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논란 채널A 기자 '무죄'에도 남는 의혹들

정철운 기자 2023. 1. 20.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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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왜 그렇게 유시민만 노렸을까 ②이동재 기자는 '희생양'이었을까 ③윤석열 검찰총장은 왜 전화했나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백승우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에 대해 법원이 19일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채널A가 이동재 전 기자의 문제적 행적을 상세히 조사해 내놨던 56페이지 분량의 '채널A 진상보고서'는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고, 검찰은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폰을 끝내 열지 못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022년 4월6일 한동훈 검사장의 강요미수 공모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이 사건은 '취재 의욕이 앞섰던 한 기자의 윤리적 일탈'로 끝나는 것일까. 미디어오늘은 검찰 수사자료 및 재판 기록, 진상보고서 등을 토대로 2020년 3월 MBC 보도로 등장했던 검언유착 의혹사건과 관련,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과 쟁점을 정리했다.

△후배의 취재 의욕을 위해 거짓말까지?=이동재 기자는 2020년 7월2일자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그해 3월10일 백승우 기자와 통화 당시 자신이 “한 검사장이 '나를 팔아'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말한 대목을 두고 “어떤 검사가 '나를 팔아' 그런 말을 하겠나. 후배의 취재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일이 잘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하려고 내가 그렇게 표현한 것뿐”이라고 했다. 후배의 취재 의욕을 위해 검사장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는 저런 거짓말을 하는 게 가능할까. 3월20일 통화에서 이 기자는 백 기자와 취재내용을 공유하며 “(한동훈 검사장이) 어떻게 돼가요 ○○게 묻는 거야…○○ 지도 이게 자기 동아줄이야”라고 말했는데, 이것까지 거짓말이었을까. 이 기자는 그해 3월22일 새벽 회사로 나와 오전 5시까지 MBC 보도에 대비한 '반박 아이디어' 문건을 작성하며 제보자X에게 들려줬던 녹음파일을 비슷한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재녹음하자고까지 제안했다. 그는 왜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TV조선도 유시민을 원했다=이철 전 VIK 대표의 부인 손아무개씨는 2020년 6월 검찰 조사에서 채널A 기자가 집으로 찾아온 적 있느냐는 질의에 “채널A 기자는 아니고 총선 한 달 전쯤인가 3월 초 경에 TV조선 탐사보도팀인가에서 저희 집을 찾아온 적이 있다. 초인종을 눌러서 나가 보니 남자 두 명이 TV조선 기자라고 하면서 인터뷰하고 싶다고 했는데 제가 거절했다”고 진술했다. 손씨는 2020년 11월16일 이 사건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해 TV조선 기자가 어떤 내용으로 인터뷰하고 싶다고 했느냐는 질의에 “신라젠과 유시민씨 관련해서 물어보겠다고 애기를 했었다”고 답했다. 채널A 기자들이 이철 전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고 그의 가족과 접촉하려던 시기, TV조선도 유시민을 노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당시는 총선 직전이었다.

△왜 그렇게 유시민만 노렸을까=2020년 2월12일 이동재 기자는 권순정 대검 대변인에게 “아니, 언론사보다 더 페이지수 많은 이상한 채널 운영하시는 분의 입을 언제까지 살려둘 수는 없는 거잖아요”라고 말했다. 당시 노무현재단이 운영하던 '유시민의 알릴레오'는 조국 사태 이후 주류 언론을 넘어서는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그해 2월13일 이동재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부산 만남에서도 유시민은 등장했다. 이 기자는 유시민을 가리켜 “아주 변○○ 수준이던데”라고 했고, 한 검사장은 “변○○보다 더 아래 아니야?”라고 답했다. 2월17일 당시 경주교도소 수감 중이던 VIK 경영지원 부문 부사장 출신 범아무개씨도 이동재 기자 편지를 받았다. 범씨는 검찰 조사에서 “(편지에) 유시민 얘기가 많았다. 유시민이 강연 대가로 받은 돈과 신라젠 주식 매입 여부를 알고 싶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왼쪽)과 한동훈 법무부장관. ⓒ연합뉴스

