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공정 잃으면 편들기·아집으로 흘러”
김영삼 정부 법제처장 출신인 송종의(82·사법시험 1회·사진) 천고법치문화재단 이사장이 공직 생활 29년을 기록한 회고록 ‘밤나무 검사의 자화상’을 출간했다.
송 전 처장은 대검 강력부장, 서울지검장을 거쳐 1995년 대검 차장으로 퇴임했다. 1996~1998년 법제처장(장관급)을 역임한 뒤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충남 논산에서 밤나무를 키우며 ‘밤나무 검사’로 불렸다. 그의 회고록은 검사 시절 업무 일지 수십권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는 “공직 생활 중 저지른 잘못을 가감 없이 드러내 후배 공직자들이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하려는 소명 의식으로 책을 썼다”고 했다.
송 전 처장은 대검 강력부장 시절인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을 이끌었다. 조폭 소탕을 위해 서울 6개 검찰청에 강력부가 신설됐고 2393명이 입건돼 390명이 구속됐다. 여기에 서방파 두목이던 김태촌씨도 포함됐다. 송 전 처장은 당시 검찰 수뇌부에 “절대로 모함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건의했다고 한다. 조폭 단속이 시작되면 담당 검사들이 모함을 당하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송 전 처장은 1993년 서울지검장으로 슬롯머신 사건 수사도 지휘했다. 이 사건 수사로 검찰 내부 비위까지 밝혀내 고검장급을 구속했다. 그는 “대한민국 검찰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결과를 빚어낸 비극”이라고 회고했다.
송 전 처장은 공직 생활의 정도(正道)로 명나라 설선(薛宣)의 경구를 제시했다. “법은 공정하되 자애롭게, 명백하되 굳세어 결단력 있게 집행해야 한다. 공정을 잃으면 자애는 봐주거나 편들기가 되고 명백하지 않은 굳셈은 독선과 아집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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