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고 무너져도 문학 읽어야 하는 이유 답하고 싶어”
2023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19일 서울 세종대로 조선일보사에서 열렸다. 8개 부문 당선자들이 각각 상패와 고료를 받았다. 시 이진우(35), 단편소설 전지영(40), 시조 유진수(27), 동시 임미다(47), 희곡 정희정(31), 동화 임진주(35), 문학평론 김다솔(28), 미술평론 정영수(26)씨가 그 주인공이다.
당선자들은 각자의 목소리로 당선 소감과 포부를 밝혔다. 전지영씨는 “당선 전화를 받은 다음 날부터 ‘제가 자격이 되는지’에 대해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앞으로 열심히 쓰고, 더 뜨겁게 소설을 사랑하겠다”고 말했다. 김다솔씨는 “누군가 차별받고 상처받고 무너져내릴 때 문학을 읽게 되었는데, 그런 때에 ‘문학이나 읽어서 되겠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런 때에 왜 오직 문학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저는 평론으로 답하고 싶습니다.”
당선자들은 자신을 사로잡은 일상 속 빛나는 순간을 꺼내 보였다. 유진수씨는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버스에 타 밖을 바라본 적이 많다”고 했다. “형형색색의 가로등, 리어카에 폐지를 싣고 다니는 분들을 바라보며 시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느 새 제 휴대전화는 여러 단어와 문장들로 가득하게 됐습니다.”
정희정씨는 자신의 책상에 붙인 포스트잇에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막걸릿집 사장이 건네준, ‘좋아하는 것을 하라’는 글귀가 적힌 포스트잇이다.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 수 없는데, 왜 나는 가능하다고 생각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오늘 같은 순간이 있어서, 앞으로 몇 년 동안 글을 쓸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당선자 중 최고령인 임미다씨는 “아이들을 가르친 지 20년이 넘었다. 점점 아이들이 보는 매체에서 글자가 사라지고 있어, 아이들을 향한 언어에 대해 사회적 책무를 느낀다”고 말했다. 최연소 당선자는 연세대 4학년인 정영수씨. 그는 “사람들이 정말로 제 글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해지고 철렁하는 기분도 든다”면서 “앞으로 제 글을 읽을 독자들과 좋은 대화를 하고 싶다. 오늘은 그 첫 단추를 끼우는 날이다”라고 말했다.
곁을 지켜 준 가족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임진주씨는 “저를 지지해 주신 부모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담요처럼 포근하고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동화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이진우씨는 “군대도, 학교도, 지금의 일도 늦게 시작했는데 한 번도 반대하지 않은 어머니께 감사하다. 읽을 만한 100개의 문장보다 누군가를 철렁하게 하는 단 하나의 문장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장석주 시인이 심사위원을 대표해 격려사를 건넸다. 장 시인은 자신이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던 때를 회상했다. “당선자들의 기분에 공감하지만, 일주일 뒤 마주할 현실은 차가울 것입니다. 지혜를 담은 글로 문학과 예술을 보는 대중의 냉정한 시선을 돌파해야 할 것입니다. 자기만의 것을 쓰고 표현하는 데에 헌신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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