△당사자들은 두려웠다=이철 전 대표는 2020년 10월6일 증인으로 출석해 이동재 기자가 보냈던 세 번째 편지를 두고 “전체적인 맥락과 내용들이 검찰의 의사라고 생각했다. 검찰의 수사 방향과 의지라고 판단돼 공포감을 느꼈다”고 증언했다. '보도와 설득+진술이 합쳐진다면 당연히 수사와 구형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네 번째 편지 이후에는 “어떻게 내가 이용당할지 어떻게 진술을 원하는지 전반적으로 다 느낄 수 있어서 공포감이 극대화됐다. 허언이 아니라 치밀한 시나리오와 각본이 다 준비된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고 증언했다. 부인 손씨 역시 그해 11월 증인으로 출석해 “(편지에서) 다년간 검찰 취재를 하셨기 때문에 검찰 고위 간부와도 직접 컨택 할 수 있다고 말씀했다. 진짜 두려웠다. 남편한테 협박한 이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협박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동재 기자는 '희생양'이었을까=2020년 4월8일 채널A ㄱ기자는 백승우 기자와 통화에서 “회사에서 소위 꼬리 자르기를 하면 안 되지, 동재 한 개인의 일탈이라고 끝내겠어 그러면 전부 다 그만둬야지 누가 회사를 믿고 일을 해 회사 법무팀은 왜 있어, 엄밀히 디테일하게 따지고 들어가면 회사가 시켜서 일한 것 뿐인데”라고 말했다. ㄱ기자는 백 기자와 또 다른 통화에서 “사장이나 전무나 (방통위) 가서 이야기한 거 보면 꼭 꼬리자르기 하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그게 전략적으로 하는 건지 진짜 그렇게 하는 건지”라고 말했다. 이동재 기자는 그해 6월 해고됐으며, 7월2일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반박 보도를 상당히 준비해 놨는데 하나도 못 나갔다. 회사로부터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진상조사가 시작되던 4월2일 배혜림 팀장이 백 기자와 통화에서 “(녹취 중) 이동재 선배랑 사장이랑 말 다 얘기가 된 거고 이런게 있어”라고 묻자 백 기자는 “차장이요 선배, 차장”이라고 답했고, 배 팀장은 “너 사장이라고 말한 적 없는거지?”라고 재차 확인했다.

▲2020년 3월31일 MBC보도화면 갈무리.

△'유시민 취재' 어디까지 보고했을까=2020년 6월 백승우 기자는 검찰에 “사이즈가 큰 사건의 경우 이동재가 단독으로 하기는 어려울 듯 싶고, 배 팀장에게 사전에 보고를 한 다음 취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고 “배 팀장이 양주를 방문해서 이철 관계자를 만나보라고 한 것이고, 이동재도 마찬가지여서 진행 상황을 상세하게 보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진술했다. 그해 3월31일 MBC 보도 이후 홍성규 사회부장과 배혜림 법조팀장, 홍성규 부장과 이동재 기자, 배혜림 팀장과 이동재 기자 사이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삭제됐다. '사회부 법조팀 지휘라인 휴대폰 저장정보 대부분이 MBC 보도 이후 순차적으로 삭제됐는데, 그 안에 혐의와 관련된 중요 자료들이 들어있기 때문에 삭제해버린 것 아니냐'는 검찰의 질의에 백 기자는 “제가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앞서 채널A 경영진은 재승인 심사 국면이던 2020년 4월9일 방통위 의견 청취 당시 “취재과정에서 윗선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왜 채널A기자에게 전화했나=배혜림 팀장은 4월2일 사내 누군가에게 이런 카톡을 보냈다. “윤석열 총장이 ㄴ기자 통해서 계속 물어오고 있나 봐요. (한동훈-이동재) 음성파일요.” 이날은 대검 감찰부가 한동훈 검사장 감찰에 착수한 날이었다. 검찰총장이 직접 자신의 최측근이 연루된 사건을 알아보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2020년 12월16일 △채널A 사건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위반 등 4가지 사유로 윤석열 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를 결정했고, 2021년 10월14일 서울행정법원은 징계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지난해 한동훈 장관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가리켜 “강요미수가 본질이 아니고 공직선거법 위반이 본질이다. 보수언론 권력을 배경으로 검찰권을 사유화해서, 야심 있고 똑똑한 부하들과 함께 (국회) 다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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