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檢에' 이재명…'당원 결집' 요청한 지도부
당 지도부 동행 여부 '미정'…박찬대 "같이 가고파"
박홍근, 지지자들에게 '마음 모아달라' 요청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28일 토요일, 두 번째 출석(서울중앙지검)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소환조사 통보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아무 잘못도 없는 저에게 또 오라고 하니 제가 가겠다"며 시장 골목에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가 지난 10일 약 40여 명의 의원들이 군집했던 첫 번째 출석과 달리 이번에는 '홀로' 출석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는 비명(이재명)계에서도 '잘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다만 당 지도부는 이 대표의 만류에도 검찰 출석 길에 동행할지 말지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없는 죄도 만들고 있는 죄도 덮으면서, 사적 이익을 위해 검찰권을 남용하는 일부 정치검찰을 국민이 지켜보고 있고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잘못도 없는 제가, 또 오라고 하니 가겠다"며 출석 의사를 밝혔다. 다만 이 대표는 '주중에는 일을 해야겠다'며 서울중앙지검이 출석을 요구한 27일이 아닌 28일(토요일)을 출석일로 콕 집었다.
이 대표 측근을 비롯한 주변에서는 검찰 출석을 만류했으나, 대표 본인의 의사가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19일 오전 MBC 라디오에서 "주변에서는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을) 다 만류했다. (이 대표가) 마치 죄가 있는 것처럼 포토라인에 세우겠다는 검찰의 의도가 너무 뻔하다"고 말했다.
이번 결단은 검찰에 정면돌파하는 모습을 보이며 지지층에 본인이 결백하다는 모습을 보이고, 검찰의 '야당 탄압' 이미지는 더욱 부각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다. 또 당 일각에서 '개인 문제에 당이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반영한 모습이다. 이 대표는 출석 의사를 밝힌 당일 밤 KBS 뉴스 인터뷰에 출연해 "마치 피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도 있고 저로서는 문제 될 만한 행동한 것이 없기 때문에 당당하게 맞서겠다"며 "정면돌파가 제 특장기"라고 강조했다. 당대표직을 유지하며 당 차원의 대응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재판 송사야 당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제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인 것"이라며 "경기도지사 때 무려 4건이나 기소돼 2년 동안 재판을 1주일에 2번씩 끌렸다녔지만 전국 최고 시도지사 평가를 얻어내지 않았나"며 정면돌파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 대표의 두 번째 출석에는 당 지도부 등 의원들이 동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검찰 출석 여부를 밝히며 "변호사 한 분을 대동하고 가서 당당히 맞서도록 하겠다"며 "우리 당 의원분들은 그 시간에 당무에, 국정에 충실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 10일 첫 번째 출석 당시에는 박홍근 원내대표, 조정식 사무총장 등 지도부를 비롯해 의원 40여 명이 함께했다.
'홀로 출석' 결정에 친명계에서는 물론 비명계에서 '옳은 판단'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 대표와 30년 지기인 친명계 정성호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하기로 한 건) 본인이 결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본인이 제일 잘 알기에 본인이 나가서 대응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 의원은 검찰이 의도적으로 재판을 질질 끄는 '지연 전술'을 써 이 대표를 망신 주고 있다고 맹비판했다. 그는 "(검찰이)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데도 계속 언론에 뭐가 있는 것처럼 흘려대고 있다"며 "검찰이 내년 총선을 대비해 여당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서 야당 대표를 망신 주게 하려는 것이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도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가 변호인 1명을 대동하고 혼자서 가시겠다고 하니까 저는 그건 굉장히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대표의 출석에 관해 "그게 당당한 모습이고 반대쪽에서 시위를 하더라도 거기에 고난을 치르실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이재명 대표 주장의 진정성을 느껴지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비수도권 비명계 의원도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개인이 감당할 문제에 대해 당에 위험이 번지는 것을 차단시키자는 의미에서 홀로 검찰 출석을 결정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고 진작부터 했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의원들도 이 대표의 뜻을 존중하고 따라줘야 한다. 지도부나 개별 의원들이 이 대표에게 협조하지 않으면 당에도 누를 끼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이 대표에게 지지자들이 힘을 보태달라고 '장외 투쟁'을 권유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당당하게 홀로 나가겠다는 이 대표가 부당한 탄압을 의연히 이겨낼 수 있도록 국민과 당원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주실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군사 독재 시절에도 이처럼 야당 대표를 공개적으로 망신 주고 모욕한 전례는 없다"라며 "윤석열 검찰의 목적은 누가 봐도 정적 제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검찰의 '야당 탄압'에 국민들이 함께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다른 의원들은 나서지 말라고 만류했지만, 일부 의원들이 이 대표의 출석에 동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 지도부도 긴급회의를 열고 동행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라며 여지를 남겨놓은 상황이다.
박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저는 (이 대표와) 같이 가고 싶다. 당내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변호사만 대동하겠다고 했고, 의원들은 민생 챙기는 활동에 전념하라는 것"이라며 "아무리 당당하게 들어간다고 해도 이리떼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만류에도 의원들이 이번 출석에 동행하는 것은 당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원욱 의원은 B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가) 변호사만 대동하고 단둘이 (검찰 출석에) 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태도로 보여진다"며 "아마도 비서실장 정도야 대동할 수 있겠지만 나머지 의원들에 대해서는 자제를 당부하고 특히나 이 대표 지지자들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도 '이번에는 오지 마라. 나 혼자 가겠다'라며 애처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국민들한테 훨씬 더 '저렇게 나가는구나'라고 하는 이미지가 연출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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