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최양희 한림대 총장 “18개 시·군 아울러 강원발전 싱크탱크 역할하겠다”

정민엽 2023. 1. 2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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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사립대만의 특징 보여줄 것
정부, 글로컬 대학 선정 계획
국내 대학 중 한림대 적격자
시·군 전략사업에 대학 브레인 활용
강원특별자치도 민간도 참여 필요
어린이·노인 강원특자도 체감해야
전국적 지지와 의견을 수렴할 것
디지털 대전환 욕심 먼저 갖고
모든 자료들 디지털로 이동을
그 후 데이터끼리 연결·활용 강구

최양희 한림대 총장의 2023년은 ‘지역’으로 요약된다. 한림대가 18개 시·군을 아우르는 싱크탱크 역할을 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고 반도체와 디지털 전환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강원특별자치도 범국민추진협의회장을 맡아 강원특별자치도의 성공적인 정착에도 힘을 보탠다. “강원도가 조금 부족하기 때문에 더 자유롭게 모든 분야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최양희 총장을 최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 최양희 한림대 총장이 최근 집무실에서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양희 총장은 “강원도가 조금 부족하기 때문에 더 자유롭게 모든 분야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영

■ 취임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스스로 변화를 말하기는 그렇지만 객관적인 지표들이 변했다. 한림대 교수와 학생, 직원, 동문, 학부모까지 한림대학의 가치를 조금 더 느꼈다는 점을 변화로 꼽고 싶다. 학교를 혁신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공감대도 형성돼 가고 있다. 입학충원율과 등록률 모두 100%를 달성했고 취업률도 예전보다 3% 이상 좋아졌다. 연구·교육실적도 국내외 순위에서 상승했다. 모든 구성원들이 조금이나마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 성과다.”

■ 올해 역점적으로 추진하려는 분야는.

“올해는 부임한지 3년째가 되는 해이고 지난해 처음으로 한림대에서 4계절을 보냈다. 올해는 사립대학만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 구체적으로 몇 가지 사업을 시작하려 한다. 학내에서 할 수 있는 게 있고 지역과 함께 하는 사업도 있다. 학내의 경우 ‘마이티 한림 캠퍼스’를 시작한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학과들이 대학을 어떻게 변신시키겠다는 안을 만들어 내고 추진 계획을 제출하면 심사를 통해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할 생각이다. 명품 그룹이 탄생하고 명품 학과가 탄생할 것이다. 리더십 있는 조직이 만들어질 수 있다.”

■ 지역과 함께하는 사업은 어떤 게 있을까.

“‘마이티 한림 캠퍼스’와 비슷하다. 한림대가 물리적으로는 작은 공간일 수 있지만 춘천시, 강원도 전역에 퍼뜨려서 건물을 가진다거나 협력 센터를 지정해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한다. 한림대학이 18개 시·군을 아울러 결합하는 구조로 발전하려 한다. 사립대학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최근 교육부에서 대통령 업무보고 때 지역대학을 어떻게 발전, 지원하겠다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라이즈(RISE) 사업인데 지역에 글로컬 대학을 시범적으로 올해 몇 곳을 선정하겠다고 돼 있다. 한림대가 국내 모든 대학 중 적격자다. 이미 지역과 협력하려는 마인드도 있고 혁신의 아이콘인 복수전공 필수화, 융합전공, 글로벌대학 등의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운영되고 있다. ‘한국 대학이 이렇게 해 나가야 된다’는 모습을 보여줄 그런 계획을 야심차게 준비 중이다.”

■ 취임했을 때부터 지역과 함께하는 대학을 강조하고 있다. 또 다른 계획이 있다면.

“대학이 모든 교수들, 학과들이 담 안에만 있으면 안된다. 담을 다 허물고 대학이 밖으로 나가고 춘천시·강원도, 지역사회가 캠퍼스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드나듦이 아주 거리낌없이 자유로워야 한다. 도서관을 쓸 수 있다, 체육관을 쓸 수 있다는 문제가 아니라 파트너처럼 소통하고 어울리고 같이 일을 하고 협력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 언론사에서는 교수들과 특집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어야 하고 기업들은 한림대에서 연구·개발도 하고 학생 인턴도 실시하고 글로벌 진출을 기획해야 한다. 춘천시나 강원도는 전략사업을 발굴할 때 대학의 브레인을 활용해야 한다. 대학이 싱크탱크 역할을 맡겠다는 거다.”

■ 대학의 준비도 필요할 것 같은데.

