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금리가 있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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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영향으로 주택 매수자 역대 최저', '금융당국의 법정 최고금리 인상 검토', '한국은행 사상 처음으로 7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 '기준금리와 시중금리의 역전'.
이들이 벌인 논쟁에 대한 결말은 당대에 볼 수는 없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초저금리 상황을 보면 바스티아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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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챈슬러 지음/임상훈 옮김/위즈덤하우스/616쪽/3만 3000원
금리 설계자들의 성공·실패담부터 금리 형성과정까지… 흥미 있게 풀어낸 금융역사 지침서
‘고금리 영향으로 주택 매수자 역대 최저’, ‘금융당국의 법정 최고금리 인상 검토’, ‘한국은행 사상 처음으로 7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 ‘기준금리와 시중금리의 역전’.
신문이나 방송에는 하루가 멀다고 금리와 관련된 뉴스가 등장한다. 자주 듣다 보니 익숙하기는 하지만 막상 ‘금리’에 대해 설명해 보라고 하면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금리는 말 그대로 돈의 가격을 말한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팔 때 가격이 있는 것처럼 돈을 빌려주고 받는 금융시장에서도 일종의 가격이 형성된다. 자금 수요자가 공급자에게 자금을 빌려준 것에 대한 대가로 지급하는 이자나 이자율이 바로 금리이다. 이렇게 간단하게 정의되는 금리의 미세한 변동이 경제 시스템을 좌우하는 이유는 뭘까. 더 나아가 금리라는 것은 언제 생긴 것이며, 꼭 필요한 것일까.
이 책에서는 “태초에 대출이 있었고, 대출에는 이자가 붙었다”며 인간이 거래를 시작하면서 금리는 필연적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고 투자은행에서 금융실무를 담당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그 덕분에 전작인 ‘금융투기의 역사’에서는 건전한 투자심리가 종국에 투기적 광기의 모습으로 변질돼 나타나는 것을 속도감 있게 그려 호평받았다. 이 책에서는 금리라는 것을 설계하는 사람들의 성공담, 실패담과 함께 금리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흥미 있게 풀어내고 있다.
책은 1849년 프랑스 국회의원 두 명이 ‘인민의 소리’라는 신문 지면을 통해 벌인 논쟁으로 시작하고 있다. 논쟁을 벌였던 이들은 무정부주의자 피에르 조제프 프루동과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고전파 경제학자 프레데릭 바스티아다. 프루동은 초저금리는 노동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바스티아는 제로에 가까운 저금리는 오히려 저소득층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이 벌인 논쟁에 대한 결말은 당대에 볼 수는 없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초저금리 상황을 보면 바스티아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경제 사건으로 꼽히는 미시시피 버블이 어처구니없이 결투 중 사람을 죽여 교수형을 선고받았다가 탈옥해 프랑스로 도주한 범죄자 때문이라는 내용도 눈길을 끈다. 범죄자는 다름 아닌 애덤 스미스 이전 최고 경제학자로 꼽히는 존 로이다. 프랑스 중앙은행을 설립해 총재가 된 로는 루이14세 통치 기간에 발생한 재정 파탄을 회복하기 위해 초저금리로 프랑스 식민지인 북미 미시시피 강변 루이지애나 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결과는 생각처럼 굴러가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2008년 이후 영국에서 발생한 주택 위기가 주택 건설 부족 때문이 아닌 초저금리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비트코인 투자 열풍은 ‘고전적인 거품’을 닮았으며 광기라고 비판하는 부분에서는 한국의 경제 상황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저자는 여러 사례를 통해 규제당국의 개입으로 저금리 또는 고금리를 유지하려는 시도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단언하고 있다. 영악한 금융업자들이 늘 허점을 찾아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경제학에서 마법 주문 같은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 두면 금리는 자연 수준을 찾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그렇지만 저자 스스로 언급했던 탐욕스러운 자본가, 영악한 금융업자들이 보이지 않는 손을 가만히 놔둘지는 의문이다.
유용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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