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 사실 분”… 경영평가 앞둔 公기관 애탄다
조직 혁신의 일환으로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지난달 경기 성남시 구미동 ‘분당오리사옥’ 매각을 위한 경쟁입찰을 진행했지만, 입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오리사옥은 1997년 대한주택공사 본사 사옥으로 지어진 건물로, 현재는 LH 경기지역본부로 사용되고 있다. 최저입찰가는 5800억원 수준으로 지방으로 이전한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들이 처분해야 하는 부동산 가운데 감정평가액이 가장 높다.
올해 통합별관 준공을 앞둔 한국은행도 지난해 감정평가액 1478억원의 서울 중구 남대문로 ‘소공별관’ 매각에 나섰으나 주인을 찾지 못했다. 매입 의사를 밝힌 한 업체와 수의계약 협상이 진행되기도 했지만,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계약이 무산됐다.
정부가 공공기관 자산효율화를 위해 비핵심 부동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부동산 시장 침체로 공공기관들이 자산 처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이 경영평가 실적을 위해 무리하게 자산 처분을 서두르다 ‘헐값 매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시장 상황을 반영한 자산 효율화 계획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금시장 경색에 줄줄이 유찰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공공기관이 보유한 이른바 ‘알짜 부동산’이 공매로 나오면, 시행사와 건설사가 앞다퉈 경쟁입찰에 나섰다. 한국전력공사가 작년 3월 공매에 부친 경기 용인시 마북동 ‘한전기술 용인사옥 부지’ 입찰에는 4개 업체가 경쟁을 벌여 최저입찰가의 178%에 달하는 958억원에 매각됐다. 한전은 경기 의정부시 용현동 ‘의정부변전소 잔여부지’도 작년 6월 공매를 거쳐 처분했다. 한전은 토지와 건물을 합쳐 최저입찰가로 1281억원을 산정했는데, 7개 업체가 경쟁한 끝에 대우건설이 최저입찰가의 두 배가 넘는 2946억원에 새 주인이 됐다.
그러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작년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줄까지 막히자 상황이 달라졌다. 부동산 개발 사업의 초기 단계 대출인 ‘브릿지론’ 금리가 20%에 육박하고, 원자재 값 급등으로 아파트 3.3㎡당 공사비도 700만원을 넘기면서 개발 사업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한 것이다.
한전은 작년 10월 경남 창원시 월포동 사택부지를 273억원에 공매에 부쳤지만 아무도 입찰하지 않았다. 작년 11월과 12월에는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에 위치한 ‘경기북부본부 직할 구사옥’을 209억원에 매각하려 했지만, 두 차례 모두 유찰됐다. 대한적십자사는 경기 광주시 남종면 ‘검천연수원’을 작년 하반기에만 7차례 공매에 부쳤으나 모두 유찰돼 다시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졸속 매각 없도록 조정해야”
정부는 작년 11월 발표한 공공기관 자산효율화 계획에서 2027년까지 124개 공공기관이 11조6000억원 규모의 비핵심 부동산 330건을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실에 따르면, 작년부터 부동산 100건의 매각이 시작됐고, 올해는 120건 매각을 시도할 계획이다. 이 같은 매각 실적은 공공기관 경영평가 가운데 ‘혁신계획 실행 노력과 성과 가점(5점)’ 지표에 반영될 예정이다.
하지만 경영평가 압박 때문에 공공기관이 매각을 서두르다 자산을 헐값에 졸속 매각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부동산 개발 수요 자체가 부진한 데다 자금 조달도 어려운 상황에서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건물이나 토지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억지로 헐값에 팔지 않도록 매각 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때 매각 실적 자체보다는 자산 가치 평가가 제대로 되고, 그에 따라 매각이 이뤄졌는지를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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