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260억 통큰 투자… “이기는 야구 보여주겠다”
롯데 자이언츠는 2017년(3위) 이후 5년간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특히 2019년에는 3할대 승률(0.340)로 최하위 수모를 겪었다. 롯데는 이듬해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안치홍을 영입한 이후 좀체 지갑을 열지 않았다.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외야수 손아섭을 NC로 보냈고, 팀 간판 이대호와 계약 금액을 놓고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올해는 다르다. 작년 11월 열린 롯데 구단 납회식에서 이석환 당시 대표는 “2023시즌 목표는 3위”라고 말했다. 롯데는 이후 스토브리그에서 외부 FA 영입 한도(3명)를 꽉 채웠다. 지난해 포수 유강남(31)을 4년 80억원, 내야수 노진혁(34)을 4년 50억원에 영입했고, 지난 17일에는 투수 한현희(30)와 4년 40억원 계약을 맺었다.
롯데는 이와 함께 국내 에이스 박세웅과 5년 90억원의 조건으로 비(非)FA 다년 계약을 맺는 등 올 스토브리그에서 구단 사상 가장 많은 260억원(총액 기준)을 썼다. 성민규 롯데 단장은 19일 열린 FA 선수 입단식에서 “‘우승하겠다’는 목표를 세우진 않았지만, 전력은 (작년보다) 확실히 상승했다”고 자신했다.
◇튼튼해진 센터라인
롯데는 이번 FA 계약을 통해 이른바 ‘센터라인’(포수·2루수·유격수·중견수) 중 포수와 유격수를 품으며 수비력을 강화했다. 특히 롯데는 유강남을 영입하면서 강민호의 삼성 이적 이후 계속된 포수 가뭄을 비로소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유강남은 장타력을 갖춘 공격형 포수이면서도 수비에선 프레이밍(포구를 통해 공이 스트라이크처럼 보이게 눈속임하는 것)이 뛰어나다. 그는 입단식에서 “투수진이 내게 거는 기대가 상당히 큰 것 같다. 투수가 신뢰할 수 있는 포수가 되겠다”며 “지난 3년간 떨어졌던 타격도 올겨울 훈련을 통해 다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유격수와 3루수를 두루 소화할 수 있는 노진혁이 합류해 내야진도 두꺼워졌다. 그는 “OPS(출루율+장타율) 0.8 이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팀에 어린 야수들이 많은데, 주장 안치홍과 함께 팀을 이끄는 게 내 역할”이라고 했다.
박흥식 롯데 수석코치는 “노진혁과 유강남 영입으로 주전과 백업의 차이가 줄어들고 더 짜임새 있는 타선이 될 것”이라며 “캠프에서는 득점권 타율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훈련하겠다”고 했다.
◇투수도 대거 영입
한때 국내 최고 사이드암이었던 한현희는 FA 시장에 나왔으나 1월 중순까지 새 팀을 찾지 못했다. 지난 시즌 소속팀 키움의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오르지 못할 정도로 기량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재작년 코로나 방역 수칙을 어기며 술자리에 참석해 물의를 빚었고, 체중이 수년간 많이 늘어난 탓에 불성실하다는 꼬리표도 붙었다.
롯데는 한현희와 계약하며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총액 40억원 중 22억원에 옵션을 걸어뒀다. 한현희도 이에 대해 “책임감을 갖겠다. 말보다는 실력과 행동으로 보여 드리겠다”고 했다. 최근 결혼하고 마음을 다잡은 그는 몸무게를 9㎏ 정도 줄였다고 했다. 그는 “올해 잘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다이어트를 하고 공을 던지는 근육을 많이 단련했다”고 했다.
이번 겨울 롯데는 한현희 외에도 투수진을 대거 보강하며 2023시즌 만반의 준비에 나섰다. 신정락(36), 김상수(35), 윤명준(34), 차우찬(36) 등 타팀에서 방출된 베테랑 투수를 대거 데려왔다. 이들은 기량이 예전만 못해 원소속 구단과 재계약하지 못했다. 하지만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재기를 노리는 선수들이다.
성민규 단장은 “지난 3년 동안은 이기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어린 선수에게 기회를 많이 줬다”며 “이번 시즌에는 베테랑과 FA 3명을 영입한 만큼 ‘이기는 야구’를 하겠다는 포부가 있다”고 했다.
/부산=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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