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함께 떠나요! 세계지리 여행]자전거 바퀴살처럼… ‘하늘 길’ 항공기 노선에도 비밀이 있어요

안민호 마포중 교사 2023. 1. 2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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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는 더 많은 승객 유치 위해 장거리노선 출발지로 허브공항 선택
승객 최대로 태워 이윤 극대화
허브공항엔 많은 여객기 오가며 관광객 늘어나는 경제적 효과도
대한항공은 수요가 많은 인천-미국 로스앤젤레스(LA) 노선에 초대형 여객기 A380을 투입할 예정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1월을 기점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한 지 3년째가 됩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감염병은 많았습니다. 특히 20세기 초반 유행하며 5000만 명 정도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던 ‘스페인 독감’은 코로나19를 능가할 만한 공포의 질병이었습니다. 스페인 독감이 처음 발원한 건 1918년 3월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파급된 건 같은 해 9월경입니다. 반면 코로나19는 2019년 11월에 처음 발원해서 세계적으로 파급된 건 2020년 1월이었습니다. 두 질병 간의 전파력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질병으로 성장하는 데 걸린 시간의 차이는 아마도 100여 년 사이에 발전한 인류의 교통수단, 특히 여객기의 발달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의 세계지리 이야기는 이처럼 인류의 많은 일상을 바꾸는 역할을 한 교통수단인 여객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하늘을 날고 싶었던 인류의 욕망

인간은 오래전부터 하늘을 날고 싶어 했습니다. 그리스 신화의 다이달로스는 아들인 이카로스와 함께 밀랍으로 된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았다고 합니다. 태양에 가까이 가면 밀랍이 녹아 추락할 수 있다는 다이달로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카로스는 더 높이 날려고 욕망하다 바다에 추락하여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비행기를 설계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날고 싶은 그의 욕망은 구현되지 못했습니다. 다만 오늘날 이탈리아 로마의 국제공항 이름이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이 되면서 그의 욕망이 조금은 실현되었습니다.

날고 싶은 욕망을 제대로 처음 구현한 인간은 1903년 플라이어 1호 비행에 성공한 미국의 라이트 형제입니다. 플라이어 1호는 12초간 비행에 성공했고 인류는 수소 등 다른 기체의 도움 없이 동력만으로 하늘길을 처음 개척하게 되었습니다.

초기의 상업용 비행기는 사람을 실어 나르지 않고 우편물을 날랐습니다. 아직은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기엔 불안감이 컸고 미국이라는 거대한 땅덩어리에서 신속하게 우편물을 운송하기 위해선 비행기가 제격이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미국 더글러스사에서 1935년 최초의 여객기인 DC-3를 출시하고 인간은 하늘길을 통해 대규모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대의 여객기 제조사는 더글러스 등 여러 비행기 제작사를 인수합병한 미국의 보잉사와 유럽의 여러 국가가 연합하여 만든 에어버스사 두 곳으로 압축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현대의 여러 항공사는 보잉사의 747, 777 등의 모델 또는 에어버스사의 A380, A350 등의 모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 항공기 노선에 숨은 비밀

항공사가 하는 일을 요약하면 보잉 등의 여객기 제조사로부터 여객기를 사거나 빌려서 각 공항을 연결하는 노선을 짜고 승객을 모은 다음 안전하게 승객을 각 목적지에 데려다주는 것입니다. 하는 일은 단순한 데 비해 승객이 항공사에 지불하는 요금은 매우 비쌉니다. 여객기 요금은 국제선의 경우 100만 원이 훌쩍 넘지요.

항공사는 승객이 많든 적든 여객기를 구입하거나 빌린 비용이 고정적으로 나가기에 무조건 승객을 많이 태우는 게 이윤을 창출하기에 유리합니다. 그래서 등장한 게 저비용항공사(LCC)입니다. 수화물 서비스나 라운지 서비스, 기내식 서비스 등을 모두 유료로 변경하고 여객기 요금 자체를 저렴하게 만들어서 최대한 많은 승객을 유치하는 겁니다. 단순 이동의 목적만을 가진 승객은 요금이 저렴한 저비용항공사를 선택하게 됩니다. 에어서울, 진에어, 제주항공 등이 이런 저비용항공사입니다. 반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 대신 요금이 비쌉니다. 이런 항공사를 풀서비스 항공사(FSC)라고 부릅니다.
● ‘이윤 극대화’의 결과물로 등장한 허브공항

항공사들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비용을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등장한 게 허브공항입니다. 항공사들이 큰돈을 벌 수 있는 노선은 인천∼뉴욕 같은 장거리 국제노선입니다. 이런 장거리 노선을 여객기가 승객을 다 채우지 못한 채 이륙한다면 항공사의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겁니다. 따라서 항공사들은 장거리 노선의 출발지를 허브공항으로 정해두고 허브공항에서 가까운 지역으로부터 최대한 많은 승객을 데려옵니다. 이렇게 허브공항에 모인 승객들로 여객기를 꽉 채워서 장거리 여객을 운용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겁니다.

항공사들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허브공항’ 인근 지역에서 최대한 많은 승객을 운송한다. 이를 ‘허브 앤드 스포크’ 시스템이라고 한다.
이는 자전거 바퀴의 중심인 허브를 중심으로 뻗어 있는 ‘바퀴살’(스포크) 형태와 닮아서 ‘허브 앤드 스포크’ 시스템이라 부릅니다. 승객 입장에선 이 시스템의 원리를 잘 이해하면 허브공항과 스포크 공항 간의 요금이 저렴한 이유를 이해하고 여객기 티켓 비용을 줄이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허브공항에는 수많은 비행기가 오가게 되며 여객량이 늘어나고 허브공항이 있는 도시는 관광객도 늘어나는 경제적 효과가 발생합니다. 승객 입장에선 어차피 허브공항에서 다른 여객기로 환승해야 하는 데 환승 시간을 늘려두고 아예 허브공항의 도시로 입국해서 관광을 즐기기도 하는 겁니다. 아랍에미리트(UAE)나 카타르 등 아라비아반도에 위치한 국가들은 자국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국영 항공사의 요금을 저렴하게 운영하기도 합니다. 가령 인천에서 프랑스 파리로 가는 승객이 카타르 항공사 여객기를 선택하게 되면 해당 여객기는 인천에서 출발해서 카타르 항공사의 허브공항인 도하공항에 도착합니다. 이때 카타르 관광을 즐기고 나서 환승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고 카타르는 관광객 유치에 성공하게 되는 겁니다. 이처럼 여객기 노선 하나에도 지리적인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지리를 잘 이해하면 세상이 더 넓고 많이 보입니다.

안민호 마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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