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존재감 없는 당대표라야 총선 승리한다고?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2023. 1. 2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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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내년 총선은 尹의 성과로 치러질 선거”
윤심에 무조건 따라야 이긴다고 믿는 듯
나경원을 ‘반윤’ 낙인찍은 건 전략적 패착
안철수, 결선서 김기현 대신 ‘플랜 B’ 될 수도
대통령만 따르는 당대표는 승리 기여 못 해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내년 4월 총선은 당대표 얼굴로 치르는 선거가 아니고 윤석열 대통령 얼굴과 성과로 치러질 선거”라고 말했다. 아마도 윤 대통령의 마음을 대변한 듯하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다음 총선은 어차피 내가 치르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행 비상대책위원은 한 발 더 나갔다. 차기 당대표는 “요순시대 왕이 누구인지 모르듯 당을 이끌어야 한다”며 황우여 전 대표를 소환했다. 황우여 대표에게 임기 2년을 다 채운 비결을 물었더니 “첫째, 무조건 대통령을 도왔다. 무조건이 제일 중요하다. 둘째, 나를 제외한 나머지 당 소속 의원들을 전부 다 스타로 만들려고 애썼고 나는 존재감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당대표를 하는 동안 사람들이 당대표가 누군지 모르더라”고 답한 얘기를 전했다.

“그때 황우여가 당대표인지 모르는데도 4번의 선거, 총선·대선·지방선거·보궐선거까지 다 이겼다”고 한 건 사실이 아니다. 황우여 대표는 총선을 지휘한 사실이 없다. 2012년 총선을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로 승리한 후 황우여 대표 체제가 출범했다. 그해 대선도 박근혜를 보고 찍었지 황우여를 보고 찍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이준석 대표 기여를 두고 논쟁할 수는 있어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황우여 대표 덕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 2014년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 9곳을 민주당에 내준 패배였다. 수도권 세 곳 중 경기도와 인천을 이겼으니 지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이겼다고 우길 수는 없다.

윤석열 대통령, 정진석 비대위원장, 김행 비대위원의 말을 종합하면 결론은 윤석열 대통령 뜻을 ‘무조건’ 따르는 ‘존재감 없는’ 대표를 원하는 것이다.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당·청 분리 이후 치러진 다섯 번의 총선 결과 네 번은 여당이 이겼고 단 한 번만 야당이 이겼는데 바로 그 선거가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가 충돌한 2016년 총선이었다. 그러니 혼연일체로 총선을 치러야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 것도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 말대로 2024년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 중간평가 성격이 강한 건 사실이지만 당대표 영향력도 작지 않다. 국민은 총선에서 현재와 미래를 아울러 평가한다. 대선 주자가 당대표로 총선을 이끌었을 때 승리 가능성이 높은 건 역사가 증명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고민은 ‘이길 수도 있고, 믿을 수도 있는’ 당대표를 찾는 것이지만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길 수 있으면 믿을 수 없고, 믿을 수 있으면 이길 수 없는 게 딜레마다. ‘무조건’ 대통령 뜻을 따르는 당대표는 (민심의 외면을 받아) 총선 승리에 기여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플랜A’ 김기현 체제가 최선의 선택이 되려면 세 가지에 대한 답이 긍정적이어야 한다. ①김기현 당대표를 만들 수 있다, ②김기현 체제가 총선까지 붕괴하지 않아야 한다, ③총선을 승리해야 한다. 윤 대통령과 윤핵관은 세 가지 모두 100% 가능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객관적인 눈으로 냉정하게 보면 모두 50% 정도로 보인다.

(절대 ‘반윤’이 될 수 없는) 나경원을 ‘반윤의 우두머리’로 낙인찍은 것은 자칫 전략적 패착이 될 수 있다. 이준석을 쳐내는 것은 한 사람을 제거하는 것이지만 나경원을 쳐내는 것은 한 세력을 제거하는 것이다. 훨씬 어렵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비유하면 이준석이 돈바스라면 나경원은 키이우다. 나경원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초선 ‘장핵관’들의 집단 린치는 모멸감을 느낀 당원들을 적으로 만든 것이다.

전략적 실수를 연발한 나경원이 명분, 세력, 동력을 모두 잃은 것은 사실이다. 나경원은 ‘유승민 포비아’가 확산될 때 검토할 수 있는 ‘플랜B’였지만 이젠 ‘플랜C’도 될 수 없는 곤궁한 처지가 되었다. 당대표에 뜻이 있었다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지 말았어야 한다. 맡는 순간 명분을 잃었다. 대통령실과 충돌한 후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①사퇴 후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상책), ②사퇴 후 잠행과 침묵(중책), ③사퇴 후 출마 행보(하책). 하책을 선택한 순간 고립무원 신세가 되었다.

유승민의 출마는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득이 없다. 당대표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건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안다. 2015년 원내대표 때 박근혜 대통령과 충돌한 트라우마가 있는 그로서는 기적적으로 당대표가 된다 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과의 충돌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민심 1등’이라는 명분을 얻은 상황에서 자칫 ‘초라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는 무모한 선택을 할까 싶다.

안철수는 기회를 얻었다. 안철수의 강점은 유승민·나경원·김기현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유승민의 외연 확장, 나경원의 수도권, 김기현의 ‘친윤’을 대체할 수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플랜B’다. 영화 ‘퀴즈쇼’처럼 세 개가 답이 아니므로 남은 하나가 답이 됐듯 결선투표에서 승리할 수도 있다.

실제로 결선투표에서 김기현과 나경원을 모두 이기는 여론조사가 있다. 만약 이런 조사 결과가 계속 발표되면 승부는 예측불허로 흐를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플랜A’ 김기현과 ‘플랜B’ 안철수 사이에서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쯤 되면 ‘수도권 연대’가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할 것이다. 윤핵관 사이에서도 반(反)장제원 균열이 올 수 있다.

김기현 의원이 당대표가 된다 하더라도 끝난 게 아니다. 2011년 7월에 출범한 한나라당 홍준표 체제는 해를 넘기지 못하고 ‘박근혜 비대위’로 넘어갔다. 2015년 2월에 출범한 민주당 문재인 체제도 ‘김종인 비대위’로 넘어갔다. 2004년 4월 총선을 바로 앞둔 3월 말에 한나라당 최병렬 체제가 붕괴하고 들어선 박근혜 체제도 ‘비대위’ 성격의 임시 지도부였다. 총선 앞에서는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는 곳이 여의도다.

나경원과 유승민을 제압한 윤석열 대통령은 김기현과 안철수를 놓고 한 달 정도 지켜볼 시간을 벌었다. 예측할 수 없는 승부가 이제 막 시작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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