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호재" 국내 NCAA 전문가가 바라보는 여준석의 곤자가대 입학
[점프볼=서호민 기자] 그동안 한국농구는 '도전'에 인색했다. 야구와 축구의 경우, 중·고교 최고 유망주 또는 프로 무대에서 정상급으로 평가를 받는 선수들은 해외 무대로 나서기 마련이지만, 농구는 달랐다.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도전 자체를 꺼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농구 유망주들의 도전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 중 NCAA 데이비슨대학 출신의 이현중과 더불어 가장 주목받는 한국농구 기대주인 여준석이 최근 미국 대학 농구 명문, 곤자가 대학에 입학 예정이라는 낭보가 들려와 국내 농구 팬들 사이에서는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곤자가 대학은 지난 17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여준석이 대학 농구부에 합류해 2023-2024시즌부터 2학년 자격으로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남자농구 경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여준석이 뛰게 될 곤자가 대학은 설명할 필요가 없는 현재 미국 대학 농구 최고 명문 중 하나다.
불과 2년 전에 '3월의 광란' NCAA 토너먼트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지난 5년 동안 4번이나 NCAA 토너먼트 지역 1번 시드를 배정받았다. 또, 1999년 이후 지난 해까지 5차례 8강에 오른 것을 비롯해 16강에는 12차례나 나섰다. 올 시즌 역시 16승 3패로 순항 중이다.
최근 발표된 2022-2023시즌 AP 탑 25 랭킹에서도 곤자가 대학은 전미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곤자가대는 많은 현역 NBA 리거를 배출한 학교이기도 하다. 유타 재즈의 레전드 포인트가드 존 스탁턴을 배출한 학교로 유명하다. 현역 NBA 선수로는 국내 팬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일본 국적의 하치무라 루이(워싱턴)를 비롯해 올 시즌 새크라멘토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NBA 최고 빅맨 도만타스 사보니스, 2022 NBA 드래프트 2순위 쳇 홈그렌(오클라호마시티), 이외에도 제일린 석스(올랜도), 코리 키스퍼트(워싱턴) 등이 곤자가대 출신이다.
NCAA 대학농구를 주로 다루는 주장훈 스포츠 칼럼니스트는 여준석의 곤자가대 입학은 여러 모로 좋은 선택이라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주장훈 칼럼니스트가 여준석의 곤자가대 입학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건,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주 칼럼니스트는 '쇼케이스'에 주목했다.
그는 "가장 기대 되는 부분은 쇼케이스다. 곤자가 대학은 미국 서부에 위치해 있어 라스베이거스, LA,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에서 경기를 많이 한다. 그렇다 보니 NBA 스카우트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경기장을 찾는 편인데, NBA 도전을 위해 ‘관심’이 필요한 여준석에게는 쇼케이스하기 좋은 환경이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곤자가대를 포함 웨스트코스트 컨퍼런스(이하 WCC)에 속한 대학들은 전통적으로 외국 선수들이 많이 활약했다. 우리가 잘 아는 일본인 NBA 리거 하치무라 루이를 비롯해 사보니스(리투에니아), 매튜 델라베도바(호주) 등도 모두 비미국 국적 선수들이다. 때문에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게 주 칼럼니스트의 의견이다.
세 번째는 일정이다. 곤자가대가 속한 WCC의 경기 일정과 난이도는 타 컨퍼런스에 비해 여유로운 편이다. 즉, 체력 관리, 부상 관리에 용이하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서도 주 칼럼니스트는 "WCC 자체가 탑 3로 분류되는 곤자가, 세인트메리, 브리검영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은 약체 팀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접전 승부가 적은 편이고, 약체 팀을 상대하는 팀들로선 매경기 피지컬하게 임할 필요가 없다"며 "실제로 곤자가를 포함 WCC 소속 대학 선수들 중에 한 시즌을 치르고 NBA 드래프트에 도전하는 선수들을 보면 큰 부상 이력이 있는 선수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정도로 선수들의 부상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는 컨퍼런스 중에 하나다"라고 말했다.
곤자가대의 마크 퓨 감독은 1999년 지휘봉을 잡아 20년 넘게 팀을 이끌고 있다. 24년간 한 곳에만 뿌리를 내린 그는 컨퍼런스 우승 트로피만 21번을 들어올렸고, 통산전적 674승 132패(승률 83.6%)를 기록하는 등 현지에서도 알아주는 명장으로 통하고 있다.
