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노동·낭비 이제 그만… 차례상도 선택과 집중 시대

김여진 2023. 1.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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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 간소화를 돕기 위한 설 음식 이상형 월드컵 16강
만두 저장성 좋고, 삼색나물 여러 음식과 호환성 으뜸
퇴계 이황 종가댁 차례상 과일·포·떡국·두부전 4가지가 전부

설 음식은 명절이 기다려지는 이유인 동시에 명절 스트레스의 최대 원인이기도 하다. 물가가 치솟은 요즘, 가사노동은 물론 식자재 구매 부담도 크다. 상다리 부러지는 차례상은 전통 예법과도, 요즘의 문화와도 맞지 않다. 성균관은 지난해 추석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해 간소화 원칙을 강조했다. 강원도민일보 문화부가 설 음식 이상형 월드컵 16강 대진표를 만들었다. 가족들이 선호하는 음식들로 빈칸을 채워보자. 4∼8강 진출 음식들로 차례상을 꾸리고, 우승 음식에 조금 더 공들이면 될테다. 음식 문제로 갈등은 그만. 불필요한 노동과 음식 낭비를 과감히 줄이고, 맛있는 대화에 집중하자. 가족들의 입맛 취향을 알아가는 기회도 될 듯하다.

떡만둣국 VS  소고기뭇국

떡만둣국┃강력 우승후보. 북쪽은 만둣국, 남쪽에서는 떡국이 익숙하다. 경기와 강원지역은 떡만둣국을 많이 먹는다. 두부·김치·당면 등 재료가 다양하고 꿩고기를 넣기도 한다. 만두는 ‘복을 감싸 먹는 음식’이다. 모양도 가지가지. 어른들은 “잘 빚었다”며 즐겁게 드셨다. 명절이 끝나도 얼렸다가 두고두고 먹는다.


소고기뭇국┃과거 설 명절은 고기가 흔한 요즘과 달랐다. 참기름에 볶은 고기에 육수를 넣어 우리고 깍두기 만한 무를 썰어 넣으면 완성되는 소고기뭇국은 이제 흔한 음식이다. 하지만 귀한 고기국물을 다같이 나눠먹기 위한 조상의 지혜가 담겼다. 강원도에서는 소고기 없이도 후추와 시원한 무만으로 육수를 내기도 한다고 알려진다.

두부적 VS 황태·오징어포

두부적┃퇴계 이황 종가댁의 설 차례상은 아주 간소하다. 과일·포·떡국 그리고 두부전까지 4가지가 전부다. 두부전은 만들기도 간단하다. 소금으로 밑간하고 들기름과 식용유를 적당히 섞어 노릇하게 부쳐주면 끝. 후추 밑간과 계란옷 등은 옵션이다. 가족의 정처럼 두텁고 고소한 두부전 하나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다.

황태포·오징어포┃ 말려놓은 포를 그대로 그릇에 올려만 두면 되니 차례상 차릴 때 고마운 음식 중 하나다. 인제 용대리와 대관령의 칼바람, 동해안 해풍에 바짝 말린 이들은 강원의 산과 바다를 품은 특산품이어서 친지들에게 좋은 선물도 된다. 황태포는 황태강정이나 먹태로 만들어 먹어도 좋고, 오징어포는 간식으로 제격이다.
 

삼색나물VS 잡채

삼색나물┃빠지면 서운하다. 보통 도라지·시금치·고사리 등이 올라간다. 땅속에 뿌리를 둔 흰 나물은 조상, 자주색은 현세, 초록색은 후세를 의미한다는 말도 있다. 입맛도 돋우고 의미도 좋지만 까다로운 손질이 문제다. 호박이나 두릅, 고구마 줄기, 비름나물 등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최대 장점은 여러 음식들과의 호환성이 좋다는 것.

잡채┃꾸준한 인기의 스테디셀러. 당면의 탱글한 식감과 짭짤한 간장 양념 덕에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 일단 만들어 놓으면 반찬 걱정이 없다지만 만드는 과정이 만만찮다. 당면은 찬물에 불리고 버섯·양파·당근을 따로 볶고…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잡채에 당면이 들어간 것은 1930년대부터라고 한다. 잡채, 행복! 그 자체다.



모둠전 VS 꼬치산적

모둠전┃다진 돼지고기에 당근·쪽파·양파 등이 들어간 속을 만들면 모둠전 절반은 한 셈이다. 다음은 취향에 맞게 입힐 옷들을 고르면 된다. 고추·피망·깻잎·버섯 등이 후보다. 동태를 후추에 살짝 절여 밀가루와 계란옷을 입혀도 전의 대명사가 된다. 전의 기본을 담당하는 호박전과 고구마전은 명절이 끝나면 늘 생각나고 아쉽다.

