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시한폭탄이 이사 왔다… 조두순·박병화 재범 막을 방법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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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성범죄자 관리 어떻게
전과 18범 조두순(71). 31세에 여성을 강간폭행했고, 43세에는 사람을 때려 죽게 했다. 56세였던 2008년 초등 2학년(8세) 여아를 가혹하게 성폭행했고, ‘음주감경’을 받아 12년형을 받았다. 2020년 12월 출소, 경기 안산에 살고 있다. 지난해 말 ‘조두순이 거주지를 옮긴다’는 소식에 경기 일대가 대혼란에 빠졌다. 조두순 부부는 기초생활급여와 기초연금으로 매달 12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시 예산도 연간 3억~4억원 수준이다.
전과 22범 김근식(55). 2000년부터 여학생(9~17세) 12명을 골라 성폭행했다. 출소를 앞둔 지난해 10월, 김근식은 전과자 지원기관인 법률보호공단(법무부 산하) 의정부 시설 입소를 타진했으나 의정부시 반발로 무산됐다. 여론이 들끓자, 검찰은 2006년 성폭력 혐의를 찾아내 그를 재수감했다.
‘수원 발발이’ 박병화(40). 20대 때 여성 8명을 강간해 징역 11년형, 수감 중 다른 강간 사건이 밝혀져 4년이 추가됐다. 지난해 10월 말 출소해 부모가 경기 화성에 얻은 셋집에 거주 중이다. 주거지에 시위대와 유튜버가 몰려들었고, 경찰은 컨테이너로 간이 초소까지 설치했다.
이들 공통점은 범죄가 악랄한 데다 형기를 마칠 즈음 전문가들이 재범위험성 평가를 통해 ‘재범 위험 높음’ 판단을 내렸다는 점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13세 미만 대상 성범죄자의 재범률은 26.8%, 13~18세 청소년 대상 재범률도 34.1%이다. 범죄 절반 이상이 범인 거주지 근처에서 발생했다. “부모 입장에서는 살인자보다 성범죄자가 더 무섭다”는 말이 공연한 게 아니다.
‘제2의 조두순’ ‘제3의 김근식’이 출소할 때마다 지역 사회가 공포에 빠진다. 주민들은 물리적 행동에 나서기 직전이다. ‘국가권력 대 개인’이 아닌 ‘사회 대 범죄자’라는 전혀 다른 질감의 갈등이 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박병화의 화성, 조두순의 안산...‘돈’으로 사는 평화
“가보면 바로 알 거에요. 플래카드가 붙어있고, 초소도 딱 보이거든요.” 박병화의 집 주소를 수배하자,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경기도 화성시 ㅂ읍에 있는 원룸촌은 대학 후문과 지근거리로 대학생이나 직장인 등 1~2인 가구가 많은 동네다. 지난 13일 오후 수십 개의 플래카드를 지나쳐 도착한 박병화의 집 앞은 고요했다. 인근 상인이 말했다. “요새는 좀 괜찮네요. 그 사람이 밖에 나오지 않으니까.” 사실 박병화는 지난 8일 아침 6시부터 12시간 법무부 직원, 부모와 함께 외출했었다. 외출하지 말라고 쌀과 김치까지 갖다바친다는 동네 주민들은 이 사실에 분통을 터뜨리지만, 법무부도 할 말은 있다. ‘민간인 박병화’의 외출을 막지 못한다. 안산 조두순 부부의 생활비는 국민 세금이다. “그 돈이라도 있어 조두순이 사고 안 친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공권력 투입, 금전 등 행정 지원, 지역민 압박, 그리고 전과자의 눈치보기로 일시적 ‘평화’가 만들어진 셈이다. 고리 중 하나가 끊어지면 평화도 깨진다.
◇노무현의 업적, 그리고 패착…보호감호제 무조건 폐지
재범 우려가 큰 범죄자를 강제로 격리하던 시절이 있었다. 1980년 국보위가 입법한 ‘사회보호법’, 이른바 ‘청송감호소’ 제도다. 출발부터 위헌 소지가 있었다.
국보법 위반자 등 사상범을 격리하는 ‘사회안전법’(1989 폐지) 피해를 입은 진보 세력은 형사범에 대한 보호감호도 같은 구조로 봤다. ‘전두환 악법’ ‘사회적 약자를 두 번 가두는 법’이라며 제도의 악마성을 부각했다. 1988년 탈주범 지강헌이 ‘징역 7년에 보호감호 10년’을 받았다는 사실, 인권 탄압 실태 보도, 영화 ‘청송가는 길’ 같은 대중문화적 접근, 법의 효과와 부작용 중 후자가 강조됐다.
