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김성태 구속…‘변호사비 대납’ 의혹 밝힐까 (종합)

법원 “혐의 소명, 도주·증거인멸 우려”
검찰, 최장 20일간 김성태 구속수사 가능
대북송금→쌍방울 계열사 사업권 획득
이스타항공 인수설에도 주가 등락
변호인 다수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 등재
쌍방울-이재명 대표 연결고리 확인 주력 전망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7일 검찰 수사관들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뇌물공여와 불법 대북송금 등 혐의를 받고 있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구속됐다.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쌍방울 사이 연관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예정이다.

수원지법 김경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0일 자본시장법 위반, 횡령, 배임, 뇌물공여, 외국환관리법 위반,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청구된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부장판사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함께 수사를 받고 있는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 김성태 전 회장 아태협 대북송금, 뇌물공여 관여 혐의 파악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연합]

검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에 2억6000만원 가량의 뇌물을 공여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쌍방울 그룹 빌딩에 입주해 있던 민간단체 아태평화교류협의회(아태협)이 사전 허가 없이 북한 조선노동당 통일선전부의 대남정책집행기구인 조선아태위원장과 부실장에게 총 21만5040달러와 180만 위안을 지급하도록 한 대북송금 혐의도 받는다.

김 전 회장은 전날 열린 영장심사 출석을 포기했다. 김 부장판사는 김 전 회장을 심문하지 않고 제출한 기록만 검토하고 구속 여부를 판단했다. 8개월 동안 해외 도피생활을 이어가던 김 전 회장을 구속한 검찰은 나머지 주가조작 혐의와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을 규명하는 데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구속기간을 연장하면 앞으로 20일간 신병을 확보한 채 수사할 수 있다. 검찰은 이미 이 전 부지사와 아태협 회장 안부수 씨를 기소했다. 안씨는 지난 20대 대선을 앞두고 대전·충청 지역에서 이재명 후보를 위해 사조직을 결성해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도 기소된 상태다.

지난 16일 열린 이화영 전 부지사 재판에선 아태협 직원이 증인으로 출석해 김 전 회장에게 후원받은 돈 일부를 북한에 송금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증언에 따르면 아태협은 안씨의 지시를 받고 북측에 3억원을 환치기로 180만 위안으로 바꿔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쌍방울이 대북경제협력 사업원을 이용해 계열사 주가를 부양하려고 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쌍방울은 2019년 1월과 5월 중국 선양에서 북측과 경제협력 사업에 합의했고, 계열사인 나노스가 북한 광물 사업권을 약정받으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대북사업 전망에 출렁인 쌍방울 계열사 주가… 변호사비 대납 의혹 밝힐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오후 설 명절을 앞두고 서울시 마포구 망원시장을 방문,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를 맡았던 인사들 다수는 쌍방울 계열사 이사로 활동하며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받았다. 변호인들이 이사로 활동한 계열사 중에는 대북 사업 수혜를 받은 나노스도 포함돼 있다. 이와 별개로 쌍방울은 이스타항공과 쌍용차 인수전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실행되진 않았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등락했고, 전환사채를 인수한 이들이 수십억 원의 차익을 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수원지검은 전·현직 수사관들이 이재명 대표 변호인이었던 이태형 변호사가 있는 로펌 측에 쌍방울 수사 정보를 누설한 사실도 적발하고 2명을 구속기소했다.

여권에선 이러한 일련의 주가조작 의혹 정황을 이재명 대표 변호인를 맡았던 인사들과 연관지어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쌍방울 사외이사진의 다수가 이 대표와 연관이 있고, 그 중 일부가 주식을 보유했는데 이 주식이 3년 만기 전환사채라는 게 의혹의 골자다.

실제 두 사건의 연결고리가 확인될 지는 미지수다. 다만 법조계에선 이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지출했다고 주장하는 변호사비 2억5000만원은 지나치게 낮은 액수라는 지적이 많다. 이 의원 상고심만 해도 13명이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전직 대법관, 헌법재판관도 사건을 맡았다. 수사 단계와 별개로 판결 확정시까지 1심→2심→3심→파기환송심까지 총 4차례 재판을 거치면서 이만한 규모의 변호인단을 2억5000만원에 꾸린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만약 이 지사의 변호사비를 대납한 정황이 있다면 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다스 미국 소송비 대납 혐의로 뇌물죄 유죄를 확정받은 전례가 있다.

이 의원과 쌍방울은 양측 모두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 대표는 18일 KBS뉴스에 출연해 “변호사비 대납 이거는 기소하면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변호사비 대납이라고 하는 것은 대체 누가 누구에게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얼마를 줬는지도 한 개도 밝혀진 게 없다”며 “일종의 마녀사냥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성태 회장이라는 분을 만난 일이 없다”며 “누군가가 술 먹다가 (전화를) 바꿔줬다는 얘기가 있는데,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jyg9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