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脫중국 가속… 현지 신설법인 수, 中〈베트남 첫 역전

김형민 기자 2023. 1. 2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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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인건비 부담에 매출은 급감
美中갈등 영향 공급망 불안 겹쳐
작년 유턴기업 63%가 中서 옮겨와
무역흑자 4년새 1위→22위 추락
《脫중국 속도내는 국내 기업들



국내 기업들의 탈(脫)중국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1∼3분기(1∼9월) 중국 현지에 신설된 한국 법인 수가 156개로 베트남에 처음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로 복귀한 유턴 기업의 63%는 중국에 진출한 업체들이었다. 높은 생산비용, 강한 정부 규제에 이어 최근 불거진 미중 갈등이 탈중국 요인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통해 첨단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탈중국 유턴 기업에 세제 혜택을 지원하는 등의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중국 공무원이 일주일에 세 번씩 공장에 찾아와 온갖 트집을 잡으니 가동이 중단되기 일쑤다.”

지난해 중국에서 국내로 공장을 옮긴 제조업체 A사 관계자는 “중국에서 기업경영을 하기가 갈수록 어렵다”며 이렇게 말했다. 사드 사태가 터진 후 중국 환경당국이 배출가스를 수시로 점검하는 탓에 공장 가동이 자주 멈춘다는 것. 여기에 현지 인건비가 2012년보다 60% 이상 급등한 데다 매출도 크게 꺾였다. 2019년까지 연평균 3000억 원이던 매출액이 지난해 500억 원으로 급감했다. A사 관계자는 “최근 미국의 대중 수출규제로 공급망 불안까지 겹쳐 중국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탈(脫)중국이 가속화되고 있다. 높은 생산 비용, 강한 정부 규제와 더불어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불안이 겹쳐진 데 따른 것이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중국 현지 신설 한국 법인 수는 156개로 베트남(233개)에 처음으로 역전됐다. 중국 신설 법인 수는 2006년(2392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국내 유턴 기업(24개)의 63%(15개)가 중국에서 생산시설을 옮겨왔다. 2014년 이후 지난해까지 국내로 돌아온 유턴 기업 126개 중 97개(77%)가 중국 진출 기업이었다.

탈중국 현상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중국 진출기업 경영환경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2∼3년 내 중국에서 철수를 고려하는 기업 비율은 2020년 2.7%에서 지난해 9.6%로 3배에 육박했다.

이런 현상은 중국 시장의 전략적 가치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우리나라의 교역국별 무역흑자 규모에서 중국은 2018년 1위(556억36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2위(12억500만 달러)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베트남은 3위(289억7800만 달러)에서 1위(342억4600만 달러)로 부상했다.

기업들의 탈중국은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산업연구원 조사에서 현지 기업들이 중국 철수를 고려하는 이유로 생산 비용 상승(38%), 경쟁 심화(22%), 미중 갈등(16%)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중 갈등이 기업들의 탈중국 현상을 심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 등을 통해 첨단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동맹국 기업이라도 불이익을 주는 규정을 뒀다. 김문태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정책팀장은 “미국 ‘반도체법’의 경우 미국 투자 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기업은 중국에 투자할 수 없다는 가드레일 조항을 담고 있다”며 “기업들이 중국 투자에 쉽게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탈중국에 대비해 국내 유턴 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에서 국내로 유턴한 기업 중 유망한 곳에 선별적으로 세제 혜택 등을 줘야 한다는 것. 김동수 산업연구원 해외산업실장은 “경쟁력 있는 고부가가치 기업들이 중국에서 국내로 들어올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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