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뿌리를 찾아서 [새로 나온 책]
인권의 발명
린 헌트 지음, 전진성 옮김, 교유서가 펴냄
“당신은 인권의 의미를 안다. 왜냐하면 그들이 불의를 겪을 때 당신은 괴로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인간에게 주어지는가. 미국의 저명한 역사학자는 인권이 18세기 발명품이라고 말한다. 계기는 프랑스혁명이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던 개념은 어떤 토양에서 생겨난 걸까. 인권의 뿌리를 파고든 저자는 ‘공감’이란 감정에 주목한다. 18세기 후반 확산된 대중소설, 공연 덕분에 사람들은 평등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공감이란 감정은 양날의 칼이었다. “공감이 깃든 이해를 얻는 새로운 방식이 폭력적 선정주의로 향하는 길을 열었다.” 만들어진 지 300년 된 ‘인권’은 세상을 더 낫게 변화시켰는가. 저자의 결론은 의미심장하다. “인권 혁명은 말 그대로 진행 중이다.”
하마터면 또 회계를 모르고 일할 뻔했다!
김수헌·이재홍 지음, 어바웃어북 펴냄
“회계 공부를 아무리 해도 제자리걸음인 건, 여러분 책임이 아니다!”
금융 관련 학계에서 저명한 한 교수로부터 ‘김수헌씨를 만나면 자존심이 상한다’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가 ‘기업이란 것’에 대해 너무 깊고 많이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책은 김수헌씨가 2018년에 낸 회계 입문서를 더 알기 쉽게 보완하면서 ‘주식투자에 필요한 회계 지식’을 덧붙인 새로운 에디션이다. 주식투자 성공률을 높이려면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하며, 이에 필요한 지식이 바로 회계다. 그뿐 아니라 금융 흐름에서 재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경제현상을 이해하고 옹호하거나 비판하려면 회계를 알아야 한다. 이미 회계는 경영학 전공자의 전유물에서 일반교양으로 전화하고 있다.
마녀의 은신처
존 딕슨 카 지음, 이동윤 옮김, 엘릭시르 펴냄
“유령 이야기로 자네를 겁주려는 건 아니야.”
과거 수많은 마녀를 처형했다는 교도소 소장의 가문 혈족들에겐 ‘마녀의 저주로 목이 부러져 죽는다’는 소문이 따라다닌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어느 날 밤, 유산상속 의식을 치르던 후계자가 그런 방법으로 살해된 채 발견된다. 저주, 유령 등 섬뜩한 괴담과 전설을 배경으로 ‘불가능 범죄’ 즉 상식적으론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하고, 범상치 않은 탐정이 등장해서 더할 나위 없이 합리적인 방법으로 사태의 진상을 규명한다. 장르문학 부문에서 독자에게 가장 익숙한 플롯 중 하나다. 애거사 크리스티, 엘러리 퀸과 함께 영미 추리소설의 황금기를 이끈 존 딕슨 카는, 이 플롯의 비약적 발전과 대중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작가다.
제 만년필 좀 살려주시겠습니까?
김덕래 지음, 젤리클 펴냄
“새끼손톱보다 작은 만년필 펜촉 안에 우주가 담겨 있습니다.”
국내에 몇 명 없는 만년필 수리공이 그동안 자신의 손을 거쳐간 만년필을 추억하며 책을 냈다. “개가 씹어버린 만년필, 이건 아무래도 힘들겠지요?”라며 조심스럽게 만년필을 내민 손님부터 ‘비싼 명품인데 왜 이렇게 속을 썩이는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하는 손님까지, 읽다 보면 만년필이라는 물성이 어렴풋하게 느껴진다. 녹슬고 망가진 만년필 1만 자루를 살려낸 그가 챕터마다 뽑아낸 제목만 보아도 왜 펜촉 안에 우주가 담겨 있다고 말하는지 알 것 같다. “이 만년필처럼 아버지의 건강도 만년이면 좋겠습니다.” “기운 내세요, 고작 펜 한 자루도 버티고 있습니다.” “변한 게 아니라 달라진 겁니다.”
애널로그
이자벨 시몽 지음, 윤미연 옮김, 문학동네 펴냄
“항문은 세상의 중심이며, 세상은 항문을 축으로 균형을 잡는다.”
저자가 자신만만하게 ‘항문은 판의 중심부’라고 말하는 이유가 있다. “구멍은 ‘텅 빈 곳’이자 ‘무(無)’일 뿐이다. 하지만 그 안과 밖을 경계 지으며 인체의 가장 은밀한 곳에 위치함으로써 구멍은 비로소 항문이 된다.” 단지 구멍일 뿐이지만 모든 동물에게 있는 구멍이고, 특히 인간이 잉태될 때 배아의 세포분열 단계에서 가장 먼저 생기는 구멍이다. “항문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아무래도 목소리를 낮추거나 킬킬거리게” 되지만, 항문은 역사와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가 치루 수술을 받을 때 그를 위해 부른 노래가 영국의 국가가 되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포노사피엔스는 거꾸로 공부한다
최승복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당신은 타인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인재가 되고 싶나요?”
‘포노사피엔스’는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여기는 이들이다. 인터넷, 컴퓨터, 네트워크, 스마트 기기 등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며 자란 이들 세대를 이해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교육계 공무원으로 28년째 일해온 저자는 두 딸을 키우면서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학교와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을 바꾸는 것보다 부모가 바뀌는 게 더 쉽고 더 낫다는 점을 깨달았다. 저자는 지금 한국 교육이 세 가지 큰 변화에 직면해 있다고 말한다. 첫째 학습 동기의 부재, 둘째 지식 스트리밍 시대의 도래, 셋째 개개인이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시대의 시작. 이 책은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탐색의 결과물이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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