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3분의 1 토막'…스틱인베, 주가 부양 대책 '오리무중'
19일 5670원 장 종료…"주가 향방, 아무도 몰라"
[더팩트|윤정원 기자] 국내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주가가 고전하고 있다. 디피씨에서 우회상장하며 유가증권시장에 발을 들인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주가가 약 1년 사이 3분의 1토막 나 투자자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 1만5000원 대서 '추락'…5000원 선 위협
디피씨는 지난 2021년 10월 15일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지분 100%를 확보하며 흡수합병에 나선다고 공시했다. 합병 후 디피씨는 존속 법인으로 남게 되고 스틱인베스트먼트는 해산하는 구조였다. 당시 디피씨는 "장기적인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본건 합병 등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주주 및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디피씨가 스틱인베스트먼트로 상호를 변경하면서 코스피에 명시되는 종목명은 스틱인베스트먼트로 탈바꿈했다. 일종의 우회상장 방식을 통해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21년 12월 17일부로 PEF 운용사 최초의 코스피 상장사로 거듭나게 됐다.
앞서 코스닥에 상장한 PEF 운용사 및 벤처캐피탈(VC)은 △에이티넘인베스트 △TS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 △린드먼아시아 △나우IB △아주IB투자 △미래에셋벤처투자 △컴퍼니케이 △SBI인베스트먼트 △큐캐피탈 △대성창투 △우리기술투자 엠벤처투자 등 다수 존재했다. 하지만 코스피 문을 두드린 건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처음이었다.
운용자산 4조7000억 원에 이르는 스틱인베스트먼트는 호기롭게 도약을 알렸으나 주가 움직임은 심상찮았다. 새 출발 당일 1만5000원으로 장을 마쳤던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1년여가 흐른 현재 주가는 5000원 선으로 주저앉은 상태다. 19일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종가는 5670원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이달 3일에는 장중 5010원까지 고꾸라지며 5000원 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 펀드레이징·엑시트 소식에도 주가 고전 지속
스틱인베스트먼트의 부진한 주가는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펀드레이징 행보와는 사뭇 다르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2조 원가량을 목표로 결성 중인 오퍼튜니티3호 블라인드 펀드는 벌써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한 상태다. 출자자는 △국민연금(4000억 원) △교직원공제회(2000억 원) △우정사업본부(1500억 원)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1000억 원) 등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현재 3호 펀드레이징 규모는 1조2000억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목표치는 2조 원보다는 더 높게 잡고 있다"고 말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엑시트(자금회수) 소식도 주가에는 힘을 보태지 못하는 형국이다. 지난 5일 IB업계에서는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올해 고주파 의료기기 제조 전문기업 알에프메디컬 경영권 매각에 나간다는 이야기가 불거졌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거쳐 총 268억 원을 투입해 알에프메디컬의 경영권 지분 67.8%를 취득했다.
다만, 스틱인베스트먼트 측은 알에프메디컬 매각이 진행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알에프메디컬 매각은) 검토 중인 사안인데 주관사 등이 확정된 듯한 보도가 나와서 곤란했다. 현재 주관사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1조 원 규모 재무적 지원에 나선 일진머티리얼즈 투자건에 대해서도 방관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21년 말 말레이시아, 유럽 공장 증설을 추진하는 일진머티리얼즈의 재무적투자자(FI)로 나섰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일진머티리얼즈의 국내 자회사이자 해외 자회사들의 컨트롤타워를 맡은 IMG테크놀로지에 4000억 원을 출자했고, IMG테크놀로지의 자회사인 IME에도 6000억 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엔 나서면서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셈법은 다소 복잡해지게 됐다. 당초 스틱인베는 해외 생산기지의 증설이 완료된 이후 IMG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의 재무부담이 증가할 경우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추가 재원 지원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 하이브 '대박'에 누렸던 상여금 잔치…"재연 없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고꾸라지는 주가에도 대책을 내놓지 않는 임원들에 대해 비판도 상당하다. 임원들이 전년도와 같은 성과급 잔치를 벌일 경우 주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지난해 3월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당해 경영진 5명은 374억85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 가운데 상여금은 351억5100만 원(93.77%)에 이른다.
당시 스틱인베스트먼트 측은 임원진 보수와 관련, "임직원 성과보상규정에 따라 회사 경영성과에 따른 경영성과급과 펀드결성 및 투자 및 수익 창출 기여도 등에 기초하여 펀드 운용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했다. 경영성과급은 수익에 대한 기여도, 업무 중요도, 조직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고, 펀드운용 성과급 또한 기여한 비율에 따라 개인별로 배분했다는 설명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 측은 올해는 2021년도의 성과급 잔치가 재연될 리는 없다는 입장이다. 당시에는 하이브의 공이 컸다는 풀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앞서 하이브의 상장 성공으로 투자금의 9.25배에 달하는 9611억 원을 회수했다. 내부수익률(IRR)은 137.91%에 달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2021년도 결산 기준 상여금은 이례적으로 많았던 경우다. 그 정도의 숫자가 또다시 나올 리는 절대 없다"면서 "지난해 결산 상여금과 관련해서는 답변하기가 어렵다. 공시가 나온 뒤 확인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스틱인베스트먼트 측은 주가 향방에 대해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사측 관계자는 "펀더멘탈만 봐서는 매우 저평가된 주식이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다. 주가 향방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사안으로, 이와 관련해서는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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