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리, 우크라 탱크 지원 “美가 안보내면 우리도 안보내”

박준희 2023. 1. 19. 23: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독 정상, 20일 서방진영회의 앞서 통화
미국, 경전차 보내면서도 탱크 지원엔 신중
젤렌스키는 美 ‘에이브럼스’급 300대 희망
미국의 주력 전차 에이브럼스(왼쪽)와 독일의 주력 전차 레오파르트2. 미 육군·독일 육군 홈페이지 캡처

오는 20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탱크 등 군수 지원 여부를 둘러싼 서방 진영의 회의가 예정된 가운데 독일 측은 미국이 주력 전차 ‘에이브럼스’를 지원하지 않으면 자국 주력 전차인 레오파르트2를 지원할 수 없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봄철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 대한 러시아의 재공세 예상 속에 서방의 주력 전차, 즉 탱크 지원 여부가 전세의 초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러시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독일 등이 자국의 주력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지 주목된다.

18일(현시지간)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7일 미·독 정상 간의 전화통화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자국과 서방 각국이 보유한 독일산 탱크 레오파르트2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려면 미국도 에이브럼스를 지원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도 숄츠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만약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에이브럼스 전차를 공급한다면, 독일도 레오파르트2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라는 압박에 따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서방 진영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러시아의 반발을 우려한 듯 그간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 군수 지원에 있어 독일의 단독행위는 없다고 강조해왔다. 숄츠 총리는 미국과 유럽이 모두 함께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보내야만 러시아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분열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독일 DPA 통신은 설명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어떤 결정을 내리지 않은 채 이번 통화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주력 전차 레오파르트2. 독일 육군 홈페이지 캡처

독일산 주력 전차 레오파르트2는 첨단 방어 체계와 120㎜ 포 등을 갖춘 중무장 전차로, 나토 회원국을 중심으로 여러 유럽 국가에 산재해 있다. 앞서 폴란드와 핀란드, 덴마크 등은 각각 자국이 보유한 레오파르트2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이를 위해선 개발 및 생산국인 독일의 재수출 승인이 필요하다. 영국도 14대의 주력 전차 챌린저2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했으나 이 역시 레오파르트의 구형 모델에 해당한다.

미국은 이미 경전차급에 해당하는 브래들리 장갑차 지원을 결정한 바 있다. 브래들리는 에이브럼스보다는 화력이 약하지만, 25mm 기관포와 토우(TOW) 대전차 미사일 등을 장착해 경전차급 전투 역량을 지녔다. 또 이에 맞춰 독일도 마더 장갑차를 지원하기로 하고 지난 5일 양국 정상의 전화통화 후 브래들리·마더 장갑차 지원 방침을 공동 발표했다. 또 미국에서는 보병용 장갑차인 스크라이커 장갑차 지원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력 전차인 에이브럼스 지원은 단시일 내에 결정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미국 관리들은 로이터에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스트라이커 장갑차 지원은 허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에이브럼스를 보낼 준비는 되어있지 않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차관도 이날 에이브럼스 지원 여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미국은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않은 것 같다”며 제공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고 AFP 통신은 보도했다. 그는 “에이브럼스는 매우 복잡한 장비이며, 고가인데다 훈련하기도 힘들고 제트엔진(가스터빈엔진)까지 장착돼있다”며 “결코 유지하기 쉬운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이 탱크를 수리할 수도, 지속할 수도, 장기적으로 비용을 감당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에이브럼스 지원에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고 AFP는 설명했다.

미국 주력 전차 에이브럼스. 미 육군 홈페이지 캡처

미국과 독일 등 서방 진영의 본격적인 우크라이나 탱크 지원 여부는 오는 20일쯤 잠정 결론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 독일 등 서방 주요국 국방당국 관계자들은 이날 독일 람슈타인의 미 공군기지에 모여 우크라이나에 대한 주력 전차 등 군수지원 방안에 관해 ‘우크라이나 국방 연락 그룹’(UDCG) 회의를 연다. UDCG는 미국과 나토 회원국 등 약 50개국의 협의체로, 이번 회의에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최근 취임한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 등이 참석한다.

서방 진영이 탱크 지원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18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온라인 연설을 통해 “자유세계가 생각하는 데 보내는 시간을 테러국가(러시아)는 살인하는 데 이용한다”며 탱크와 방공무기 지원 결정을 서둘러 달라고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속적인 탱크 지원 요청에 관해 DPA 통신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공세를 막기 위해 서방 진영의 주력 전차 300대 정도를 지원 요청해 왔다”며 “실제 그가 의도하는 것은 영국의 첼린저2 지원 규모를 훨씬 상회하는 미국의 에이브럼스와 독일의 레오파르트 지원”이라고 전했다.

박준희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