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자’ 건설노조 1686억 뜯어갔다
수도권의 A 전문 건설업체는 공사 현장의 노조 소속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월례비라는 명목으로 매달 1인당 800만~1000만원의 웃돈을 지급했다. 지급을 거부하면 기사들은 “작업 안전”을 이유로 크레인 작업의 속도를 늦추며 태업을 했다. 크레인 작업이 늦어지면 골조 공사 등 다른 공정도 줄줄이 밀릴 수밖에 없었다. 공기(工期)를 맞추기 위해 야간 작업을 하면, 기사들은 계약상 정해진 초과근무 수당의 2~3배를 ‘오버타임’이라는 명목으로 받아갔다. 집회 등 노조 행사 비용도 지급했다. 이런 방식으로 A사가 2019년 1월부터 지금까지 4개 공사 현장에서 노조에 뜯긴 돈이 50억원에 이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3일까지 민간 12개 건설 관련 협회를 통해 ‘건설현장 불법행위 피해사례 실태조사’를 한 결과, 290개 업체가 노조의 불법행위를 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가운데 118개 업체가 노조에 부당하게 지급한 돈이 최근 3년간 168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계좌 지급 내역 등 입증 자료를 보유한 업체의 피해액만 집계한 결과다. 이 같은 불법행위는 전국 총 1494곳 현장에서 2070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조의 불법행위로 공사 지연이 발생한 현장은 총 329곳이며, 짧게는 이틀에서 길게는 120일까지 늦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보복을 우려해 신고하지 않은 업체가 훨씬 많다”며 “신고 접수된 피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건설 현장에서 노조의 불법행위 피해 사례가 잇따르면서 경찰도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19일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양대 노총인 민노총·한노총 산하 건설노조와 건설연대 같은 중소 규모 노조를 포함해 8개 노조의 사무실 14곳을 압수 수색했다. 경찰에 따르면, 8개 노조의 간부 등 조합원 20여 명은 서울 19개 건설 현장의 15개 건설업체에 “우리 조합원을 채용하라”며 강요하고, 채용을 거절하면 노조 전임비 명목 등을 붙여 수억 원대의 금품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경찰 조사에 따르면 8개 노조의 채용 강요 규모는 1200명 안팎, 건설사에서 받은 금품은 6억5000만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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