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어텐션] 그냥 젊은 배우 써 !

김도훈 문화 칼럼니스트 2023. 1. 2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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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친구가 피부과를 개업했다. 나이가 들면 요긴한 직업을 가진 친구들이 생긴다. 프리랜서 기자에게 요긴한 친구는 변호사와 회계사다. 글로 먹고살다 보면 송사에 휘말리는 일도 벌어진다. 그럴 때 조언을 구할 변호사 친구는 정말이지 귀하다.

회계사는 왜 필요하냐고? 내가 재정적으로 무책임한 중년이기 때문이다. 기자라는 사람들이 똑똑해 보인다면 다 허상이다. 자판 앞을 떠나는 순간 기자들은 헛똑똑이다. 특히 돈에 약하다. 기자들이 돈을 잘 받아먹는다는 소리는 아니다. 아직 돈을 받아먹는 기자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문화 칼럼인 여기서 파고들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그저 똑똑해 보이는 기자들도 재정 관리에는 약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피부과 의사는? 나는 피부 관리에 그리 적극적인 사람은 아니다. 안티에이징(Anti aging) 제품은 써 본 적이 거의 없다.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70인치로 보는 내 얼굴은 놀라웠다. 노화의 흔적이 HD 화질로 망막을 강타했다. 친구가 개업했다는 소식을 듣자 바로 달려갔다. “젊게 만들어줘.” 나의 첫마디였다.

요즘 영화계 화두 중 하나는 디에이징(De-aging)이다. 디지털로 배우 얼굴을 젊게 만드는 기술이다. 할리우드가 가끔 구사하던 이 기술은 디즈니+ 시리즈 ‘카지노’에서 60대 최민식을 30대로 만들기 위해 쓰였다. 납득할 만한 결과물은 아니다. 아니, 나는 도무지 이야기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방해를 받았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그냥 젊은 배우를 쓰라”는 불평이 이어졌다.

우리는 최민식의 30대를 기억한다. 데뷔작 ‘야망의 세월’의 꾸숑이다. 꾸숑과 ‘카지노’ 속 최민식 얼굴은 확연히 다르다. 디에이징 기술은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 무르익고 아니고를 떠나 환갑이 넘은 배우가 30대까지 연기해야 할 이유는 없다. 거물 배우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려는 젊고 재능 있는 배우를 발굴하는 것이 디에이징 기술에 몰입하는 제작자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이다.

안 그래도 배우의 액면가는 점점 낮아진다. 40대가 20대를 연기하는 것도 자연스러워 보일 정도로 배우들은 젊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배우들은 더 젊어지고 싶어 한다. 요즘 배우들은 디지털로 얼굴을 ‘닦는’ 걸 계약 조건으로 내거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우리는 조연과 함께 있는 장면에서 홀로 휘영청 밝은 달처럼 둥둥 뜬 얼굴로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는 고통을 짊어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피부과에 원고료를 통째로 갖다 바친 내 피부는 어떻게 됐냐고?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그게 나를 20대로 되돌린 것은 아니다. 젊음이란 건 1.5㎜ 가죽 두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몸짓과 목소리 같은 태도가 젊음과 늙음을 가른다. 꾸숑이라는 단어를 기억하는 당신은 절대 꾸숑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요즘 젊어 보이는 단어를 쓰려 애쓰는 중이다. 물론이다. 그건 쌉가능하지 않은 데다 커엽지도 않은 쌉극혐이라 할말하않인데 피부과에 들인 돈을 생각하니 갑통알이다. 해석. “그건 전혀 가능하지 않은 데다 귀엽지도 않은 혐오스러운 짓이라 할 말이 많지만 안 하겠는데 여하튼 피부과에 들인 돈을 생각하니 갑자기 통장을 보니 알바라도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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