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김성태 구속영장 발부 수순…‘도주 우려’ 충족
법원이 8개월간의 해외 도피 끝에 검거된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 발부 ‘초읽기’에 들어갔다. 앞서 김 전 회장과 양선길 현 쌍방울 그룹 회장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던 법원은 김 전 회장의 오랜 도피 전력을 두고 ‘도주의 우려’라는 구속 사유를 입증했다고 보고 있다.
수원지법 김경록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를 두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김 전 회장과 변호인, 검찰 모두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이는 어느 정도 범죄 혐의가 소명돼 체포영장까지 발부된 상황에서 이를 다툴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회장 측은 “반성하는 의미에서 영장실질심사 참여를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영장전담 판사는 심문 없이 관련 기록 등을 검토해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게 됐다.
현재 김 전 회장이 받는 주요 혐의는 △4500억원 상당의 배임 및 횡령 △200억원 전환사채 허위 공시 등 자본시장법 위반 △640만 달러 대북송금 등 외국환거래법 위반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에 3억원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 위반 △임직원들에게 PC 교체 등 증거인멸교사 등이다. 다만, 이번 검찰의 영장 청구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빠졌다.
검찰은 이미 재판이 진행돼 혐의 소명이 어느 정도 이뤄진 김 전 회장의 대북송금 의혹과 뇌물공여, 배임·횡령 혐의 등을 먼저 입증하고 추후 쌍방울의 전환사채 발행과 자금흐름을 조사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쌍방울과 이 대표의 연결고리도 캘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전환사채 일부로 이 대표의 변호사비를 대신 내줬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혐의 입증과 기소에는 김 전 회장의 진술을 넘어 구체적인 물증이 필요한데, 이를 확보하는 게 만만치 않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판단이다.
◆ 檢, 변호사비 대납 의혹 분리 ‘투트랙 전략’…재판 진행 中 ‘대북송금’ ‘뇌물공여’ 혐의, 영장에 재적시
김 전 회장은 진술 거부나 묵비권 행사 없이 조사에 임하면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 측은 ‘회사 이익을 위한 것이었고,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익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전 부지사에 대한 뇌물공여나, 증거인멸교사에 대해선 일부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김 전 회장이 2019년 1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중국의 한 식당에서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송명철 부실장에게 거액을 현금으로 전달했고, 당시 식당에는 배상윤 KH 그룹 회장도 함께 있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대북 경제협력 사업권을 명목으로 북측에 현금을 준 것으로 봤다. 김 전 회장은 이 시기에 북측과 지하자원·관광지 개발사업, 의료·철도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고, 추후 사업권 취득 대가를 지급하기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합의로 쌍방울 계열사는 북한의 희토류를 포함한 광물에 대한 사업권을 약정받았고, 그 직후 계열사의 주식은 급등했다.
검찰은 대북송금의 배경에 ‘경기도가 주기로 한 스마트팜 조성 사업비 50억원을 (쌍방울이) 내달라’는 북한의 요구가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0일 태국 빠툼타니의 한 골프장에서 양 회장과 함께 체포된 뒤 이틀 만인 12일 자진귀국 의사를 밝혔다. 방콕발 국적기에서 체포영장이 집행된 김 전 회장 등은 17일 오전 입국해 검찰로 압송됐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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