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블랙리스트’ 백운규 등 5명 기소

김휘원 기자 2023. 1. 2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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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장 19명 사퇴 강요 혐의

문재인 정부가 전(前)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 기관장들을 부당하게 사퇴시켰다는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19일 백운규 전 산자부 장관, 유영민 전 과기부 장관,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 김봉준 전 청와대 인사비서관 등 5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서현욱)는 이날 재판에 넘긴 5명에게 2017년 9월~2018년 4월 산자부·과기부·통일부 산하 공공 기관장 19명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사표를 내게 한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백운규 전 장관은 공공 기관장 임명 과정에서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내정한 정치권 인사를 위해 공공 기관 직원들을 시켜 직무 수행 계획서를 대리 작성하게 하고, 면접 예상 질문과 모범 답안을 미리 제공하는 등 특혜를 줬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유영민 전 장관은 과학기술평가원을 종합 감사 등으로 지속적으로 압박해 기관장이 사표를 내게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조명균 전 장관은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기관장에게 직접 ‘조속히 사직해 달라’고 요구해 사표를 내게 했다는 혐의가 있다.

이 사건으로 먼저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작년 1월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문재인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은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실의 총지휘로 행정부 장관들이 직접 실행했다는 것이 지금까지 검찰 수사 결과다. 이에 따라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과 김봉준 전 청와대 인사비서관이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인사수석실이 한국지역난방공사 후임 기관장으로 정치권 인사를 내정하자 산자부가 직무 수행 계획서, 면접 예상 질문과 모범 답안을 미리 마련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했다고 한다. 면접 위원들에게 인사수석실 내정자를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으로 전문성 없는 이들을 민간 단체 부회장으로 임명되게 하는 과정에도 인사수석실이 개입했다고 한다.

백운규 전 산자부 장관은 2017년 9월 발전사 기관장 4명에게 사직을 요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백 전 장관은 기관장들을 호텔과 식당으로 불러내 잔여 임기나 실적에 상관없이 ‘이번 주까지 사직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백 전 장관은 2017년 12월 한전KPS가 직원 86명 인사를 실시하자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원하는 기관장 임명 전에 시행됐다며 사흘 만에 취소하게 한 혐의도 있다.

유영민 전 과기부 장관에게는 2017년 11월~2018년 3월 기초과학연구원 등 산하 공공 기관 7곳의 기관장들에게 부당하게 사표를 요구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과기부 1차관이나 본부장을 통해 반복적으로 사직을 요구하거나 기관에 대한 종합 감사로 지속적으로 압박했다는 것이다.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도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기관장에게 통일부 차관이나 국장을 통해 사직을 거듭 요구하고, 해당 기관장이 사직을 거부하자 직접 ‘조속히 사직해 달라’고 요구해 사표를 내게 한 혐의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재인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은 2018년 12월 당시 청와대 특별감찰반 소속 김태우 수사관의 공익 제보로 드러났다. 청와대 특감반장이 ‘현 정부를 위해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330개 공공 기관 임원 리스트를 작성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산업부·환경부뿐 아니라 총리실·기재부·법무부·교육부·보훈처 산하 기관은 물론 과학기술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2019년 1월 검찰에 고발해 수사가 시작됐다.

서울동부지검은 ‘환경부 블랙리스트’부터 먼저 수사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공모해 산하 기관 임원에 청와대와 환경부 몫을 정하고, 원하는 사람을 임명하려고 산하 기관 임원들에게 일괄적으로 사표를 받았다는 혐의가 나왔다. 하지만 검찰이 김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법원 영장 전담 판사가 “(산하 기관장 사퇴 종용은) 관행이어서 고의나 위법이라는 인식이 부족했을 것”이라는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김 전 장관 등을 기소한 서울동부지검의 한찬식 지검장과 주진우 부장검사는 2019년 7월 좌천성 인사를 당한 뒤 모두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나기도 했다. 작년 1월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이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2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체크리스트” “우리는 사찰 DNA(유전자)가 없다”고도 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유죄 확정 판결이 나온 뒤부터 검찰 수사가 본격 재개됐고 이번에 산자부·과기부·통일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문재인 정부 장관, 청와대 수석 등 5명이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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