세계농구의 중심인 미국에서 농구 후진국에 속하는 대한민국의 어린 유망주에게 관심이 많았다는 것 역시 대단한 일이지만, 퓨 감독이 직접 여준석에게 애정을 보였다는 것도 엄청난 일이다. 그만큼 여준석은 연령별 대표팀과 G리그 쇼케이스 무대를 거쳐 본인의 실력을 증명했고, 인정받고 있었다는 의미다.
주 칼럼니스트는 "NCAA에서 손 꼽히는 명장인 마크 퓨 감독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이현중의 스승인 밥 맥킬롭 전 감독도 NCAA 내에서 명장으로 평가받았지만 감독 커리어 동안 파이널 포에 간적은 없었다. 하지만 퓨 감독은 3월의 광란 준우승도 해봤고 2번 파이널 포에 진출한 이력이 있다. NCAA 최고 명장의 지도를 직접 받게 되는 것도 여준석으로선 호재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곤자가대가 기본적으로 어떤 팀 컬러를 삼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주 칼럼니스트는 "곤자가대 뿐만 아니라 WCC에 속한 대부분의 학교들이 조직력을 중심으로 한 농구를 추구한다"며 "공격에선 쉴 틈 없이 패스를 돌리는 등 유기적인 패스웍을 강조하되, 수비에선 올 스위치 전략을 주로 사용할 정도로 전체적인 농구 스타일이 조직적"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전술적으로도 많이 배울 수 있는 컨퍼런스다. 2, 3년 배우다보면 전술적인 이해도가 많이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했다.
물론 동양인으로서 미국무대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농구만 잘해서는 결코 안된다. 우선 언어의 장벽을 넘어야 하고, 문화의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
이 가운데에서도 앞으로 여준석의 최대 걸림돌은 농구 실력이 아닌 학업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NCAA는 일정 수준 이상의 학점을 취득해야만 경기에 나설 수 있다. 과거 최진수가 메릴랜드대 재학 중 학점 미달로 경기 출전 자격을 잃어 결국 한국으로 유턴을 택한 안타까운 전례를 남긴 바 있다.
여준석이 과거 호주 유학을 마친 뒤 NCAA로 직행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도 바로 학업 문제 때문이었다.
주 칼럼니스트 역시 여준석의 소식을 듣고는 '언어'와 '공부'에 대한 걱정을 떼놓지 못했다. 말을 이어간 그는 "언어와 학업이 적응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될 텐데, 곤자가대는 예수회 계열 학교 특성상, 학사 관리가 철저하다. 그래서 학점 따기가 쉽지는 않다"며 "그래도 성적이 미진하거나 부족한 학생들에게 1대1 과외 선생님을 붙여주는 등 학교 차원에서 학업과 관련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농구적인 부분만큼이나 학업 역시 중요한 만큼 이러한 시스템을 잘 활용해서 학업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곤자가대 TMI+
①여준석이 입학할 곤자가대는 한국과도 꽤 인연이 깊은 학교다. 한국의 서강대학교와 자매결연이 맺어졌던 학교로 서강대 내에는 곤자가의 이름에서 따온 국제학사 건물과 기숙사 건물이 있다.
②곤자가대의 WCC는 ESPN과 CBS에서 중계권을 독점하고 있다. 즉, 전국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 WCC는 NCAA 남자농구 1부리그 내에서 경쟁력이 아주 강한 컨퍼런스는 아닌데, 현재 곤자가대는 WCC와 같은 중소형 컨퍼런스에서 벗어나 규모가 큰 컨퍼런스로 이전을 추진 중이다. 실제, 빅-12, 빅 이스트 컨퍼런스 총재와 곤자가대 학교 총장이 몇 차례 만남을 가지는 등 컨퍼런스 이전에 대한 물밑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만약, 곤자가대가 빅 12 혹은 빅 이스트 컨퍼런스로 이전을 하게 된다면 캔자스대, 빌라노바 등 농구 명문 학교들과 자주 맞붙을 수 있다.
③종교계열 학교가 많은 WCC 성향상, 각 학교마다 학생들의 품행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다. 지난 해만 하더라도 미국 내 버지니아, 앨라배마 등지에서 총기 살인 사건 등 사건 사고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는데 WCC에 속한 학교에선 총기 사고는 물론 불미스러운 스캔들도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안전이 보장됐으며, 농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컨퍼런스이기도 하다.
#사진_AP/연합뉴스, 곤자가대 SNS
#자문_주장훈 스포츠전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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