의 국민체감 3호 약속이기도 하다. 윤 청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서도 강력한 수사 의지를 나타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8일부터 오는 6월25일까지 200일간 '건설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진행 중이다.

국정원과 경찰에게 압수수색을 당한 민주노총은 7월 총파업을 예고하며 맞섰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역사 유물로 사라진 국가보안법이 대통령 한 명에 의해 다시 부활했다"며 "반민주 반노동 정권에 맞서 당당히 싸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5월1일 노동 총궐기와 7월 총파업 투쟁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18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국토교통부 주최로 열린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 공청회에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손 피켓을 들고 참석하고 있다. 2023.1.1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노란봉투법 여전히 국회 계류…일몰된 안전운임제 대신 표준운임제

지난해부터 이어져 오던 정부와 노동계간 갈등요소도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지난해 말 노동계가 파업에 나서면서까지 요구하던 노란봉투법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중이다. 일몰된 안전운임제는 정부가 강제성이 없는 '표준운임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일 임시국회를 단독으로 소집하며 노란봉투법 등 긴급한 민생현안을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오는 등 처리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현행 노조법 2조의 '근로자' 정의에는 비정규직과 간접고용·특수고용 근로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근로자'의 정의를 확대해 노동자의 사각지대를 해소하자는 게 이들의 요구다. 또한 노조법 3조에는 노조 탄압 수단으로 악용되는 기업의 손해배상 소송 일부를 제한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 힘이 노란봉투법에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일부(노조법 3조)만을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임시국회 기간 내 법안 통과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화물연대 파업의 핵심 갈등요소였던 안전운임제는 지난해 말 일몰된 후 정부가 '표준운임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지난 18일 한국교통연구원 발표안에 따르면 표준운임제에는 안전운임제에서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지 않는 화주(화물운송을 위탁하는 기업)에게 500만원을 부과하는 처벌 조항이 삭제됐다.

안전한 운전을 위해 최소한의 운송료 보장을 원하는 화물연대 입장에서 정부안을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