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신청사 짓게 나가라” 청주병원 “이전대책 미흡”

신정훈 기자 2023. 1. 2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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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건물 무단 사용”… 청주병원에 변상금 14억 부과
충북 청주시(사진 앞 건물)와 청주병원(뒤쪽 건물·점선)은 시청사 신축 부지 내 병원 퇴거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청주시는 맞닿아 있는 청주병원 부지를 포함한 현 시청 일대에 2028년까지 신청사를 건립할 계획이다 /신현종 기자

신청사 건립을 추진 중인 충북 청주시가 신청사 건립 부지에서 3년 넘게 이전하지 않는 청주병원(사립)과 갈등을 빚고 있다. 시는 최근 병원 측에 변상금을 부과하는 등 이전을 압박하고 나섰다. 시는 “병원의 토지와 건물 소유권이 청주시로 이전됐지만 퇴거하지 않는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이전 대책이 미흡하다”며 맞서고 있다. 양측이 법정 다툼을 벌이는 등 갈등이 심화하면서 신청사 건립에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청주시는 지난 11일 청주병원에 시유지를 무단 사용한 데 따른 변상금 14억원을 부과했다. 시는 병원 측이 변상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절차에 따라 부동산을 압류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청주병원은 “병원을 이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청주시는 2014년 7월 기존 청주시와 청원군의 행정구역 통합 이후 상당구 북문로 현 시청 일원에 신청사를 짓기로 결정했다. 2025년 착공해 2028년까지 신청사를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청주시와 청주병원의 갈등은 시청 신축 부지에 기존 시청 터와 시청에 인접한 청주병원 토지 4069㎡까지 포함되면서 불거졌다. 시는 청주병원과 수차례 보상 협의를 했지만 대체 부지 및 보상금에 대한 원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수용 절차를 밟게 됐다. 시는 보상금 178억원을 법원에 공탁하는 법적 절차를 통해 2019년 8월 청주병원의 토지와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갖게 됐다. 하지만 병원 측은 “이전할 토지 확보와 병원을 신축하기엔 보상금이 많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청주시는 청주테크노폴리스, 영운정수장 등 7곳의 대체 부지를 제안하는 등 협의에 나섰지만, 양측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시는 청주병원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입장이지만 청주병원은 “시가 제시한 대안은 병원을 이전하기엔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청주병원은 “애초 시유지와 교환하는 조건으로 했던 대화를 시가 일방적으로 수용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해 문제가 시작됐다”며 “절차상 문제가 있어 수용 결정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가 보상에 관한 기본 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보상 업무를 추진했고, 보상 계획 공고는 시장 결재 사항인데 담당 부서장 전결로 진행해 하자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는 “사업 부서에서 법과 규정에 맞게 모든 절차를 진행했고, 관련 근거는 충분하다”며 “병원 측이 시간을 끌어 유리하게 협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양측은 법정 다툼도 벌였다. 청주시는 2021년 2월 청주병원을 상대로 명의 이전된 건물과 토지를 내놓고 나가라는 취지의 ‘토지 및 건물 인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12월 대법원은 청주시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법원 확정판결 이후에도 양측의 갈등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시는 법원 판결을 근거로 법원에 강제집행 신청을 했다. 법원은 지금까지 강제집행 계고장을 3차례 병원 측에 전달했다. 계고장은 강제집행에 앞서 청주병원이 채권자인 청주시장에게 자진해 부동산을 인도하도록 유도하는 사전 절차다. 시는 청주병원이 자진 이전하지 않으면 강제 퇴거 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시는 또 청주병원을 상대로 시유지 무단 점유 등 불법 운영을 통해 벌어들인 45억원을 시에 지급하라는 ‘부당 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19일 “병원 측의 법 테두리를 넘어선 요구에 더 이상의 협의는 없다”며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변상금, 강제집행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계획대로 신청사 건립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조원익 청주병원 부원장은 “시가 환자와 직원 수백 명이 있는 병원을 물리력을 동원해 내쫓으려고 한다”며 “일방적인 행정으로 병원이 피해를 보는 만큼 필요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다.

엄태석 서원대 복지행정학과 교수는 “양측이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다 자칫 환자와 시민까지 피해를 볼 것”이라며 “대승적 차원에서 한발씩 양보해 문제를 해결하고 사업 지연에 따른 혈세 낭비도 막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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