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선거 코앞인데 코로나 지원금을?...공정성 훼손 논란 지역 농·수협

남양주 7개 농협 중 6곳 최대 150만원 지급
조합장 선거 후보자 "현직 유리한 구도 의심"
선관위 "법 위반 아니지만 공정성 훼손 우려"

전 조합원에게 코로나19 피해 지원금을 지급한 경기 남양주의 한 농협. 이종구 기자

3월 8일 치러지는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일부 지역 농협과 수협에서 조합원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명목으로 지원금을 지급해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조합원 복지 향상 차원이라는 입장이지만, 현직 조합장에 도전장을 던지는 후보들은 '매표 행위' 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1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남양주 지역 농협 7곳 중 6곳이 최근 조합원 1인당 최대 150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했다. 코로나19와 영농피해, 김장 지원 등의 명목이다. 별내 농협이 지난해 7월과 12월 2차례 걸쳐 1,000명 조합원에게 1인당 10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지자, 남양주 지역 5개 농협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 지원금을 뿌렸다. 진접농협(조합원 2,049명)과 화도농협(1,122명) 등 3곳은 150만 원의 지원금을 전 조합원에게 나눠줬다. 나머지 농협 2곳도 각각 50만 원과 20만 원을 지원했다. 지원금은 농협 하나로마트와 주유소 등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기프트 카드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 한 조합당 많게는 3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이 지원금으로 빠져나갔다. 경북 포항수협도 지난 11일부터 1,313명 조합원에게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1인당 50만 원을 지급했다. 포항수협은 지난해 설과 추석 명절 때도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4년마다 치러지는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공정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3월 8일 치러지는 조합장 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조합원들에게 지급되는 지원금들이 현역 조합장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남양주 지역 농협 조합장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인사는 "한 번도 주지 않던 코로나19 지원금을 선거를 코앞에 두고 지급한 것은 정치적 목적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실력이 아닌 금품을 통해 유권자의 표심을 얻으려는 행태로 의심 된다”고 비판했다. 실제 남양주 농협들은 코로나19가 한창인 2020년과 2021년이 아닌 지난해 말 처음으로 코로나19 피해 지원금을 지급해 뒷말을 낳고 있다.

3월 치러지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 입후보할 예정자들이 28일 대전선거관리위원회에서 금품 근절, 불법 아웃 등의 구호를 외치며 깨끗한 선거를 치르기로 다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관리위원회도 선거 공정성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남양주시 선관위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이 조합원 총회 의결 등 절차를 거쳐 조합 명의로 지급돼 위탁선거법상 기부행위 위반은 아니다"라면서도 "선거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어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예정에 없던 거액의 지원금이 지출되면서 조합 재정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합원 수가 적은 남양주의 일부 농협은 연간 영업이익의 10%가 넘는 금액이 지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농협의 한 관계자는 "이익 배당 등 정당한 환원사업 외에 추가로 지원금이 지급되면서 그만큼 영업이익이 줄어들게 된다"며 "농협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남양주지역 한 조합장은 “정부의 코로나19 지원금이 농업인들에게는 지급되지 않아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지원을 결정한 것”이라며 “선거와는 무관한 정당한 환원사업이다”고 말했다.

경기 남양주 지역 농협이 조합원들에게 보낸 재난 지원금 지급 안내 문자. 독자 제공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포항=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