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저작권 등 지분 쪼개는 ‘조각 투자’ 편해진다

류재민 기자 2023. 1. 2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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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공식 허용… 투자금 쉽게 모으고 소액 참여 가능해져

미술품, 건물, 음악 저작권, 쇠고기까지 지분을 쪼개서 다수가 투자하는 ‘조각 투자’가 더 간편해지고, 안전해진다.

금융위원회는 19일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그동안 발행이나 유통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던 증권형 토큰(token)을 허용하기로 했다. 증권형 토큰은 가상 화폐에 쓰이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지만, 비트코인 등 가상 화폐와 달리 실물 자산을 근거로 발행된다.

증권형 토큰은 주로 조각 투자에 활용된다. 조각 투자는 개인이 혼자서 투자하기 어려운 고가의 자산들을 지분 형태로 쪼갠 뒤 여러 투자자가 공동으로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업체 입장에서는 여러 사람들로부터 투자금을 쉽고 빠르게 모을 수 있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가의 자산 투자에 소액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블록체인 기술로 증권을 디지털화하는 방식을 정식으로 허용함으로써 조각 투자 등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분들이 일정 요건을 갖추면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도 토큰 증권을 발행할 수 있게 하겠다”며 “디지털 전환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감안한 조치”라고 말했다.

◇조각 투자 위한 ‘증권형 토큰’ 허용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증권형 토큰 발행과 관련된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증권형 토큰을 규율할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비록 발행을 한다 하더라도 이를 공식적으로 ‘자산’으로 인정받을 방법이 없었다. 금융위원회의 규제샌드박스(혁신 서비스에 대해 예외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주는 제도)를 이용해 예외적으로 허용했었는데 앞으로는 이런 특례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폭넓게 허용한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앞으로 일정 요건을 갖춘다면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도 증권형 토큰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또 투자자 보호장치가 갖춰진 안전한 장외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장외 유통 플랫폼도 만들기로 했다. 현재 각 증권사들의 컨소시엄으로 대체거래소를 설립하는 방법, 한국거래소가 관할하는 디지털 자산거래소를 설립하는 방법 등이 논의되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2월 초 발표 예정이다.

◇실제 유통까지는 상당 시간 소요될 듯

금융위는 현재 증권형 토큰을 통해 조각 투자를 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재산권도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시적인 특례인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조각 투자를 한 투자자들은 샌드박스 허가가 종료되면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불안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조각 투자 업계는 이번 조치를 환영했다. 한 조각 투자 업체 관계자는 “이제 발행과 유통이 합법적으로 인정된 만큼, 그간 생각해 놓은 사업 구상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정상적인 발행과 유통이 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조각 투자 업체 관계자는 “이번 당국 방침의 큰 방향은 발행과 유통을 분리해, 조각 투자 업체들은 발행만 하고 유통은 플랫폼에 맡기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라며 “유통 플랫폼이 본격화되는 건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 빨라도 2024년 하반기는 돼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한편 금융위는 이날 외국 투자자의 한국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1992년 도입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개인 여권번호나 법인 식별번호로 외국인이 한국 자본시장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내년부터 자산 10조원 이상 상장법인의 중요 정보에 대한 영문 공시도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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