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은 감정 설득하는 힘 있어…외국인도 공감할 내용 전달에 노력”
한국어 교육 방송 보며 혼자 공부
뉘앙스 품은 접미사 옮길 땐 진땀
“한국문학은 글을 통해 (독자들의) 생각을 자극하고 감정적으로 설득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지금까지 제가 읽고 번역한 책들의 공통점이에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활동하는 번역가 잉리아나 탄(42)은 한국어를 독학으로 배웠다고 했다. 2000년대 초반 접한 한국 드라마와 노래의 영향이었다. 좋아하는 노래 가사의 뜻을 알고 싶었고 온전히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 드라마 자막이 아쉬웠다.
그는 지난 16일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방송을 보고 들으며 혼자 공부했다”면서 “당시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한국어 배우기에 열정을 가졌다”고 회상했다.
한국 도서 27권 번역해 23권 출간
2022 인도네시아어권 ‘번역 대상’
2012년부터 인도네시아에 한국문학을 소개하고 있는 탄은 조남주, 장강명, 김영하, 구병모 등 다양한 한국 작가들 작품을 번역했다.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로 영어 번역을 하던 출판사에서 한국 도서 출간을 결정하며 한국어 번역가에 지원한 게 시작이었다. 최근까지 한국 도서 27권을 번역해 23권이 출간됐다.
번역의 가장 어려운 점은 딱 들어 맞는 단어가 없을 때다. 한국어에는 접미사가 많은 뉘앙스를 품고 있어 전달하기가 까다롭다. 그는 “번역가는 외국어뿐 아니라 모국어도 숙달해야 한다”며 “자신의 언어로 훌륭하고 정확한 문장을 쓸 수 있어야 독자들이 긴 설명 없이도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로 드라마나 영화를 소설로 만든 서적이 대부분이었던 초창기 번역가였던 시절에 순수 한국문학을 접하기는 쉽지 않았다.
비로소 제대로 된 문학을 만났다고 생각한 건 정유정 작가 <종의 기원>을 번역하면서다. 그는 “정 작가는 세밀한 표현력으로 작품에 등장하는 상황을 독자들이 쉽게 상상할 수 있게끔 하는 뛰어난 이야기꾼”이라고 말했다.
탄은 <7년의 밤>으로 지난해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주최한 ‘2022 한국문학번역상’ 인도네시아어권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영어권과 중국어권 수상자와 함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그는 “취미로 한글 공부를 시작했는데 전문 번역가가 돼 상까지 받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책과 언어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영광스럽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번역한 책 가운데 가장 화제를 모은 작품은 <82년생 김지영>이다. 탄은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아시아 국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책은 주인공이 겪는 문제들을 통해 사회에서 우리(여성)의 위치와 사실은 매우 공정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끔 했다”고 말했다.
번역 외에도 자카르타 한 서점에서 해외 서적 수입을 담당하는 탄은 “책에 둘러싸여 있으면 행복해져서 대학 졸업 후 서점에 취업했다”며 “번역일은 여가에 책을 읽을 수 있는 즐거운 ‘부업’ 같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현재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은 “조만간 정유정 작가 <진이, 지니>와 구병모 작가 <바늘과 가죽의 시>를 번역할 예정인데 벌써 기대가 된다”며 “앞으로도 인도네시아에 한국문학을 소개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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