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27] 토끼는 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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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지형 차이로 생기는 그림자가 토끼를 닮았다고 해서 달과 토끼는 간혹 같은 의미로 쓰인다. 특히 달 속 그림자는 옥토끼가 전설상의 영약(靈藥)을 절구에 찧는 모습이라고 여겨져 곧잘 사람들의 상상력도 자극했다.
토끼는 다산(多産)에다가 얌전한 성품을 지녀 중국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지나칠 정도의 소심함, 찢어진 입 때문에 때론 경멸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십이지(十二支)를 상징하는 동물의 하나로 일찍 이름을 올렸다.
성어와 고사에 등장하는 토끼가 적잖다. 우선 날쌘 토끼가 죽으면 그를 잡던 사냥개는 곧 솥에서 삶긴다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이 참 유명하다. 우연히 나무 그루터기에 걸려 죽은 토끼 때문에 늘 그곳에서 다른 토끼를 기다린다는 수주대토(守株待兎)도 그렇다.
영리한 토끼는 굴을 세 개 파서 언젠가 닥칠지 모를 위기에 대응한다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의 고사도 잘 알려져 있다. 요즘 중국인들은 “토끼는 제 굴 주변의 풀은 뜯지 않는다”는 속언을 잘 쓴다. ‘제 살 깎아 먹기’를 경계하는 말이다.
새해는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다. 토끼의 한자 토(兎)는 다른 글자 요소와 결합해 우리에게 친숙한 글자로 자리를 잡기도 했다. 우선 ‘덮다’라는 새김을 지닌 멱(冖)을 머리에 올려 ‘원통하다’는 뜻의 원(冤)으로 발전했다.
‘달리다’는 새김의 착(辶)이라는 부수와 합쳐지면 일(逸)이라는 글자다. 앞의 ‘원’은 토끼가 어딘가에 꼭 갇혀 있는 모습, 뒤의 ‘일’은 신나게 달리는 토끼의 그림이다. 따라서 앞은 억울함과 원통함, 뒤는 자유와 평안함의 새김을 얻었다고 본다.
곧 중국 땅에 찾아들 검은 토끼의 운명은 어떨까. 개혁·개방의 퇴조에 이은 통제 강화로 어딘가에 단단히 갇힐까. 아니면, 그 너른 땅을 마음껏 휘저으며 다닐 수 있을까. 새해 중국 토끼의 향배가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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