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짜리 1천원 깎아준다" 지역상품권, '2G 폰' 노인들에겐 '남 얘기'
정부가 설 연휴를 앞두고 재래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을 정가 대비 최대 1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지만 정작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노령 시민들의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낮 1시께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 경동시장에는 설 연휴를 앞두고 장을 보러 온 시민들로 붐볐다. 시민들은 한 손에는 장바구니, 다른 한 손에는 짐 수레를 끌고 경동 시장으로 들어가는 횡단보도 앞에 줄을 섰다. 시장 입구 근처에 걸린 현수막은 비플제로페이 앱(애플리케이션)에서 모바일 온누리 상품권을 구매하면 10% 할인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비플제로페이는 온누리상품권, 지역사랑상품권을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는 전용앱이다.
이날 김예진씨(27)는 현수막을 보고는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김씨가 비플제로페이 앱을 깔고 온누리 상품권을 구매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5분 남짓. 김씨는 9000원을 주고 1만원짜리 모바일 온누리 상품권을 구매했다. 김씨는 경동시장 내 견과류 가게에서 1만원짜리 아몬드를 집어 들고 스마트폰으로 결제했다.
스마트폰을 활용할 수 없는 노인들의 사정은 다르다. 국거리, 장조림용 소고기를 사기 위해 정육점에 들른 신모씨(75)씨는 제 값인 6만원을 주고 물건을 샀다. 이 가게는 '제로페이 가맹점'이라고 팻말까지 붙인 곳이다. 모바일 온누리 상품권을 이용하면 6000원은 아낄 수 있었던 셈이다. 신씨는 "나같은 노인네들은 그런거 할인해준다고 해도 모른다"며 "쓸 줄도 모르고 귀찮아서 못 쓴다"고 말했다.
대다수 취약계층 노인이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다. 노령층 이용자가 스마트폰을 통해 개인정보 인증을 거쳐 모바일 상품권을 받기는 어렵다. 이날 기자가 시장에서 만난 70~80대 노인 5명도 모두 스마트폰이 아닌 폴더형 2G 핸드폰을 쓰고 있었다.
조여순씨(74)는 모바일 온누리 상품권, 서울사랑상품권을 이용해봤냐는 질문에 오히려 "그게 뭐냐"고 되물었다. 그는 "온종일 폐지를 주우면 5000원 정도 번다"며 "요즘은 물가가 올라서 힘들어 죽겠는데 이런 건 할 시간도 없고 할 자신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홈페이지와 전단 광고를 통해 모바일 상품권 발급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김미자씨(68)는 평소 스마트폰을 이용하긴 하지만 서울시가 만든 전단광고를 보고는 손사레를 쳤다. 그는 "글씨도 작고 내용도 복잡해서 혼자서는 할 자신이 없다"며 "며느리랑 손자들이 이번 설에 놀러오는데 그 때 차라리 부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매년 발표하는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70세 이상 노인의 스마트폰 이용률은 47%였다. 70대 노인 10명 중 5~6명은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셈이다. 10대부터 60대까지 스마트폰 이용률이 98%를 넘은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최근 설 연휴를 앞두고 각 지자체들은 시민들의 고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저렴한 가격에 상품권을 판매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지난 1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온누리상품권 특별판매한다. 100만원짜리 상품권을 최대 10% 할인 받아 90만원에 살 수 있다.
이렇게 구매한 온누리상품권은 서울시의 경우 가맹점 1만2900여곳에서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여기엔 전제조건이 붙는다. 모바일로 상품권을 구매하거나 충전식 카드형 상품을 구입할 때만 최대 할인율이 적용된다. 지류형 온누리상품권 역시 은행에 직접 방문해 구매할 수 있지만 할인율이 5%에 그친다.
서울시가 자치구별로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발행한 서울사랑상품권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사랑상품권은 자치구 내에서 7% 할인된 금액으로 1인당 70만원까지 구매할 수 있다. 서울사랑상품권 역시 '서울페이플러스'를 비롯해 티머니페이, 신한 쏠, 머니트리, 신한플레이 5개 앱에서만 결제 가능하다. 서울사랑상품권 가맹점은 서울 시내에 28만개에 달한다.
자치구에서 발행하는 상품권은 이용자 편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들은 한 두 번의 클릭만으로도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앱을 다운 받아서 상품권을 받기 보다는 문자 메시지로 바로 바코드를 보내줘서 쉽게 사용하는 편이 낫다. 노인 돌봄 서비스 생활지원사들이 이런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알려주는 식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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