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전업주부·퇴직자들 모아 부족한 농촌 일자리 메운다

곽래건 기자 2023. 1. 2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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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농 상생 농업일자리 프로그램
작년 10월 전북 무주군 적상면의 한 고추밭에서 '도농 상생 농업일자리 프로그램' 참가자가 농민들과 함께 고추 수확을 하고 있다. /무주군로컬잡센터 제공

작년 9월 오전 7시쯤 전북 무주 조모(74)씨 사과 과수원에 12인승 승합차 1대가 도착했다. 60세 안팎의 12명이 내렸다. 사과가 햇빛을 잘 받도록 사과 주변 잎을 따는 작업을 위해 조씨가 급하게 구한 사람들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무주에서 차로 1시간 넘게 떨어진 구미 지역에서 왔다. 차를 나눠 타는 ‘카풀’로 이곳까지 온 것이다. 이들은 이틀 동안 구미와 무주를 오가며 사과 잎을 땄다. 조씨가 작년 11월 사과 수확을 할 때에도 구미 사람들이 왔다.

고용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 취업 기관 등이 연계된 ‘도-농 상생 농업일자리’ 프로그램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작년에 시범 사업으로 시행된 것인데, 전북 완주·무주·장수·고창에서 830농가에 2만1387명(연인원 기준)을, 경북 상주·문경·청송에서 203농가에 1만2000여 명을 공급했다. 농촌 일손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일할 사람을 도시 지역에서 구해보자는 ‘역발상’이 효과를 거둔 것이다. 경북은 대구·포항·구미, 전북은 대전·광주·전주·김천 등에서 사람을 구해왔다.

그동안 농촌 일손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와 농협 등도 일할 사람을 찾아주는 노력을 했지만, 농촌이다 보니 해당 지역에 일할 사람 자체가 적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사업은 인력 풀의 범위를 멀리 떨어진 도시 지역으로 넓혔다. 농촌과 달리 도시 지역에는 전업주부처럼 일할 능력은 있지만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중장년이 많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고용부 전주지청 이경래 지역협력팀장은 “이런 사람들은 일할 의사가 없다기보다 일자리 정보가 없어 일을 못 한다고 봤다”고 했다.

담당자들은 도시 지역의 부녀회 등을 돌며 지원자를 찾고, 급한 인력이 필요한 농촌 일자리 정보를 주기 시작했다. 일당 10만~15만원 일감이었다. 정부의 공공근로 사업에 지원했다 떨어진 이들에게도 안내문을 보냈고, ‘농촌 일자리가 있으니 연락 달라’는 현수막을 곳곳에 붙였다. 농촌 일자리 취업 박람회를 열고, 농촌 일자리 정보가 담긴 ‘농가 일모아’라는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교통비도 지원해줬다.

그랬더니 일을 하겠다는 전업주부, 퇴직한 은행원 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인끼리 카풀로 몰려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교통비 지원이 되니 5명만 모이면 기름 값은 나온다” “농사일이 부담되지만 소일거리가 된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고용부는 내년부터 이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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