꼬치 산적┃ 게맛살과 단무지, 고기, 햄, 대파 등을 이쑤시개에 꽂아 구우면 되지만 재료가 많이 들어가 손이 많이 가는 음식 중 하나다. 핵심은 조화다. 고기류가 들어가면 채소도 한 두개 끼워 균형을 맞춘다. 사이사이 고기를 꿰면 육산적, 생선을 꿰면 어산적, 파가 들어가면 파산적, 떡을 넣으면 떡산적, 송이버섯을 끼우면 송이산적이 된다.

갈비찜 VS 고기산적

갈비찜┃설 전날 새벽 2시, 문 틈 사이 불빛과 ‘치익’ 소리에 잠을 깬다. 간장 조리는 향도 덤이다. 문 열고 나간 부엌, 엄마가 가스레인지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명절상 대표주자는 갈비찜. 잘 익은 엄마 얼굴만한 배를 믹서에 갈아넣고 간장에 푹 재운 고기가 밤새 더 부드러워지는 중이다. 윤기 흐르는 갈비가 입에서 녹는다면 밤새 불 앞을 지킨 이 덕분.

고기 산적┃소고기와 돼지고기 모두 쓸 수 있다. 한우 채끝, 설깃살, 우둔살, 갈빗살 돼지 목살 등 선호하는 산적용 부위를 고르면 된다. 고기 핏물을 빼고 부드럽게 누르고, 양념에 들어갈 양파·배·사과 등을 갈고, 마늘을 다지고… 복잡한 조리과정과 그 안에 들어가는 정성은 갈비찜과 같다. 양념이 타지 않게 구워내야 하는 노동도 추가된다.

물김치·동치미 VS 식혜

물김치·동치미┃겨울은 정신을 확 깨우는 동치미가 익어가는 계절이다. 간이 센 음식들로 입이 텁텁할 때, 목을 지나 내려가는 맑고 시원한 동치미 국물이 간절해진다. 야식으로도 살얼음이 올라간 동치미 국수만한 것이 없다. ‘뉴슈가’ 한 스푼은 감칠맛을 끌어올린다. 시래기·열무·무·배추 무엇으로 만들어도 괜찮다.


식혜┃시원하고 달콤한 엄마표 식혜는 시중 판매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식혜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렇지 만드는 방법은 어렵지 않아 직접 도전해 볼만 하다. 엿기름을 물에 불리고 고두밥을 발효시키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상념도 잊게 된다. 직접 만든 식혜를 두 손 가득 고향에 가져가면 가족과의 관계도 달달해 질 것이다.

문어숙회 VS 생선찜

문어숙회┃ 강원과 경북 동해안 지역 차례상에 빠지지 않는다. 잔칫날 문어가 없으면 제대로 손님 대접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동해안 사람들도 많다. 문어는 밀가루로 주물러 씻고 다리가 먼저 말려 올라가도록 끓는 물에 다리 쪽부터 넣어 삶는다. 찬물에 탱글하게 씻어낸 후 꽃처럼 핀 문어를 그대로 올려 쓰면 된다. 곁들일 양념은 기름장과 초장. 선택은 당신에게.

생선찜┃지역마다 다르지만 강원도에서는 주로 가자미·볼락(열갱이)·명태 등을 찐다. 다른 지역은 조기·도미·민어 등도 쓴다. 큰 생선을 통째로 쪄내려면 집에서 가장 큰 찜기를 꺼내야 하고, 비린내도 감수해야 한다. ‘치’로 끝나거나 비늘 없는 생선 등은 제수용으로 잘 쓰지 않는데 근거는 명확지 않다. 고소한 생선살 보다 그리운 것은 뼈를 발라주시던 할머니의 두툼했던 손이다.

떡 VS 한과

떡┃ 방앗간에 가면 기계에서 신나게 나오는 가래떡을 방앗간 아저씨가 숭덩숭덩 잘라냈다. 한 토막 잘라주시면 ‘웬 떡이냐’하며 냉큼 받았다. 방앗간에서 만난 탱글탱글한 가래떡은 분명 특별하다. 똑같은 크기로 썰린 가래떡은 마트에도 많지만 설을 맞아 방앗간 구경은 어떨까. 지난해 뜯어온 쑥 한 더미를 가져가면 쑥 절편도 가능하니 일석이조.

한과┃선물세트로 인기 만점이다. 밀가루와 꿀을 반죽해 기름에 튀긴 유과는 잔칫상의 단골 메뉴로 통하고 밀가루에 참기름과 꿀을 넣어 만들어 쫀득한 맛을 내는 약과도 맛있다.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집어도 자꾸만 손이가는 무서운 맛이다. 프리미엄 수제 한과는 해외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남은 한과는 반드시 꼼꼼하게 밀봉해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팁. 김여진·김진형·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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