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그리운 시대…평범한 당신도 히어로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2023. 1. 20. 03: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영화 '영웅(윤제균 감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우리 시대의 영웅을 찾아서'를 읽으면서, 영화 '영웅'이 생각났다.

지난 시대를 되짚으면서 사람들은 영토 확장, 분열된 국가의 통일, 국가 수호 등 업적을 이룬 인물을 영웅이라고 불러왔다.

인간 개개인의 생명과 존엄, 그리고 개성이 큰 가치로 자리 잡은 우리 시대의 영웅은 '죽임'이 아니라 '살림'으로써 그 가치를 수호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영웅을 찾아서 - 이영준, 이황 지음/테오리아/1만8500원

- 이순신·안중근 등 옛날 위인
- 대의로 자기희생 실천 귀감
- 시대정신 ‘죽임→살림’ 변천
- 지하철 의인·내부고발자 등
- 일상의 가치 수호자 되어야

영화 ‘영웅(윤제균 감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이다. ‘영웅’이라는 이름보다 더 빛나는 이름이 있다면 안중근 의사에게 바치고 싶지 않은 대한민국 국민은 없을 것이다.

소방관들이 불이 났을 때를 대비한 훈련을 맹렬히 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우리 시대의 영웅을 찾아서’를 읽으면서, 영화 ‘영웅’이 생각났다. 그리고 우리 시대의 영웅이 아니라 지난 역사 속 영웅들이 먼저 떠올랐다. 최강 고구려의 영토를 확장한 광개토대왕, 왜군을 물리쳐 조선을 구한 성웅 이순신, 한글을 창제하여 우리 민족의 문화적 근본을 만든 세종대왕…. 역사책에서 본 영웅이 잇달아 떠올랐다. 그런데 문득 영웅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의 자질과 노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태생과 신분에서 영웅 자격이 어느 정도는 정해졌던 것이 아닌가 싶다.

결코 영웅들의 업적을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이순신 장군을 구국 영웅으로 모시면서, 손바닥 터지도록 거북선의 노를 저었던 격군은 모른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두 번째로 한 생각은, 그렇다면 시대마다 영웅의 조건이 달라지기라도 한다는 걸까 하는 점이다. 책에서 ‘우리 시대’의 영웅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 시대의 영웅을 찾아 나섰다. 지난 시대를 되짚으면서 사람들은 영토 확장, 분열된 국가의 통일, 국가 수호 등 업적을 이룬 인물을 영웅이라고 불러왔다. 국가와 민족, 국민이라는 대의를 바탕으로 용기 있게 자기희생을 실천한 인물들이다. 세월은 흘렀고, 새로운 시대정신이 세상을 이끌어간다. 21세기 세계에서는 대의를 핑계로 무력을 수단으로 타민족, 타인을 죽이는 행위를 하는 인물을 영웅으로 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에는 영웅이 없는 것일까. 더는 영웅이 필요 없는 걸까. 이 책을 쓴 이영준· 이황 두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 시대에는 우리 시대의 가치가 있고 그 가치를 지켜내는 영웅이 있다. 인간 개개인의 생명과 존엄, 그리고 개성이 큰 가치로 자리 잡은 우리 시대의 영웅은 ‘죽임’이 아니라 ‘살림’으로써 그 가치를 수호한다. 위협받는 평범한 일상을 지키고 인간 생명·존엄·개성을 살려내는 이가 영웅이다.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다 목숨을 잃은 의인, 폭우가 퍼부어 잠겨버린 도로에 뛰어 들어 막힌 하수구를 뚫는 시민, 길가에 쓰러진 노인을 학교에서 배운 심폐소생술로 살려내는 여고생, 불이 난 집 앞을 지나가다 안에 할머니가 있다는 말을 듣고 뛰어들어 구해내는 청년, 불이 붙은 자동차에 달려들어 운전자를 구해내는 시민….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많다.

책을 읽다가 ‘시민 영웅’으로 인터넷 검색을 한참 동안 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자연환경을 보호하자고 외치는 초등학생들도 영웅이다. 부정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조직을 고발하고 조직 내부에서 배신자라는 말을 듣지만,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여 조직을 본연의 역할을 다하도록 되돌려 놓은 사람들도 영웅이다. 눈치챘는가. 우리 시대 영웅은 모두가 평범한 시민이다.


이 책이 “우리 시대의 영웅은 누구인가?”라고 묻는다. 우리에겐 간절히 영웅이 필요하다고도 외친다. 동시에 답한다. “우리 시대의 영웅은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이며 우리 모두이어야 한다”고.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