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딛고 당구치던 꼬마 김가영, 포켓볼 이어 3쿠션 여제로
고양=강동웅 기자 2023. 1. 2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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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를 위해.' 김가영(40·하나카드)은 4일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NH농협카드 여자프로당구(LPBA) 챔피언십 결승전 내내 이 생각만 되뇌었다.
우승 후 1주일이 지난 12일 대회 장소였던 '소노캄 고양'에서 만난 김가영은 "대회 때는 내가 할머니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할머니가 날 도와주신 것 같다. 천주교인이셨던 할머니는 늘 '손녀딸이 최고의 당구 선수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해주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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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운영 당구장서 어릴적 입문
中1때 4구 500점 치다 포켓볼 접해
美여자프로당구 랭킹 1위만 세차례
최근 5승으로 LPBA 역대 최다 기록
中1때 4구 500점 치다 포켓볼 접해
美여자프로당구 랭킹 1위만 세차례
최근 5승으로 LPBA 역대 최다 기록
‘할머니를 위해.’ 김가영(40·하나카드)은 4일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NH농협카드 여자프로당구(LPBA) 챔피언십 결승전 내내 이 생각만 되뇌었다. 김가영은 친할머니가 지난해 12월 31일 세상을 떠난 뒤에도 강원 원주시 빈소와 경기장을 오가며 끝까지 대회 일정을 소화했다.
결승 상대 김예은(24)은 김가영이 앞설 때마다 한 세트씩 따라붙으며 끈질기게 추격했다. 김가영은 ‘할머니 영전에 우승 트로피를 가져다드려야 한다’는 집념으로 버티고 버텼다. 김가영은 결국 최종 7세트에서 승리하며 LPBA 역대 최다(5회)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우승 후 1주일이 지난 12일 대회 장소였던 ‘소노캄 고양’에서 만난 김가영은 “대회 때는 내가 할머니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할머니가 날 도와주신 것 같다. 천주교인이셨던 할머니는 늘 ‘손녀딸이 최고의 당구 선수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해주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도 선수 출신인 아버지 김용기 씨(73)와 어머니 박종분 씨(69)가 인천에서 당구장을 운영한 덕에 김가영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당구를 접했다. 키가 140cm도 되지 않았던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음료를 옮길 때 쓰는 초록색 플라스틱 상자 위에 올라서 큐를 당기며 ‘당구 세계 챔피언이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딸이 중학교 1학년 때 4구로 500점을 치자 아버지는 딸에게 세계적으로 인기가 더 높은 ‘포켓볼’을 권했다. 중학교 2학년이던 1997년부터 포켓볼 대회에 출전하기 시직한 김가영은 고등학교 졸업반이던 2001년 포켓볼 강국인 대만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2003년부터 활동 무대를 미국으로 옮겼다.
이제 171cm로 자란 김가영은 여자 포켓볼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US 오픈, 차이나 오픈, 암웨이컵에서 모두 우승하는 ‘그랜드슬램’에 성공하면서 ‘당구 여제’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9, 2011, 2016년 세 차례에 걸쳐 미국여자프로당구협회(WPBA) 랭킹 1위에 오른 김가영은 “주말에도 빠지지 않고 매일 16시간가량 연습했다. 대회에서 우승하면 그다음 날만 쉬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3쿠션 무대는 달랐다. 2019년 프로당구 출범과 함께 3쿠션 선수로 전향한 김가영은 그해 SK렌터카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748일 동안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그 사이 LPBA 최다 준우승(3회)이라는 달갑지 않은 기록도 세웠다.
김가영은 “수비 배치를 생각할 필요가 없는 포켓볼을 20년 넘게 했다. 포켓볼 선수로는 몰아치는 공격력이 나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런데 3쿠션을 시작한 이후로 ‘수비만 더 신경 썼으면 그 경기 이겼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다보니 점점 내가 생각하는 당구를 하지 못하고 움츠러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NH농협카드 챔피언십에서 ‘준우승 징크스’를 깬 뒤로는 파죽지세다. 올해 같은 대회까지 365일 동안 9개 대회에 나서 그중 4번 우승을 차지했다. 김가영은 “준우승만 하던 시기에도 결승 무대를 여러 번 경험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며 웃었다.
그리고는 “아직 대회 에버리지(득점을 이닝으로 나눈 것) 1.2를 넘어보지 못했다. 대회 우승은 내 노력 말고 운까지 따라줘야 하지만 에버리지는 오로지 내 실력으로만 결정되는 수치라 더 욕심이 난다”고 말했다.
결승 상대 김예은(24)은 김가영이 앞설 때마다 한 세트씩 따라붙으며 끈질기게 추격했다. 김가영은 ‘할머니 영전에 우승 트로피를 가져다드려야 한다’는 집념으로 버티고 버텼다. 김가영은 결국 최종 7세트에서 승리하며 LPBA 역대 최다(5회)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우승 후 1주일이 지난 12일 대회 장소였던 ‘소노캄 고양’에서 만난 김가영은 “대회 때는 내가 할머니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할머니가 날 도와주신 것 같다. 천주교인이셨던 할머니는 늘 ‘손녀딸이 최고의 당구 선수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해주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도 선수 출신인 아버지 김용기 씨(73)와 어머니 박종분 씨(69)가 인천에서 당구장을 운영한 덕에 김가영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당구를 접했다. 키가 140cm도 되지 않았던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음료를 옮길 때 쓰는 초록색 플라스틱 상자 위에 올라서 큐를 당기며 ‘당구 세계 챔피언이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딸이 중학교 1학년 때 4구로 500점을 치자 아버지는 딸에게 세계적으로 인기가 더 높은 ‘포켓볼’을 권했다. 중학교 2학년이던 1997년부터 포켓볼 대회에 출전하기 시직한 김가영은 고등학교 졸업반이던 2001년 포켓볼 강국인 대만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2003년부터 활동 무대를 미국으로 옮겼다.
이제 171cm로 자란 김가영은 여자 포켓볼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US 오픈, 차이나 오픈, 암웨이컵에서 모두 우승하는 ‘그랜드슬램’에 성공하면서 ‘당구 여제’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9, 2011, 2016년 세 차례에 걸쳐 미국여자프로당구협회(WPBA) 랭킹 1위에 오른 김가영은 “주말에도 빠지지 않고 매일 16시간가량 연습했다. 대회에서 우승하면 그다음 날만 쉬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3쿠션 무대는 달랐다. 2019년 프로당구 출범과 함께 3쿠션 선수로 전향한 김가영은 그해 SK렌터카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748일 동안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그 사이 LPBA 최다 준우승(3회)이라는 달갑지 않은 기록도 세웠다.
김가영은 “수비 배치를 생각할 필요가 없는 포켓볼을 20년 넘게 했다. 포켓볼 선수로는 몰아치는 공격력이 나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런데 3쿠션을 시작한 이후로 ‘수비만 더 신경 썼으면 그 경기 이겼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다보니 점점 내가 생각하는 당구를 하지 못하고 움츠러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NH농협카드 챔피언십에서 ‘준우승 징크스’를 깬 뒤로는 파죽지세다. 올해 같은 대회까지 365일 동안 9개 대회에 나서 그중 4번 우승을 차지했다. 김가영은 “준우승만 하던 시기에도 결승 무대를 여러 번 경험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며 웃었다.
그리고는 “아직 대회 에버리지(득점을 이닝으로 나눈 것) 1.2를 넘어보지 못했다. 대회 우승은 내 노력 말고 운까지 따라줘야 하지만 에버리지는 오로지 내 실력으로만 결정되는 수치라 더 욕심이 난다”고 말했다.
고양=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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