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된 기자들…반쪽짜리 '베토벤' 프레스콜 [ST현장]

송오정 기자 2023. 1. 19.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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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토벤' 프레스콜에는 기자가 없다.

현장에 참석한 기자들은 입도 뻥긋하지 못하면서 '프레스콜'이란 명목이 무색해졌다.

기자 질의응답 시간에 사전 질문들만 늘어놓으며 '프레스콜'이란 이름의 행사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기자들은 질문 하나 던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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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토벤:Secret 프레스콜 / 사진=DB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뮤지컬 '베토벤' 프레스콜에는 기자가 없다. 현장에 참석한 기자들은 입도 뻥긋하지 못하면서 '프레스콜'이란 명목이 무색해졌다.

19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예술의 전당에서 뮤지컬 '베토벤:Secret'(이하 '베토벤')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과 함께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아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장에는 김문정 음악감독, 이단비 대본 수퍼바이저, 문성우 안무감독을 비롯해 배우 박은태, 카이, 조정은, 옥주현, 윤공주, 이해준, 김진욱이 참석했다.

뮤지컬 '베토벤'은 극작가 미하엘 쿤체,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가 국내 EMK뮤지컬컴퍼니와 손잡고 선보인 창작극이다. 7년의 제작 끝에 지난 12일 첫 선을 보인 초연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날 약 1시간 30분 동안의 하이라이트 시연 후 포토 타임을 갖고 기자 질의응답을 받는 순서로 진행됐다. 시연에는 '운명'으로 잘 알려진 교향곡 제5번 OP.67, '월광'으로 불리는 피아노 소나타 14번 등을 차용한 넘버를 비롯해 다채로운 무대 연출, 화려한 앙상블 향연 등을 선보였다.

무대 전환을 위한 준비 시간에는 카스파 반 베토벤 역의 이해준, 김진욱과 짧은 인터뷰 시간도 가졌다.

사실 '베토벤'은 극명하게 호불호가 나뉘는 관객 평가를 받고 있다. 편곡이나 가사, 연출에 대한 호불호만 아니라 스토리 흐름 및 연결성을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적지않다. 앞서 옥주현, 박효신 등 주요 배우들과 관련한 이슈도 있던 상황.

이를 의식한 탓일까. 기자 질의응답 시간에 사전 질문들만 늘어놓으며 '프레스콜'이란 이름의 행사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프레스콜은 취재진 앞에서 주요 장면을 선보이고 소개와 함께 출연 배우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순으로 진행된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기자들은 질문 하나 던지지 못했다. 준비된 질문, 홍보성 멘트 등에 밀려 시간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였다.


사전에 받은 질문이라며 진행된 질의응답도 매우 형식적인 질문과 답변이 주를 이뤘다. 게다가 해외 창작진인 극작가, 작곡가, 연출가는 이미 출국해 작품 연출 및 메시지에 대한 질문의 답변은 김문정 음악감독과 이단비 대본 수퍼바이저의 입을 빌려야 했다. 한 다리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작품과 관련한 원작자의 명확한 메시지를 100% 전달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더불어 안토니오 브렌타노 역의 옥주현은 장황한 일장연설로 다른 배우들에게 돌아갈 질문과 답변 시간까지 가져가버렸다.

늘어지는 답변, 현장 질문은 생략한 채 보여주고 싶은 내용만 전시하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결국 행사가 끝나기도 전에 취재진이 빠져나가는 웃지못할 광경도 펼쳐졌다. 녹화본을 송출하는 것과 다름없어 굳이 현장에 기자들을 초대할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을 남겼다. 기자보다는 관객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시간상 이유로 현장 질문은 받지 않은 채 황급히 마무리하며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는 사회자를 통해 "보내 주신 모든 피드백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피드백을 전달할 일말의 틈도 주지 않으면서 대체 어떤 피드백을 어떻게 수용하겠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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