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대 주차했는데 ‘주차비=0원’…꼬리잡힌 꼬리물기
[앵커]
남의 건물 유료 주차장에 차량을 여러 대 주차해놨다가 돈 한 푼 안 내고 슬쩍 빠져나가는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출입 차단기가 있는데 어떻게 이런 꼼수가 가능한가 봤더니, 기계가 번호판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차 여러 대를 촘촘히 붙여서 이동하는 이른바 '꼬리물기' 수법이 동원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황당한 일을 저지른 건, 공항 근처에서 주차 대행업을 하는 업자들이었습니다.
정해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승합차 한 대가 주차장에서 나오는데, 다른 차들이 바짝 붙어 뒤따릅니다.
꼬리에 꼬리를 문 차량들.
차단기가 내려오려 하자 앞차와의 간격을 황급히 줄입니다.
세어보니 총 12대가 '한묶음'으로 이동했습니다.
다른 날도, 또 다른 날도, 희한한 풍경은 되풀이됐는데, 매번 선두 차량은 주차장에 갓 들어왔다 나가는 차였고, 뒷차들은, 장시간 주차돼있던 차량들이었습니다.
[피해업체 관계자 : "회차 차량이 앞에 있고 그 다음에 뒤에 이제 오래 주차돼 있던 차들, 그러니깐 그렇게 꼬리물기를 해서 빼나갈 차들을 뒤에 쭉 대놓고... 그날 하루만 해도 몇번이나 한 거예요."]
알고 보니, 주차비를 안 내려는 꼼수였습니다.
차단기가 완전히 내려오기 전 앞차에 바짝 따라붙으면, 출구 감지기는 여러 대를 '한 대'로 인식합니다.
맨 앞 차량만 주차비 부과대상이 되는 건데, 그나마도 입차한 지 30분이 안 된 '회차' 차량이라 요금이 '0원'입니다.
김포공항 근처 이 빌딩에서만 이런 일이 수백 차례 반복됐고, 관리인 측은 두 달이 지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이렇게 자동으로 운영되는 무인 주차장이라, 감시를 피해 편법 운행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꼼수의 주인공은 사설 주차대행 업체였습니다.
주차 맡긴 손님 차들을 인근 빌딩에 세워놨다가 주차비를 떼어먹고 슬쩍 출차해왔던 겁니다.
[피해업체 관계자 : "내 차가 나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생각을... 도둑질하는 거잖아요."]
당한 주차장은 한 두 곳이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김포공항 안에 있는 주차장에서도 꼬리물기 출차 수법이 적발됐습니다.
지난해 경찰이 주차 대행업체 한 곳을 적발해 사기 혐의로 송치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주차대행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코로나가 조금씩 풀려가면서 그렇게 하다 보니까 이제 손님들도 좀 들어오고 하잖아요. 주차장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주차장 마땅한 데가 없었고..."]
사람 감시가 없는 무인 주차장이 많아지면서 이런 '봉이 김선달 식' 사기영업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주차 시스템을 만든 업체에선 차량 감지기가 꼬리물기에 속지 않도록 기계를 보완하는 방안도 강구 중입니다.
KBS 뉴스 정해주입니다.
촬영기자:김경민/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이근희 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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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주 기자 (sey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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