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미·일은 차 타고 떠나는데…”
지난 11일(현지 시각) 미국과 일본의 외교·국방 담당 장관 4명이 워싱턴DC에 모여 흔히 ‘2+2 회담’으로 불리는 ‘미·일 안보협의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그 후 발표된 공동성명을 읽으면서 우리 정부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외교·국방 정책을 좌우하는 정치권 인사들도 이것을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올해 공동성명에서 미·일은 중국을 ‘최대의 전략적 도전’으로 규정하고 ‘일본 반격 능력(유사시 적 기지 선제공격 능력)의 효과적 운용을 위해 양자 협력을 심화한다’고 합의했다. 중국, 북한, 러시아의 위협을 평가하고 그에 맞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A4 7쪽 분량의 공동성명에 세세히 담았다.
이런 합의 사항이 너무 훌륭해서 한번 읽어봤으면 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공동성명 도출 과정에서 드러난 미·일의 정책 수립 방식에 주목하고 싶다. 이 공동성명을 읽다 보면 미·일이 국제사회의 ‘판세’를 어떻게 보고 있고, 그 가운데 성취해야 할 ‘목표’는 무엇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그래서 어떤 구체적 ‘정책’을 추진하려고 하는지가 명료하게 보인다.
더 인상 깊은 것은 올해 공동성명이 짧게는 3년, 길게는 17년에 걸친 일본 대외 정책의 결과물이란 점이다.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처음 제시한 것은 2006년의 일이었다. 2012년 아베 내각의 재집권과 함께 이 전략도 부활했다. 동맹을 가볍게 여겼던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도 일본은 2년에 한 번은 미국과 2+2 회담을 열었고, 2019년 공동성명에 결국 ‘인도·태평양’이란 말을 반영시켰다.
이후 취임한 스가, 기시다 내각도 이를 이어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2021년부터 미·일은 매년 2+2 회담을 열었다. 2021년 3월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안보 정책의 일치를 위한 조율’을 약속했고, 2022년에는 ‘핵심적 국가 안보 전략 문서들을 통해 동맹의 비전과 우선 사항을 일치시킨다’고 합의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반격 능력 보유를 명시한 일본의 안보 관련 3대 문서 개정과 미국의 전폭적 지지로 이어졌다.
그 세월 동안 우리 정치권은 무엇을 했나. 냉철한 정세 판단을 바탕으로 초당적 중·장기 전략을 세우기는커녕, 우리 대외 환경에 대한 기본적 공통 인식조차 형성하지 못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외 정책이 요동쳤다. 2010년부터 2년마다 열기로 했던 한미 2+2 회담은 트럼프 행정부 기간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미·일 회담 며칠 후, 20년간 한인 권익 운동을 해서 워싱턴 정가의 분위기에 밝은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를 만났다. 그는 “미·중 간 줄서기는 이미 시작됐고 미·일은 차를 타고 떠나가는 느낌”이라며 “한국도 30년 한 세대, 아니면 적어도 10년을 내다보는 중·장기 계획을 세울 때가 됐다”고 말했다. 새겨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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