1989년 헌재는 사회보호법 중 5조1항(재범 가능성과 상관없이 전과나 누적형량에 따라 보호감호를 의무적으로 선고)은 위헌, 그러나 사회보호법과 이에 따른 보호감호제 자체는 합헌이라고 여러번 판결했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후 민변, 참여연대 등이 나서며 폐지 운동에 불이 붙었다. 결국 여야는 2005년 폐지안에 합의했고, 그해 8월 대통령이 폐지안에 서명했다.
폐지론이 비등했던 2004년 방봉혁 검사가 법률신문에 이렇게 기고했다. “폐지론자들은 보호감호제도에 따른 수용자들이 대부분이 단순한 잡범이나 생계형 절도범이라고 주장하나, 법무부에서 작년에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피보호감호자 대부분은 전과가 6회 이상이고 강도, 강간, 폭력, 전문절도범에 해당할 뿐 아니라….” 방봉혁 서울고검 검사는 최근 통화에서 “사회보호법 5조1항은 분명 문제라 봤지만, 당시 급격한 폐지가 가져올 사회적 혼란이 걱정됐었다”고 했다.
거칠게 만들고, 대안 없이 폐지하면서 사회에는 다른 질문이 던져졌다. 교화되지 않은 전과자를 사회에 던지는 것, 그게 국가의 최선인가.
◇미국 ‘하프웨이 하우스’에서 재범우려자 관리
미국은 1990년 ‘지역사회보호법’을 제정해 소아성애자, 반사회적 성격장애 범죄자 등을 ‘성범죄 포식자(Sexually Violent Predator)’로 규정하고 재범 예방 차원에서 주립병원에 입원시켜 관리한다. 좀 더 많은 범죄자는 가석방 조건으로 민간으로 가는 ‘환승장’ 개념의 ‘하프웨이 하우스(Halfway House)’에 입소시킨다. 강력한 통제 시설에서 취업과 재범 방지를 위한 치료(인지행동, 분노조절)를 병행한다. 독일이나 호주는 아예 고위험 수형자에 대해 예방적 구금명령조치를 내리거나, 치료를 거부하는 강력범 출소를 막는다. 여러 번 위법성 소송이 제기됐지만, 패하지 않으며 수십 년째 존속되고 있다. 주민을 보호하는 ‘민사적 예방 조치’라 보기 때문이다.
교도소와 집 사이 ‘환승센터’...한국서도 가능할까
윤석열 공약 ‘보호수용 조건부 가석방 제도’
윤석열 대선 후보 공약에는 ‘보호수용 조건부 가석방 제도’가 있었다. 재범 위험성이 높은 2회 이상 살인, 3회 이상 성폭력, 13세 미만 대상 성폭력·중상해 범죄자에 대해 ①가석방 조건으로 ②자발적으로 ③보호시설에 거주시키며 ④취업 등 사회적응과 ⑤치료를 동반한다는 개념이다. 사회로 가는 환승센터, ‘하프웨이 하우스’와 비슷하다. 그러나 여소야대 상황에 법 통과가 될지 의문이다. 일부에서는 벌써 “전두환의 청송감호소가 살아난다”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법 통과가 되더라도, 숙제는 많다. 전문가들은 재범률을 낮추려면 ‘당근과 채찍’ 둘 다 필요하다고 본다. 일단 불운한 범죄자에 대한 ‘당근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8월 출소 후 경기도 화성의 법무보호복지공단의 시설에 입소한 A씨(46). 전과 3범인 그는 3평 정도 개인실과 하루 3끼를 제공받으며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 사기와 절도로 22개월 중 18개월을 살고 가석방된 B(38)씨, 전자발찌를 차고 이곳에 살며 구직 중이다. 두 사람 모두 집안이 어렵고 각각 선천성 당뇨와 뇌졸중을 앓아 범행 당시 경제력을 상실했다. 두 남성은 “시설에서 나가기 전 월세보증금을 모으겠다”고 했다. 10년 전, 사기로 1년을 복역했던 여성 전과자 C씨(49)는 경기지부(수원) 도움으로 만 9년을 넘겨 LH공사 임대주택에 살고 있다. “임대주택 덕에 가정이 깨지지 않았다”고 했다.
올해 공단 예산은 국고보조금 428억원, 전과자에 대한 숙식 제공과 직업, 취업 및 창업 지원에 주로 지출한다. 2020년 법무연감에 따르면 출소 후 1년 내 재범률은 8.3%. 공단 측은 ‘취업사업지원에 참여한 대상자’의 재범률은 1.3%라고 했다. 전체 수용자 재범률은 더 높겠지만, 갱생 의지가 있는 가난한 전과자의 재범률을 낮추는 데는 ‘복지’가 크게 기여한다.
그러나 ‘복지’라는 당근을 잘 쓰는 조직이 과연 ‘채찍’도 잘 쓸까 하는 질문에는 아직 답 내리기 이르다. 갱생 의지가 낮고, 재범 성향이 있는 전과자 통제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 정비, 인력 훈련 등 과제가 많다. 교도소 시계도 바깥과 같은 속도로 돌아가는데, 갈 길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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