“물론이다. 대학의 연구기관을 좀 더 활성화 해야 한다. 한림대에 7~80개의 연구소가 있지만 크게 묶어서 3개의 대표 연구원을 정했다. 이 조직을 중심으로 지역과 협력하고 사업을 만들어낼 것이다. 하나는 인문사회계열이고 하나는 의료·바이오계열이다. 또 다른 하나는 AI분야다. 그중에서도 도헌학술원은 인문사회 교육의 대표로 아시아문화, 한문연구, 다양한 인문사회 계통을 포함하고 있다. 2월에는 반도체와 관련해 삼성, SK하이닉스 대표들이 와서 토론을 한다. 대학이 무엇을 해야 되는지 자기 임무를 확실하게 깨닫고 방법을 발굴한 다음에 이를 추진해 업적을 내야 한다. 우리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 전국적으로 지역대학의 위기라는 지적도 있는데.

“모든 대학이 위기라고 하지만 ‘생존의 위기’는 적절한 단어가 아니다. 정말 대학 문을 닫아야 할 지경에 처한 곳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치고 나가는 대학들은 이를 기회로 여겨야 한다. 지금같은 상황이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라고 보고 새로운, 과감한 정책을 기획해서 앞으로 나가야 한다. 어렵다고 주춤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 문화, 경제, 스포츠까지 우리나라의 저력은 대단하다. 하지만 대학이 치고 나가질 못하고 주춤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기 임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더 노력해야 한다. 더 나가고 더 뛰어야 한다.”

■ 정부가 AI·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를 강조하고 있는데 한림대는 잘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I와 반도체는 21세기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다. 못 따라가면 도태되는 것이고 경쟁력을 잃는 것이다. 다행히 한국은 반도체에서는 세계적인 기반을 구축했다. 하지만 메모리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는 명함을 내밀기 어려운 상태다. AI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 결국 기업이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기업은 무엇으로 일을 할까. 대학에서 배출한 인력이 핵심이다. 대학에서 배출한 인력, 대학이 만들어 낸 연구 결과로 기업이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에 기업과 대학은 뗄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이 AI나 반도체, 신기술에 대해 앞서나가야 하는데 대학 자체가 이를 잘 이해하고 도입해야 한다. 대학 자체에 데이터가 쌓여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한림대는 지금까지 잘 준비해오고 있다.”

■ 강원도가 반도체 산업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조언할 점이 있다면.

“강원도가 특별자치도의 비전을 ‘미래산업 글로벌 도시’로 정했다. 과거 산업, 과거 경제로는 갈 수 없다. 강원도는 모든 지표가 평균보다 약간 아래에 있다. 어떻게 보면 위기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그만큼 자유롭다. 제주도는 관광에 메여 있다. 다른 것을 생각하기 어렵다. 강원도는 장악하는 분야가 없기 때문에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비전을 미래산업이라고 정한 점은 굉장히 잘했다고 생각한다. 반도체로 정하면 반도체만 해야 한다. 반도체는 분야가 굉장히 넓다. 5년 뒤, 10년 뒤 어떤 모습으로 어떤 시장구조를 가질 지 알 수 없다. 메모리 반도체만 쳐다보는 것은 실책이다. 강원도 뿐만 아니라 춘천, 원주가 반도체의 본질을 이해하기 시작하고 미래를 내다보고 어떤 역할을 할 지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바람직하다. ‘10년 뒤, 20년 뒤 어떻게 커져나갈까’라는 상상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 강원특별자치도 범국민추진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특별자치도는 공공의 영역에서 이뤄져왔다. 정치권에서 법안을 만들고 도청에서 부서를 만들어 관련 법령 검토 등 행정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공공 뿐만 아니라 민간도 함께 참여해야 한다. 대학도 있고 산업도 영향을 받는다. 어린이와 노인도 강원특별자치도를 체감해야 한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성공하려면 강원도민들끼리만 논의해 결정해서는 안 된다. 전국적으로 지지해 줘야 하고 의견을 내야 한다. 강원도민들이 전국적으로 많이 살고 있고 강원도 밖에서 강원도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범국민이라는 체제를 갖추고 협의회를 만들었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생겼는데 왜 생겼는지, 어떻게 하는건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점을 도와줘야 하는지 설명하고 강원도 안팎이 원팀이 되도록 소통하는 조직이다.”

■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 강원도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우선 갖고 있는 자료들을 다 디지털로 옮겨놔야 한다. 소위 빅데이터를 만드는 작업이다. 그다음에는 그 데이터를 연결해야 한다. 혼자 뚝뚝 떨어져 있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 세번째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데이터를 보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대전환에 대해 강원도는 완벽하게 하겠다는 욕심이 먼저 생겨야 한다. 교통정보, 버스정보를 만드는 것은 낮은 수준이다. 방법은 많다. 예산과 의지가 필요하다. ‘그냥 잘 하겠다’가 아니라 ‘강원도가 전국 1등을 하겠다’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 3년 내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적은 재원만 투입해도 금방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정리/정민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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