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도 부산대도 아니다… ‘학벌 파벌’ 잠재울 BNK 새 회장은 빈대인
지방 금융지주사 중 최대 규모인 BNK금융지주 회장에 빈대인(62) 전 BNK부산은행장이 내정됐다. 회장 하마평에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 4대 천왕’으로 불렸던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이 거론되는 등 ‘외풍’ 논란이 있었지만, BNK금융에서 잔뼈가 굵은 내부 출신으로 결론이 났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잇달아 금융지주 회장이 교체되면서 장기 집권 관행이 해소된다는 긍정적인 시각과 연임이 예상됐던 금융지주 회장들이 차례로 용퇴하는 과정에서 금융 당국의 입김 논란도 불거지는 중이다. 현직을 물러나게 하는 간접적인 압박은 있었지만 후임엔 외부 출신 ‘낙하산’이 아닌 내부 출신이 기용되는 ‘하이브리드형 신종 관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외풍과 내부 학풍 논란 잠재우며 前 부산은행장 빈대인 내정
BNK금융 신임 회장을 둘러싼 외풍 논란은 잦아들게 됐다. 빈 내정자는 1988년 부산은행 입행 후 2021년 은행장으로 퇴임할 때까지 부산은행에서 근무했다. 임원추천위원회 위원들은 그를 “다양한 업무 경험을 통해 축적된 금융 분야 전문성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BNK금융 내의 고질적 문제였던 동아대와 부산대 사이의 ‘학벌 갈등’에서도 벗어나 있다. BNK금융은 동아대 출신인 이장호 전 회장, 부산대 출신인 김지완 전 회장 등이 각각 출신 학교를 중심으로 파벌을 이루며 대립해 내분이 일어 왔다. 또 부산상고 출신이 워낙 많아 이를 중심으로 한 ‘라인’도 형성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BNK금융 회장이 물러난 후 특정 학교를 중심으로 내부 갈등이 있다”면서 외부 인사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 이런 맥락이었다. 빈 내정자는 동래원예고를 나와 경성대 법대를 졸업해 이런 학벌 논란에서 자유롭다.
BNK금융 회장에 빈 내정자가 정해지면서 국내 7개 금융지주 회장 중 4명을 실업계인 농·상고 출신이 채우게 됐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광주상고,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내정자는 덕수상고,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강경상고 출신이다.
◇내부 출신 늘었지만, 계속되는 관치 논란
지난달 신한금융 신임 회장에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이 내정된 데 이어 BNK금융지주 회장도 내부에서 정해지면서 친정권 인사나 관료 출신이 기용되는 관치의 그림자가 옅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 정부 출범 후 NH금융지주 회장에 관료 출신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취임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내부 출신이 올랐다. 국책은행에서도 관료 출신 대신 내부 출신이 행장에 취임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등이 거론되던 IBK기업은행장에 내부 출신 김성태 전 수석부행장이 정해진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렇다고 정부의 장악력이 사라져 독립적인 이사회가 CEO(최고경영자)를 결정한다고 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갑작스러운 연임 포기 배경엔 금융 당국의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 18일 연임을 포기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금융 당국으로부터 적나라한 사퇴 압력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금융 차기 회장에 관료 출신이 임명된다면 관치 논란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금융 회장추천위원회는 18일 1차 후보군을 추리고 당사자들에게 통보했다.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화재 우리금융 사장 등 내부 출신과 아울러 NH금융지주 회장을 지냈던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 8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임원추천위원회는 오는 27일 최종 후보 2~3명을 추려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2021년 완전 민영화를 이룬 만큼 내부 출신에 무게가 실린다는 말이 나온다. 우리금융 노조는 19일 임종룡 전 위원장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는 등 반발했다. 임 전 위원장은 후보직을 수락할지 아직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위원장은 19일 “우리금융 회추위로부터 연락을 받긴 했지만 후보 수락 여부는 며칠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며 “역할이 있을 수 있겠으나 불필요한 관치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점은 적잖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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